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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떠난 30일간의 제주 이야기
임기헌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임기헌
현재는 고향으로 돌아와 개인 장사하며 글을 쓴다. 1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으며 '사랑하는 섬' 제주도에서 한 달을 보내며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갑작스런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다. 경제 언론사에서 7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고로 고향에 엄마를 혼자 덩그러니 둘 수 없어 귀향을 택하게 된다. 그렇게 고향에서 시작하게 된 돈가스 장사와 한번의 결혼과 이혼. 지독한 공허함을 느끼며 어느새 미래에 대한 꿈 조차도 꿀 수 없게 되어 버린 그는, 잠시 쉼표를 찍고 제주도행을 택한다.
필경 운명일 것 같은, 혹은 운명일지 모른다는 착각과 혼돈 속에서 살아왔고, 살아가는 우리네 관계의 해답은 무엇일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 운명을 담보할 순 잇는걸까? 참 어렵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운명일지도 모르는 상대와 이별하기도 하고, 지나가다 스친 옷깃 하나로 발단이 되어 평생을 함께하기도 한다. 삶은 그래서 깃털처럼 가볍기도 하고 거대한 바위가 짓누르는 듯 힘겹기도 하다.
<죽기 싫어 떠난 30일간의 제주이야기>는 저자가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다. 언론사 기자 출신답게 그의 글은, 미묘하지만 섬세한 감정의 결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이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런 필력을 가진 이들이 부럽다.) 책 속에 묘사된 제주의 모습이 작년에 10일 간 다녀왔던 제주의 모습과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또 그립기도 하다. 찬찬히 둘레길을 걸으며 한껏 바람을 쐬고, 하늘과 바다를 보며 장엄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에 느꼈던 뭉클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은 더 이상 켜켜히 쌓아두고, 버텨야 하는 병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주변에서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련되고 때론 고즈넉했던, 담백한 기억을 안고 다시 육지로 돌아온 저자의 삶은 여느 때와 같이 흘러가겠지만 그가 앞으로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품고 살아가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