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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숨 - 혼자하는 숨바꼭질
전건우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전건우, 홍정기, 양수련, 조동신
장르 소설로 유명한 네 명의 작가가 뭉쳤다. 전건우 작가의 <미스터리 유튜브>, <금요일의 괴담회>, <살롱드 홈즈> 양수련 작가의 <바리스타 탐정 마환>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혼숨>이라는 책으로 이들의 단편 소설이 실린다고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 이후로 추억의 놀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편인데, <혼숨>에서도 추억의 놀이를 소재로 소설화하고 있단다.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나머지 두 작가들도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책은 얼음땡, 혼숨, 야,놀자!, 불망비 등 네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추억의 놀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공포물로 탈바꿈 시켜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으스스한 긴장감을 느낀다.
#혼숨
책 제목이기도 하고, 꽤 인상 깊었던 <혼숨>의 줄거리를 소개 해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이제 찾는다."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술래가 된 이래는 이쯤이면 됐겠다 싶어 친구들을 찾기 시작한다. 해가 진 운동장은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불 꺼진 학교 건물과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와 놀이터 기구들은 뭔가 으스스해 보인다. 이레는 아이들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뒤지지만 결국 아무도 없었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겁에 질려서 눈물을 흘린다. 그 때, 운동장 구석 미끄럼틀 안쪽으로 뭔가 움직이는게 보였고, 등을 돌린 채 쪼그려 앉아 있는 친구의 어깨를 탁 쳐보지만 돌아선 얼굴은 비어 버린 동공에 비릿한 웃음만 흘리고 있다. 그날 이후 숨바꼭질은 이레에게 강한 트라우마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16살 소년이 되지만 우진 일당으로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리게 되고, 학교에서 이레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날, 우진 패거리는 '혼숨(혼자하는 숨바꼭질)'이라는 공포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이레에게 해볼 것을 강제로 권하는데... 귀신과 하는 숨바꼭질을 해낼 수 있을까?
내게도 초등학생 시절, 하교 시간이 훨씬 넘어 캄캄해 질 때까지 숨바꼭질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분리수거장 뒤에 누운 자세로 숨어 숨죽인 채 하늘을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석양 진 하늘이 고요하면서 예뻤고, 그 고요함이 살짝 긴장되기도 했던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동안 어린시절 숨바꼭질을 하면서 느꼈던 기분이 살포시 되살아나기도 했고, 이레의 감정에 몰입하다보니 공포스럽기도 했다. 더구나 자신을 보호해 줄 누군가도 없이 닥쳐오는 공포에 혼자서 처절하게 맞서야 하다니. 이레의 시간이 가혹하면서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오늘도 수 많은 '이레'들이 학교 폭력 현장에서 처절하게 맞고, 슬퍼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아팠다. 공포물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어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책이 읽히진 않았다. 이야기는 냉정하면서도 잔인하게 마무리 되는데, 청소년이나 아이들이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3040세대라면 누구나 해봤음 직한 어린 시절 놀이를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에 보다 리얼하게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