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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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냉전과 열전 사이>라는 작품 이후로 저자의 책은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챙겨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2005년 출간된 단편집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가 읽지 못했던 책 중에 하나였는데 2021년 리커버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손가락>, <초록 고양이>, <천국의 맛>, <사탕일기>, <비.오이.녹차>, <머리빗과 사인펜> 등 여섯 가지 단편에는 십 대들의 고민과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초등학생일 때, 미유키란 친구가 있었다. 아주 친해서 늘 붙어 다녔다. 점심시간에는 교정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다음 날 입을 옷에 대해 의논했다. 될 수 있는 대로 비슷한 것을 골랐다. 얼핏 보아도 친한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옷. 아침 조회 때는 우리 둘다 아코디언을 켰다. 가방에는 똑같은 키홀더를 매달고 다녔다. 급식을 먹기 전에는 같이 손을 씻으러 갔고, 똑같은 차례로 씻었다." p.24, '손가락' 중에서.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요 사건은 독특한 면도 있지만 여고생의 일상을 표현하는 글귀들은 나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맞아, 그 땐 그랬는데...'라는 탄식과 함께 나의 십대 때가 떠오른다. 평범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을 불쑥 떠올리고나니 그리움이 더해진다.

 

 

책에서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사건들이 획기적이거나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기 보다덤덤하면서도 섬세한 '에쿠니 가오리' 식의 감정 묘사가 진짜 십대의 그것과 같아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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