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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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니나 리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 유머와 비극을 절묘하게 배합한 소설로 유럽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은 장난끼 많고, 익살스러운 주인공의 모습에 표지부터 끌렸던 책이다. 내게 익숙치 않은 북유럽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부푼 마음 한가득 안고 책장을 넘겨본다.

 

주인공 엘렌은 동네 가정주치의며 한 남자의 아내로 평범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매일같이 여기저기 아픈 환자들을 살피며 그저 그런 결혼 생활에 지쳐있던 그녀에게 모처럼 활력을 되찾는 일이 일어난다. 옛 애인이었던 비에른에게 메시지 받는 것을 시작으로 그를 다시 만나 불륜에 빠지고 만다. 그녀의 이중 생활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또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엘렌의 환자들이다.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이 어딘가 불편하고 아파서 의사를 찾는 것인데, 비단 몸의 문제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지금의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상당히 풍요로워졌지만 미처 채우지 못하고 있는 그 무언가의 결핍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엘렌을 찾는 온갖 병명을 가진 환자들이 진짜로 치료 받고 싶은 곳은 어디였을까.

 

우연히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온 몸이 마비된 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는데, 온갖 검사 끝에 '공황장애'를 진단 받았다고 한다. 몸이 마비가 될 정도로 아픈데, 몸의 문제가 아닌 정신의 문제라니. 처음엔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몇 번이고 다시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결국 그녀는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병으로 몸까지 아프게 된 경우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엘렌의 특이한(?) 환자들은 의사가 마음도 좀 들여다봐줬으면 하는 이들이 아니었을런지.

 

상당히 보수적인 편인 내게 엘렌이 저지른 불륜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건 꽤나 힘이 든다. 하지만 아주 조금은, 쳇바퀴 같이 굴러가는 일상에 혹은 가정일에 무심한 남편에게 지친 어느날 이와는 다른 어떤 일이나 존재가 나타난다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대거나 의지할 만한 이들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그들에게 기꺼이 기댈 수도 있는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은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 불륜, 이상한 이웃과 환자들... 하지만 그 속에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신랄한 비판과 풍자들을 보게 된다. 의마하는 바가 많은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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