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원작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
1805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집안이 매우 가난했지만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독실한 루터교 신자인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상상력과 교양, 신앙심을 두루 갖춘 아이로 성장했다. 몇 편의 희곡과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 인정 받던 그는 <즉흥시인>(1834)으로 문학계의 호평을 받았다. 1835년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썼고, 1872년까지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등 총 160여 편의 동화를 발표하며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랑을 받았다.


안데르센의 또 다른 작품인 <그림자>, 그동안 알고 있던 그의 작품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독특하면서 신선했고, 또 그러면서 생각하게 되는 작품인 듯 하다.
낯선 도시의 무더위 속에서 비좁은 집에 살고있던 한 학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잃어버린다. 햇빛 아래를 걷던 학자는 발치 부분에서 새로운 그림자가 자라는 것을 알게되고, 잃어버린 그림자는 더이상 신경쓰지않는다. 시간이 흘러 어느날, 고급 양복에 보석을 착용한 근사한 사람이 학자 앞에 나타난다. 이는 사람의 모습을 한 잃어버린 그림자였던 것. 그림자는 지난 일을 궁금해하는 학자에게 도시의 누구에게도 자신이 그림자였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것과 자신에게 존칭을 써달라는 당부를 하고, 지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와 함께 여행을 떠나자며 학자를 설득한다. 이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이제 존칭을 생략하자는 학자의 말은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그림자만 말을 놓는다. 쇠약한 학자는 존재감이 강해진 그림자의 뒤에있게 되고, 결국 그의 그림자가 되어버리는데...
"그럴 거예요. 평범한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당신 자신도 그리 평범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당신만 따라다녔죠. 그런데 당신이 말했어요. 나도 이제 다 컸으니 혼자서 세상에 나갈 수 있다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내 길을 갈거랍니다. 지금 나는 정말로 부유하게 살아요.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그리움 비슷한 것이 자꾸만 나를 붙잡더군요. 당신을 한번 만나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죽기 전에 말이죠. 당신은 언젠가 죽을 테니까요!" p.26 중에서.
과거엔 자신의 그림자였지만 자신으로부터 독립한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어버리는 어느 학자의 이야기... 읽으면서 참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 속에 여러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안데르센의 일부 모습이 작품에 반영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은둔하며 글만 쓰는 학자와 부와 권력을 거머쥐며 성공한 그림자의 모습은 둘다 안데르센의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리고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나를 서서히 잠식해가는 모습은 내게도 많은걸 시사한다. 내 스스로가 뚜렷한 목적없이 열망하는 삶의 모습에 휘청거릴 때가 있는데, 주객이 전도된 채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여러 욕망들 중에서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한번 뿐인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삶이 어떤 삶인지,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느쪽인지를 고민해본다. <그림자>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안데르센의 동화들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아이들에겐 조금 무섭거나 어렵게 다가 올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작품이 작품 나름대로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