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던 자리에
니나 라쿠르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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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니나 라쿠르

데뷔작부터 시작해 발표하는 소설마다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가 있던자리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을 다루는 저자의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카메라 렌즈로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십 대 케이틀린'이 단짝 친구의 죽음을 겪은 후 자신만의 트리하우스를 만들어 나가는 사계절을 담았다.

 

 

 

케이틀린과 잉그리드는 사진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서로를 알아봤고, 그렇게 단짝이 된다. 이들의 만남은 스무살, 갓 대학에 가서 알게된 내 인생 단짝과의 만남과 어찌나 오버랩되던지. 희안하게도 그 때 처음 친구를 만났던 그 순간만큼은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둘의 옷차림, 대화, 장소 그리고 공기까지.   

 

"오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날의 기억. 9학년, 신입생 시절. 1교시.나는 처음 보는 여자이이 옆에 앉았다. 그 아이는 일기 같은 것을 끄적이며 구불구불한 곡선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내가 옆자리에 앉자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아이의 귀걸이가마음에 들었다 빨갛고 단추 같은 모양이었다......몸을 구부리고 식수대에서 차가운 물을 마시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이거야. 이제야 내 인생이 시작되는구나.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새로운 쪽지가 있었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난 잉그리드. 나도 답했다. 나는 케이틀린.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나 쉬웠다." p. 35, 37 중에서.

 

 

케이틀린과 잉그리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울메이트였고, 상대에 대해서는 결코 모르는 것이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 믿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학은 어디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잉그리드는 케이틀린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답하곤 다음날 자살한다. 케이틀린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 채 친구의 아픔을 바라보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녀는 잉그리드와 함께 찍곤하던 카메라를 품에 안고, 학교에 가보지만 더 이상 잉그리드는 없다. 하루는 잃어버린 리모컨을 찾다가 잉그리드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친구의 고통을 마주하게 되는데...

 

 

"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내가 완벽하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완벽에 가깝다고도 생각한 적 없지만,내가 얼마나 못된 인간인지 제대로 깨달은 적도 없었다. 이제 알게 되었고, 후회가 내 안을 채운다. 한번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잉그리드가 거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어떻게 내 얼굴을 견뎌? 나 정말 역겹다.나는 잉그리드 쪽을 보지도 않았다. 그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잉그리드가 또 귀찮게 구는 거라고, 아니면 다른 애들처럼 칭찬을 구걸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잉그리드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사실 몰라서는 안 됐다. 친구란 그런 존재니까. 눈치채고 알아주는 존재. 서로를 위해 자리를 지키는 존재. 가곡이 모르는 것도 알아채 주는 존재. 그 때로 돌아갈수 있다면,탈의실 거울 앞에서 잉그리드와 함께 서서 내개 생각하는 잉그리드의 모든 장점을 하나하나 말해줄 것이다." p. 145 중에서

 

 

그 나이즈음 불완전하고, 불안정했던 감정들이 케이틀린을 통해서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책은 내게 미묘한 것들을 남긴다. 전날까지 인사하며 지냈던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소위 말하는 베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불완전하기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던 그때,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했다면 그 친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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