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강아지
케르스틴 에크만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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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르스틴 에크만

현존하는 스웨덴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인 케르스틴 에크만은 1936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일련의 성공적인 탐정소설을 썼지만 나중에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로 나아갔다. <Hunden> (길 잃은 강아지)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그녀의 작품세계이다.

 

 

이야기는 스웨덴의 어느 마을에서 시작된다. 주인과 어미 개를 어찌 놓쳤는지도 기억하지 못 하는 강아지 한마리, 정적만이 가득한 숲속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졌다. 강아지는 털가죽이 얼음물에 흠뻑 젖고, 굶주림으로 지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차가운 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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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만 해도 강아지는 그들을 향한 두려움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는 지난밤을 따뜻하게 보냈고, 이제 배도 제법 동그랗게 차올랐다. 그는 온종일 성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둥이를 몸 안으로 밀어 넣어 몸을 똘똘 말고 있노라면, 안에서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을 간직할 수 있었다. p.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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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토끼똥과 습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무스의 시체를 먹고, 냉혹한 현실에서 조금씩 살아내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그는 유치가 흔들리고, 영구치가 돋아나는 동안에도 허기와 두려움을 버티며 아무 목적 없이 떠돌아 다닌다.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된 어느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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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바람만이 고통을 달래 주었다. 바람 소리는 또한 따뜻한 밤의 일부였다. 그는 각다귀와 파리가 휩쓸려가도록 바람 부는 산비탈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낯선 지형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건센 바람에 모든 소리가 묻혔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p.7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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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느끼던 극한의 공포가, 버려진 혹은 길을 잃은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무얼 기다리는지도 잘 모르면서 기다림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생명이 살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찾아가는 모습은 너무 외롭고, 고달파보였다. <길 잃은 강아지>를 읽으면서 강아지가 어미개를 비롯한 주인과 재회하는 순간을 덩달아 기다렸는데... 그에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강아지'라는 단어만 보면 지금은 별이 되었지만 13년을 넘게 함께였던 지니가 생각난다. 티 한점 없이 맑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던 지니도 첫 번째 주인과 헤어져 내게 왔었는데... 내 곁에 있는 동안 우리 강아지는 행복했을까?

 

이야기 속 '강아지'의 모습은 오늘도 차디찬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유기견, 유기묘를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려놓은 듯 했다. 굶주림에 배곯다가 되는대로 배를 채우고, 불안과 공포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은 주변에도 산재해 있기에 가슴 한 켠이 저려왔다. 또 '강아지'는 따뜻한 엄마를, 지난 날을 그리워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유기견 센터에서 이빨을 드러낸 채 잔뜩 날이 서 있으면서도 주인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리디 여린 생명들의 그것과 같았다. 또 험한 세상과 마주한 채, 떨고있는 강아지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나약하니까.

 

 

사람으로부터 버림받는 동물들이 더 이상 없기를 소망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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