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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 송인석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은 저자가 총 582간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과 여정을 담고 있는 에세이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이 책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더 설렌다. 최근에 여행 에세이 여러 권을 읽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쌓여있는 피로감을 '여행'이라는 것으로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서인 것 같다. 책으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여행을 가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먼저 경비를 마련해야 하고, 또 이것을 준비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다.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상과 무관한 시간을 낸다는 건 마음을 쏟아야 하는 일이기에 참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더구나 요즘같은 시대라면 더욱이 말이다.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갠지스강을 어머니라 칭할 정도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는 곳, 힌두인의 삶은 세례를 받음을 시작해서 숨을 거둔 뒤에 화장되어 이 강에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죽음에 직면한 힌두인은 갠지스강에 화장되어 뿌려지기를 원한다. 여기 바라나시에 와서 어느 할머니가 화장되어 가 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바라보는 시선 왼쪽에서는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오른쪽은 소들과 닭이 뭐 먹을것이 없나 땅바닥을 보며 찾고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할머니를 감싼 불길은 점점 커지더니 곧이어 육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이는 저 멀리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숨을 쉼을 통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숨을 쉬지 않음에 죽음을 알 수 있었다. 한낱 그것이 하루살이 일지라도 보통의 하루처럼 살아갔으면 한다. 삶과 죽음 그 오묘한 경계를 선 갠지스강 바라나시...
10대 후반 즈음에 류시화 시인의 시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인도를 혼자서 여행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때가 있었다. 삶의 시작과 죽음이 함께하는 갠지스강을 바라보면서 내 삶을 느끼며 돌아보고 싶었고, 인도의 독특한 문화들을 알고 싶었다. 생각 해보면 그 땐, 거의 반쯤 류시화 님께 빙의(?)되어 있었던 것도 같다. '고독한 여행가'를 자처하며 사색하는 시인의 모습이 어찌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던지. 하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과 용기의 부재로 제대로 된 시도도 하지 못한 채, 나의 인도 여행은 그냥 그렇게 무산되었다. 지금에 와서 '그 때, 무리해서라도 떠나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어느 고즈넉한 마을로 여행가서 한참을 걸었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험난했지만 파이팅 넘쳤던 신혼여행 생각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또 둘째 아이의 돌 잔치 대신 괌으로 떠났던 돌 여행에서 혹독하리만큼 몸 고생과 마음 고생을 한 이후, 더는 여행이 싫다고 외쳤던 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어찌보면 돈 쓰고, 에너지 쓰고- 무모했을 여행인데, 또 지금에 와서는 그 때의 추억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을 때가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길 바래본다.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을 읽으며 나의 여행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저자의 582일간의 여행 경로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읽는 입장에서 여정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여행 에피소드가 간략하게만 기록되어 있어서 당시 저자의 상황이나 감정이 공감 가지 않은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