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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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훈 소설

 

1948년 서울 출생, 소설<달 너머로 달리는 말>, 산문 <연필로 쓰기>의 여럿.

 

 

책은 진돗개 수놈으로 태어난 보리의 시선에서 수몰되기 직전의 마을의 풍경 그리고 기쁘기도 혹 슬프기도 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보리는 태어나서 엄마의 사랑과 따스함을 느끼고 또 그 사랑에서 비롯된 슬픔이 있다는 것도 배운다.

 

 

"사람들은 대체로 눈치가 모자란다. 사람들에게 개의 눈치를 봐달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끼리의 눈치라도 잘 살피라는 말이다. 남의 눈치 전혀 보지 않고 남이야 어찌 되건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 이런 눈치 없고 막가는 사람이 잘난 사람 대접을 받고 또 이런 사람들이 소신있는 사람이라고 칭찬받는 소리를 들으면 개들은 웃는다. 웃지 않기가 힘들다. 그야말로 개수작이다. 사람들 험담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라는 말이 바로 이거다. 개의 말이 너무 건방졌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내 입을 틀어막지는 말아주길 바란다. p.34 중에서."

 

 

그러고보면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과 함께하면서 사람의 희로애락을 곁에서 바라봐주는 동물이 개였다는 생각이 든다. 내겐 13여년을 함께하다가 별이 된 강아지가 있는데... '개'를 소재로 한 책을 읽고 있으니 자연스레 나의 강아지가 생각난다. 싱글일 때부터 연인을 만나고, 그 연인과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긴긴 나의역사에 늘 함께해줬던 그 녀석이 문득 그리워진다. <개>에서 보리는 티없이 맑고, 예쁜 강아지이다. 그런 강아지의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이야기 해나가는데, 인간인 나로서는 자연스레 느끼는 바가 크다.

 

 

"사람들이 한 집 두 집씩 트럭이나 손수레에 짐을 싣고 마을을 떠나자 포클레인이 빈집들을 부수었다. 마을은 가루가 되었다. 사람들이 그토록 아끼던 집과 땀흘려 농사짓던 논밭이 물에 잠겼다. 사람들이 다 떠나면 무덤들도 수몰될 판이었다. 산이 통째로 물에 잠길 즈음이 되자, 나무장수들이 몰려와 산을 파헤치고 아름드리나무를 뽑아갔다. 푸르던 산은 피를 흘리듯이 빨간 속살을 드러내며 물에 잠겨갔다. p.48 중에서."

 

보리가 나고, 자란 마을은 수몰 위기에 처한다. 이사를 떠나는 트럭은 늘어가고 마을은 서서히 물에 잠기고 있다. 사람들이 떠나고 시퍼런 물가에는 다섯 집이 남는데 보리의 주인집은 그 중에 하나가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보리의 고향마을이 내 눈에도 선하게 그려지는 듯 했다. 사실, 거제도에 있는 엄마의 고향마을이 아주 예전에 수몰되어었는데 그 언저리를 지날 때면 지금도 엄마가 나고 자란 동네 이야기를 듣곤 한다. 책을 읽는내내 한번도 보지도 못한 그 마을이 떠올랐다. 고즈넉하면서도 싱그러운 바람 내음이 솔솔 불어오는 그곳이. 보리가 고향을 떠날즈음에 보리의 엄마는 개장수에게 팔려 가고 형제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보리는 바닷가 근처에 사는 새 주인이 배에 밧줄 거는 일을 돕는다.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등교하는 큰 딸 영희를 따라나서기도 하며 그들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뱀을 물리쳐주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암캐 흰순이를 만나 마음 설레는 날을 보내기도 한다. 평범하면서도 설레는 일상을 살아가던 보리의 삶은 주인의 죽음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는데...

 

소설은 마치 진짜 개, 보리에게서 듣는 한 편의 이야기같았다. 그 이야기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는 우리네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개>는 2005년 이후 상당부분의 수정작업을 거쳐 올해 개정되었다고 한다. 정확히 표현하긴 어렵지만 묵묵한 감동이 마음 한 켠에 밀려드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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