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홍유진 지음 / 깊은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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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진 에세이.

 

저자는 매일아침, 항암제를 먹는 만성골수백혈병 환자이다. 그녀는 치료를 위해 굵고 튼튼한 심장 정맥에 바로 연결되는 관을 박았는데, 그 관으로 인한 통증때문에 바디필로우를 찾다가 고양이 인형을 구입하게 된다. 이 인형을 시작으로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저자는 산책로에서 자신의 인형과 꼭 닮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이후 배고픈 고양이들의 먹을거리를 챙기기 시작한다.

 

 

길냥이의 캔따개가 되길 자처하면서도 고양이를 챙기는 그녀에게서 고양이 사랑이 느껴져서 책을 보는내내 흐뭇했다. 나는 길냥이 아가였던 냥이 두 마리들과 3년째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집사이다. 사실 인생의 반을 강아지들과 보냈을만큼 댕댕이파였지만 어느날 갑자기 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조용한듯 그렇지 않은. 시크함 속에 멍뭉미를 가진 그들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처지가 되어버렸달까. 그렇게 두 마리 냥이들과 함께하면서 내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무심결에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길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한번 밥을 챙기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 같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있지만 집앞으로 종종 찾아오는 치즈 녀석이 자꾸 눈에 밟힌다. 3년을 넘게 봐온 냥이인데 우리동네 터줏대감으로 새끼들도 낳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며 동네를 활보하고 다니는 녀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치즈 녀석의 동선이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킬 때면 학교가는 길목 공원에서 놀고있는 치즈에게 눈이 간다. 늘 베란다 너머로 녀석이 찾아와서 자리를 지키다가 돌아가는 걸 보기만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사료와 물을 들고 뛰어나갔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밥을 먹는 녀석이 고맙고, 예쁘다.

 

 

 

"면역력이 낮아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내 바지는 동글이 때문에 늘 고양이털 투성이지만, 그래도 난 괜찮다. 털은 테이프로 떼면 되고 바지는 빨면 되니까. 아가들을 잃은 슬픔을 이겨 내며 우리를 믿고 똑똑하게 따라와 준 동글아. 이제는 네 삶도 동글동글 자연스럽게 흐르기를 바란다. p.59 중에서."

 

 

저자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과 길냥이 사랑단을 만들어 길 고양이들을 살리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또 동물권 행동 카라와 함께 재개발 구역 고양이들의 중성화를 진행하고, 버려지거나 아픈 채 발견되는아가냥들에 대한 구조와 입양에 애쓴다. 다행히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신뢰, 재개발 조합 측의 도움으로 재개발 지역의 공사 현장에는 남은 고양이 없이 무사히 철거가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글을 읽는 동안 몸도 성치 않은 그녀가 응급실까지 오가며 길 위의 생명들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길고양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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