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은 누구 보낸건지 분명하지 않은데다가 무엇을 파는 자판기인지도 확실치 않다. 경우는 그저 광고지이겠거니 생각하고,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한편, 경우는 소문날 정도로 맛있는 핫도그 가게의 핫도그가 먹고 싶어서 몇 번이고 줄을 서지만 그 때마다 경우 앞에서 반죽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핫도그를 먹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서 핫도그를 내미는 하영, 경우는 이런 하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매번 거절한다. 하루는 낑낑거리며 자판기를 설치하는 사람을 만나고, 경우는 그 자판기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돈을 넣고, 빨간색 아이스크림 모양의 버튼을 누른다. 아이스크림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이 달콤해지는 것 같을 정도로 맛있었지만 문제는 입, 입술, 혀가 온통 다 빨간색으로 물들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닦아도 빨간색은 지워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경우는 자판기 주인을 찾아가기로 한다.
자판기 주인은 온통 하얀 털에 덮여있는 하얀 북극곰이었다. 곰은 빨간색 액체는 한 사람의 소원과 시간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액체며, 자신이 만든 아이스크림은 오래 전 자신에게 소원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우는 자신이 삼년 전에 간절하게 빌었다던 소원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데... 소원은 스스로 생각 해내야 하고, 빨갛게 물든 입도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한다. 경우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기껏 기다려서 사게 된 핫도그를 경우에게 내미는 하영이와 또 이를 정색할 정도로 싫어하는 경우, 대체 그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딸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매 해, 매 순간이 경이롭다. 키는 훌쩍 자랐고, 툭하면 울기 일쑤였던 여린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이런 딸 아이 곁엔 해마다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반이 바뀌고, 학원이 달라지면서 친함의 정도가 조율되는 듯하다. 하영이와 경우를 보고 있자니 좋기도 했다가 때론 멀어지기도 하는 아이들 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떠오른다. 후속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