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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
이흥규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8월
평점 :

저자 이흥규
1994년생,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최대한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사는 것이 삶의 목표다. 할머니에게 추억을 선물해드리고자 여행을 다녀왔고, 두 번째 선물로 책을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원하는 기업에 취업한 후 입사까지 남은 두 달의 시간동안 49년생 할머니와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94년생 손자. 여행은 출발부터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생기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차라리 혼자 올 걸' 잠시 후회도하지만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할머니에 관해 알게 된다.
"우리 여행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의 여행은 집으로 돌아올 때 성취감이 들었다면, 이번 여행은 여행이 끝날 때가 가까워올수록 더 머물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의 여행은 완벽하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이 남았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그날을 상상하며 행복할 수 있다." p.130 중에서.
<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읽으면서 신혼 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그러니까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괌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호기롭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막상 생각과 다른 상황들이 생기면서 당황했던 경험이 내게도 있기때문이다. 나는 좀 걷더라도, 불편하더라도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데, 어른들께는 무리한 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괌은 한밤 중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저렴한 편인데, 대신 대기가 길고 도착 하자마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저녁부터 주무시고, 새벽녘이면 일어나는 엄마들의 패턴과 정반대였던 것이다. 체력적으로 지치고, 피곤한 상황에서 여행을 시작했으니 힘들 수 밖에...게다가 두 엄마의 스타일이 너무도 달라서 함께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한 분은 쇼핑을 좋아하시는데, 한 분은 쇼핑에 관심이 없으시고... 한 분은 느긋하신 편인데, 한 분은 급하신 편이고... 사실, 지금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난다. 그리고 그 여행 이후로 양가 어머니와의 여행은 입 밖에 꺼내어본 적이 없다. 그 땐 어머니들도 계셨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꼬꼬마 정남매도 있었기에 조금은 버거운 구성의 여행이 아니었나싶다. 내게도 힘든 순간의 기억들로 더 많이 남아있는 여행인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 엄마와 어린 아이들 그리고 신랑과 함께했던 그 순간이 마냥 나빴던 건 아닌 것 같다.

책의 저자는 심장병 수술 경험이 있고, 무릎과 허리가 안 좋은 할머니를 생각치 못하고 계단이 무수히 많은 숙소를 선택해 난감한 일을 겪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따라오지 못하는 할머니로 인해 계획했던 일정을 무수히 바꾸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저자는 할머니의 삶과 마음 또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얻기도 한다. 이십 대의 젊은 손주가 할머니의 속도를 맞추려고 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 이탈리아부터 스위스까지. 가보지는 못 했지만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의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내 마음이 설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외국여행은 더욱 불투명해졌지만 모든게 회복되어 일상을 되찾게 된다면 유럽여행은 꼭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