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듣고 나니, 무엇보다 어르신의 저 태연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삶에 명백한 근거는 없다는 것, 이렇게 될 줄 몰랐으나, 어떤 일은 결국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다만, 어떤 가능성의 범위 내에서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인연이 닿는 순간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직선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을거란 생각을 한다. 준비된 운명처럼 서로를 향하지 않고, 어쩌다 접어든 길목에서 마주치는 것, 그 짧은 만남이 곧 우연일 테고, 그 다음은 운명이 하는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