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기 좋은 방
신이현 지음 / &(앤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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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이현

오랫동안 파리와 프놈펜 등의 도시에 살다가 현재 충북 충주시에 정착해 와인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은 1994년 저자의 데뷔작으로, 출간 당시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와 윤리적 논쟁으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작품이다.

 

또 다시 아침, 주인공 이금이 눈을 뜬 곳은 낮선 방의 침대 위였다. 전날 그녀는 은행에서 볼일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던 중,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린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가방 속엔 여러 도장과 회사 서류들, 새로 발급한 회사 카드가 있었고, 곧장 은행으로 분실신고를 했지만 원장의 잔소리는 끝날 줄 몰랐다. 태정은 어느 한 순간 정신이 핑 돌아 탁자 위에 있는 장식용 돌덩이를 원장에게 날려버리고 원장의 이마에선 붉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학원을 나와 술을 사들고 홀짝홀짝 마시며 아무 거리를 걷다가 들어간 한 여관에서 남자를 만난다. 3개월째 장기 투숙 중인 그의 이름은 태정.

 

"

"그럼 난 왜 이럴까. 왜 아무것도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지? 내 몸도, 내인생도."

나는 좀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철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이유를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서성거려야 했다. 속으로는 항상 '좀 즐겁고 싶어.', '좀 자유롭고 싶어'하고 중얼거렸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무엇을 해도, 직장을 다니든, 사직서를던지든, 집에 있든, 밖에 있든, 내 몸이 있는 곳에는 항상 불안감이 따라다녔다. 태어날 때부터 불안에 잠식된 존재였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p.40 중에서.

"

 

책을 읽으면서 스물 둘의 이금은 언뜻 자유분방한 듯 보이나 인생의 무게가 버거워서 이리저리 휘청이고, 선뜻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십대엔 그랬던 것 같다. 앞이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있었지만 나아가는 길이 두렵고, 불안해서 그저 흐르는 시간에 나를 맡겨버리고 싶었던 때가. 이금은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부잣집 도련님 휘종과 결혼을 한다. 하지만 사랑없이 한 결혼은 행복하게 다가오지 않고, 이금이 결혼한 걸 뒤늦게 안 태정은 극도로 흥분하여 화를 내는데...

 

 

"갑자기 태정에 대한연민이 솟구쳐 올랐고, 눈물이 났다. 아이를 낳으면서 나는 모든 것이 변해버린 느낌이 들었다.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적대감이나 불안과 반항, 비도덕적 열망들이 다 녹아버린 기분이었다. 그냥 나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고 겁이 많은 존재로 느껴졌다.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렸다. p.270중에서."

 

 

94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 파격적인 이야기로 제법 욕을 먹기도 했다던 <숨어있기 좋은 방>은 성적인 묘사가 제법 있는 편인데, 당시엔 지금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을 "현실 탈출용 연애소설"이라 정의하는 신이현 작가의 말처럼 읽는동안 현실은 잠시 잊은 채로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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