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 - 참 다른 우리의 남다른 죽음 이야기
정재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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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재희

이 책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써 내려간 시한부 시아버지와 지낸 180일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는 죽음을 앞둔 39년생 시아버지와 이 과정을 곁에서 함께했던 빠른 86년생 며느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시어머니는 혼자 계실 때 쓰러지셔서 4년을 누워만 계시다 돌아가셨고,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른다. 2019년 말, 몸이 안 좋으시다고 하셨던 시아버지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3~ 6개월정도의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늘 건강하리라 믿어왔던 가족 중 한명이 어느날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이를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던 저자의 말처럼 딱 그랬다. 둔탁한 기구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 그리고 그 충격에서 헤어나올 시간도 없이 전시체제를 방불케하는 상황 그런 과정에서 서로를 걱정하다가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또 나를 들여다보지 못해 무너져내리기도 했던... 내게도 그러한 시간이 있었다.

 

어버이날, 타지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는 아빠와 엄마를 보러 갈 생각에 해야할 일을 바쁘게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아빠가 응급실에 계신다는 이모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는데, 그날 이후 나의 시간은 너무나 많은 변화를 맞았다.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수술과 항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홀로 두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걸 잠시 접어둔 채 '보호자'의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보냈던 한 달 이상의 시간과 시골에서 항암을 하러 올라오는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들... 그렇게 아빠를 보내기까지 무수히 병원을 오갔던 시간들은 참 괴롭고, 슬픈 시간이었는데 지나고보니 마냥 아프기만 한 시간도 아니었던 듯 싶다.  내겐 아빠와 보냈던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남아있고, 고단한 하루를 살아내야 할 때면 그때의 기억으로 버텨낼 때도 있기때문이다.

 

 

대개 사람들 사이에서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거나 삶과 죽음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할 경우 재수 옴 붙을 방정맞은 말은 왜 하느냐는 눈초리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오히려 삶과 죽음이라는 첨예한 경계에 서 본 사람이라면 삶의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사는 게 가능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p.154

 

 

'삶과 죽음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책 속 글귀에 공감이 간다.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시간이 그만큼 더 소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구나 죽음 언저리에서 이것에 관해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책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며느리인 저자가 시부모님의 보호자 역할을 도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안타까웠다. 다른 형제들도 있었고, 내 부모여도 쉽지 않았을 일을 며느리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건 불합리한 일이라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온전치 않은 시아버지 입장에서도 마냥 편할 것 같지 않고... 앞으로 자신만의 온도로 살아가고 싶다는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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