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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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디 넬슨 장편소설

단 두권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잰디 넬슨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소녀는 곧 놀랍도록 사랑스러운 소설<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로 변모했다. 상실 그리고 첫사랑. 잰디 넬슨은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진 감정들을 한꺼번에 겪게된 소녀의 혼란과 성장을 절묘하고도 생생하게 포착해 냈다.

 

이야기는 집에서 기르는 화초에 반점이 생겼다는 이유로 할머니가 주인공인 레니를 걱정하면서 시작된다. 레니에겐 16년째 연락이 없는 엄마가 있으며 하나 있던 언니는 4주 전에 죽었다. 할머니는 이 화초가 레니의 열일 곱 생과 함께 해왔으며, 그녀의 정신과 영혼, 신체의 건강을 반영한다고 믿고 있는데, 화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워커가에는 명망 있는 원예가이자 타고난 히피인 키180cm의 할머니, 수목 관리 전문가이자 마리화나 중독자, 사이비 과학자인 빅 삼촌, 사랑꾼인 베일리 그리고 독서광이자 언니의 광팬인 레니가 살고 있다. 그런데 한달 전, 베일리는 연극 리허설 중에 치사성 부정맥으로 쓰러졌고, 그녀의 심장은 멈췄다.

 

레니는 칩거 한달 만에 학교로 복귀하고, 친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 사이 전학 온 남자애가 있는데 이름은 조 폰테인이며 너무 잘 생긴 탓에 전례없는 소란이 일어난다. 이와중에 레니에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언니의 장례식장에서부터 남자들이 빛나보이고, 그들과 키스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죄책감을 느끼기도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쉽사리 멈춰지지 않는다. 그리고 베일리의 연인이었던 토비가 슬픔을 공유하고 싶다는 이유로 레니를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 몇년 전, 할머니의 화원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는데 빅 삼촌이 다가와 뭐하냐고 물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고 했다. 삼촌은 말했다. "그건 착각이야, 레니.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네 발치에서 시작하지." p.177 중에서.

 

"나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쳐 빗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지난번에 빅 삼촌이 토비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벗어날 수는 없어. 그저 통과하는 수밖에." p.221 중에서.

 

 

소설은 열일 곱 소녀의 성장스토리이다. 때론 엄마이고 때론 언니이며 때론 친구였던 언니 베일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레니의 감정이 잘 묘사되어있다. 더구나 등장인물들이 가족의 죽음 혹은 연인의 죽음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사람은 저마다 달라서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다른데, 레니의 추모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고, 낯설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십대 소녀로서 쉽지 않았을테고, 나름의 방법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레니가 느꼈을 극도의 공포와 혼란이 공감되기도 했다. 남은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한없는 슬픔과, 그럼에도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포함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남아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은 행복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떠난이는 내 일부가 되어 내 속에 영원할테니.... 그러니 행복해져도 괜찮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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