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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김금숙 만화
김금숙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평점 :

김금숙 만화
그래픽노블 작가.
그동안 시대적, 역사적 아픔을 겪으며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온 김금숙 만화가가 이번에는 인간과 개의교감, 반려동물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사랑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 있게 풀어 그래픽노블로 그려냈다.
<개>는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나의 시선이 한참이나 머물렀던 책이다. 엄청난 동물애호가인 내게 이런 뽀시래기 강아지 그림이라니. 이건 무조건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개>는 '그래픽노블'로 그려낸 만화라는데, 만화와 관련해서 문외한인 내겐 무척이나 생소한 단어이다.
'그래픽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이다.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되는 것이 특징이다.
장르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총7장으로 구성되어 당근이, 식빵이들, 감자, 까미, 엘비스, 장마, 초코 등 일곱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훈이는 동생처럼 함께였던 개가 그리워 펫 샵에서 웰시코기 당근이를 분양 받아온다. 당근이는 먹는 것에 극도로 집착하고, 시간이 가도 다른 개와 친해지지 못했으며 때론 저자의 손을 물기도 한다. 여느 개와는 다르게 예민한 당근이를 보며 그의 출생에 관한 것들이 궁금해지지만 그것도 잠시, 당근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저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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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숍에서 사는 게 아니었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펫 숍에서 파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공장식 번식장에서 온대. 그래서 펫 숍 강아지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p.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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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다가 피곤에 지쳐 벽에 기대앉으면 당근이가 다가와 위로를 건넸다. 긴장된 매 마음이 당근이 덕에 풀렸다. 나는 늘 손발이 찬데 당근이의 온기가 내 발도 따스하게 해주었다. 너 없이 나는 그동안 어떻게 견뎠을까? 너는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 강아지라는 옷을 입고 왔구나. p.24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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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내외는 불안증을 앓고 있는 당근이가 도시에서 행복할 수는 없겠다 싶어 서울을 떠나 바다가 가까운 시골로 이사한다. 그렇게 완벽에 가까운 날을 보내던 어느날. 태어난지 두 달도 채 안된 강아지가 집 앞에 버려져 있다. 감자같이 생겨서 감자라 이름 붙인 강아지, 감자의 입양처를 알아보지만 마땅치가 않다. 저자는 감자가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나 당근이가 눈치보며 질투하는 것 같아 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감자가 토하고 설사하며 한동안 아팠고, 감자를 차별한 것이 후회되고 미안했던 저자는 이 때의 일을 계기로 감자에게 마음을 완전히 내주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동거 이야기. 감자와 당근이와 산책하며 동네의 여러 개를 만난다. 목줄에 묶인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까미, 산책길에 나타나 종종 함께했던 유기견 엘비스, 두 발로 제대로 서기도 힘든 철창에 갇혀 주인과 개장수 조차도 원하지 않는 초코 ...함께하려면 그만큼 책임이 따르기에 모른 척 해야하는 이들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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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묶여 있는 개를 봐도, 버려진 개를 길 위에서 만나도, 철창에 갇혀 있는 개를 봐도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마을 아저씨, 아줌마가 친절하게 웃어주어도 괴물처럼 보였다. 그들은 지나가는 우리에게 밭에서 딴 호박을 주고 딸기 한 바구니를 선물하며 배추를 성큼 잘라 내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개는 소나 돼지와 똑같은 가축일 뿐이었다. p.16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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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서 책은 금세 읽혔다. <개>는 두 번을 정독했는데, 처음엔 '저자와 그의 반려견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두번 째 읽을 때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가냘픈 생명들이 의지할 곳 없이 매 순간을 버텨내고 있는 모습이란...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도 묶여있는 강아지들만 봐도 마음이 편치않다. 시골에서 자라, 묶인채로도 좋다고 꼬리치다 목이 졸려 '컹컹' 거리는 개들의 모습이 그리 낯선 것도 아닌데, 희안하게 볼 때마다 괴롭고, 마음이 아프다. 해피, 점둥이, 뽀삐, 봉지, 아롱이, 초롱이, 고파, 지니... 함께했던 '개'들의 모습이 수없이 스치는 밤이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서 괴로웠던 개, 누군가 쥐약을 탄 음식을 먹고 죽었던 개, 개장수들에게 팔려간 개, 잃어버린 개, 13년을 곁에 있다가 심장이 아파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개... 개들과 줄곧 함께하는 삶을 살았기에 이들과 함께했던 삶이 내겐 참 익숙하면서도 소중하고 또 미안하다.
지금은 길냥이 아가였던 꼬미, 요미와 함께하고 있는데, 이들 생명이 내게 주는 기쁨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크다. 하루에도 수없이 버려지는 강아지와 냥이들을 보면 괴롭고, 마음 아프지만 나 또한 모두를 책임질 수 없기에 모른 척 지나가는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당장 어쩌지 못하는 것에 마음 아프지 않기로 했다. 다만, 소소하지만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본다. 지난 연말엔 사용하지 않는 이불과, 수건들을 유기견 보호소에 보냈는데, 이번엔 간식과 함께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꾸려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