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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평점 :

저자 이금이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84년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 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어린이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어른인 내 안에도 동화 속 아이들처럼 아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아이가 있어요. 나는 그 아이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마음도 함께 어루만져 주고 싶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또 다른 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은 <꽃이 진 자리>, <한판 붙어 볼래?>, <금단 현상>, <십자수>, <임시보호> 등 다섯 편의 동화를 실고 있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마음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들은 이를 깨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핍을 채워나간다.
<꽃이 진 자리>에서는 함께 가게를 하느라 늘 늦게 들어오는 엄마 아빠의 빈자리가 허전해 놀이터에 나가 어스름 속에서 벚꽃이 점점 환한 빛깔로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이 나온다. 어느날, 자신이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가 꼭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불퉁거리는 말투로 대꾸하지만 할머니의 칭찬에 마음이 움직인다. 할머니는 캐나다에 사는 손녀하고 몸집이 비슷한 주인공에게 스웨터를 맞춰가며 뜨개질을 한다. 스웨터 임자에게 질투심이 일었던 주인공은 그날부터 놀이터에 나가지 않았고, 이후 할머니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벚꽃 구경 나왔단다. 저 봐라, 꼭 등을 켠 것처럼 환하지 않니? 마음도 같이 환해지는 것 같지? 살면서 좋은 시절은 벚꽃 피는 봄날 저녁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구나." p.13 중에서.
하지만 주인공이 사는 세계가 마냥 맑고, 순수하진 않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그동안 읽어왔던 동화와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결핍을 가진 주인공들이 자신의 결핍과 마주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들이 어른인 내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결핍을 경험했다고해서 마냥 좌절하고 있지 않으며 또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다독이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니 나 또한 나의 결핍으로부터 벗어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단 희망을 얻었다.
<임시보호>에서는 수의사를 꿈꾸는 하은이를 위해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것을 포기한채 살아가는 엄마, 아빠가 나온다. 아이의 학업을 위해 이사를 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하루는 입시 전략 중 하나로 유기견을 임시보호하기로 하고, 푸들을 데려오기로한다. 하지만 아빠는 하은이가 미리 봐뒀던 '포포'라는 강아지 대신 안락사 위기에 처해있던 진구를 데려오는데...훗날 입양되어 자유롭게 뛰놀며 행복해하는 진구를 보며 하은이는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동물들이 안정적인 반려인을 찾을 때까지 임시로 맡아 보호해주는 '임시보호' 에 나는 관심이 많은 편이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봤기에 상처도 있고 그래서 예민한 동물들을 잠시나마 품어주는 이 선의적 제도가 주인공의 입시 전략 중 하나로, 봉사활동보다 나을 것 같다는 의도로 행해지다니...다소 놀라운 설정이었지만 진구의 <임시보호>로 인해 하은이를 비롯한 엄마, 아빠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인물들의 성장이야기는 아이와 꼭 함께 공유해야겠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하은이 이야기가 아이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단현상>은 다섯 편의 동화가 하나같이 얻을 것도, 또 생각할 것도 많아서 그동안 작가가 꼭 꼭 숨겨둔 귀한 이야기들을 읽은 느낌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