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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향기농부 지음 / 하움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저자 향기농부
크림빵을 먹다가 입 언저리에 묻은 크림을 보면서 유쾌하게 웃을 수 있듯이 일상생활에서 ‘풋!’ 하고 웃을 수 있는 글들을 모았습니다.
처음엔 시집인지 모르고 펼쳐들었다가 시를 보는 순간, 이 계절에 읽으면 딱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저녁, 시를 읽고 있으니 오랜만이기도 했고, 괜스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시에는 삶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담겨있다. 마치 나를 응원해주는 듯한 글귀, 어려워서 미처 이해하지 못한 글귀, 시인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사랑. 짧지만 공감 되면서 꽤 오래 여운이 남는 글들이 있다.
<크림빵>은 1부 그후 봄, 2부 여울, 3부 더불어, 4부 풋글 등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어떤 연유로 나뉘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뒤로 갈수록 시인의 생각과 감정들이 무르익는 느낌이 든달까. 아무튼 그랬다, 나는.
춤바람
바람이 죽은 듯 누워있는 풀을 깨우네
낮이 길어졌다고
툭툭 근들며 일으켜 세워주네
겨우내 묵었던 때 날려버리고
바람이 살곰거려
풀을 춤추게 하네
매서운 추위와 얼음 틈새
겁으로 가득 차 쓰러진 풀에게 말을 거네
어여 어여
살아야 하는 이유보다
죽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이웃에게
휘잉 휘잉 휘임 히임 힘 힘힘
힘내라고 말을 거네
바람이 간질간질
줄기 끝마다
풀잎을 꽃으로 웃게 만드네
p.7 중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보다 죽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이웃'이라... 이 구절만으로 마음이 아팠다. 살려고 발버둥치고, 온 힘을 다해 애쓰는 누군가가 주위에 없겠나 싶어서. 그럼에도 바람이 간질간질, 꽃으로 웃게 되는 풀잎... 나도 그런 꽃같은 사람이고 싶은데.


가을이 유독 좋은 나는, 고등학교 때에도 차곡차곡 용돈 모아 시집을 사 읽던 아이였다. 정말 오랜만에 되뇌이고, 되뇌이면서 천천히 시를 읽고 있으니 글 읽고 쓰는 것이 좋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글이 주는 힘은 묘하면서도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화자가 가을 산길을 걸으니 문득 나도 걷고 싶어지고, 화자가 달빛에 산그림자 길게 피어날 때면 동산에서 옛 벗 만나 이야기 하고 싶어진다하니 나도 나의 벗이 그리워진다.
그리움
깡총 걸음으로 따라붙는
몽당진 벗 그림자
나무 그늘 사이로 숨었다가
태양 아래 빌딩 숲
힘차게 발등으로 함께 걸어
노을 진 그늘에
벗 그림자 잠류로 흘러
달빛에 산그림자 길게 피어나면
동산에서 옛 벗 만나
참새방아 재잘재잘 찧었으면
p.56 중에서.
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카페 한 켠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몇 와닿는 글로 인해 잠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