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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ㅣ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저자 지혜진
서울에서 태어났다. 지나치기 쉬운 누군가의 마음에 대해 오래도록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책은 조선 인조시대 때 무당인 어머니를 둔 기련이의 험난한 인생 여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 기련, 무당 엄마, 나무꾼 친구 백주, 백주의 동생 백희, 대감집 딸 소애 아씨, 향이. 등장인물들은 1636년(인조14)에 있었던 병자호란을 겪고, 살아내기 어려웠던 시절. 조선에서 삶을 살아내는 이들이다.
<시구문>은 단어가 주는 생소함 탓에 호기심이 생겨 더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책을 받자마자 네이버에 검색했던 단어가 '시구문'이었는데.... 이는 시체를 내어가는 문이란 뜻으로 '수구문'을 달리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서울의 4대문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4소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새롭기 그지없다. (현재 서대문과 서소문은 멸실된 상태이다)
주인공 기련은 무당인 엄마가 싫다. 그래서 엄마 곁을 떠나고싶다는 말을 종종하지만 정작 그녀가 하는 일은 시구문 앞에서 시체를 내어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들이 두려워할만한 이야기를 툭던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해결 방법을 알려준 후 몇 푼의 돈을 받으며 벌이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기련은 누군가의 죽음을 만나면 풀피리소리를 듣게 되고, 소리는 자주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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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가 멍하니 땅바닥만 바라보았다. 아씨의 눈물이 새벽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무어라 근사하게 답해주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조차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누구를 위로할 수 있을까. 그저 함께 어깨를 맞댈 수 있다는 것, 체온이 서로에게 전해져 한쪽 어깨에 온기가 스며든다는 것 만이 위로가 될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아씨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기에, 나도 아씨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에.
p.126-12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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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안팎으로 살아내야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다. 청소년문학이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있게 돌아보고,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역사 속에서 치뤄졌던 여러 전쟁이 증명하듯 전쟁이후 민중들의 삶은 피폐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패배한 전쟁이라면 더욱... 실제로 병자호란 이후의 삶을 산 사람들은 치열하게 버텨내야 했을 것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그 시절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겨운 운명 속에서 포기하지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내겐 여러모로 진중하게 다가왔던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