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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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부키 유키

고향 미에현 욧카이치시를 배경으로 집필한 최신작 <개가 있는 계절>은 쇼와에서부터 헤이세이, 레이와 시대까지 이어지는 20년 동안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청춘의 반짝임을 묘사해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1988년, 하치료고등학교에는 새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가 갑작스레 나타난다. 학생들은 고시로라고 부르면 꼬리를 흔드는 하얀 개를 미술부실에서 임시 보호하기로 한다. 유카는 고시로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 포스터를 그려보기도하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미술부 아이들은 고시로를 돌모는 모임인 '고돌모'를 결성한다. 고시로는 고돌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학교생활에 금세 적응하고, 학교가 쉬는 날엔 유카의 집에 머무르기도 한다. 고시로가 유독 따랐던 유카는 벚꽃이 필 무렵 졸업하여 학교를 떠나게 되고, 더 이상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3년을 주기로 '고돌모' 회원은 바뀌게 되고, 고시로는 유카를 그리워하며 그녀를 기다린다.

 

책은 1988년부터 2019년까지 유카와 인간 고시로를 비롯하여 고돌모 회원이었던 학생들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고시로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꽤 인상깊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들은 말을 요즘 새삼 곱씹고 있어. 처음 하치고에서 고시로를 키우기로 했을 때 당시의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거든. 생명을 돌보는 게 어떤 뜻인지 직접 겪으면서 고민해보라고. 생명을 돌본다. 무거운 말이야.

p. 290 중에서.

예전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학교에도 버려진 강아지가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는데, 교사와 학생이 한마음으로 집을 지어주고, 보살피던 기억이 난다. 이름이 '매탄이'었는데, 학생들의 등하교 길엔 항상 학교 입구 어귀에 서서 아이들을 맞이했던 강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소설 속 '고시로'도 비슷한 모습일 것 같아서 읽는내내 마음이 쓰였다. 나는 90년대에 초, 중학교를 다녔는데, 고시로가 살았던 때와 같은 시기여서그런지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 한참 즐겨 신던 루즈삭스,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라는 노래까지...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라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한다. 또 열여덟 청춘에게는 빠질 수 없는 우정과 사랑, 성인이 된 유카가 짊어져야하는 책임감... 나의 '그것'과 닮은 것들이 많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또 따뜻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기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소설이다.   

                            

그 때 일은 이미 기억나지 않지만 그 그림 속에서 강아지 고시로의 모습은 영원해... 사진을 좀 더 많이 남겨뒀더라면 좋았을걸. 영원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러워.

p. 325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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