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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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기정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2018년 웹진 비유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책은 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은 건 볼품없지만>, <끝나가는 시절>, <레일라> 등 세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졌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안정하다.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서는 예술하는 아버지 곁에서 맞는 엄마를 보고 자라서 예술하는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했지만 끌리는 남자들마다 예술쟁이에 정작 자신도 글을 쓰고 있는 섞정. <끝나가는 시절>은 가업인 중국집을 뒤로한 채 음악을 선택하고 지방 음대에 갔지만 군 제대후 복학하려던 즈음 어머니가 쓰러져서 계족반점으로 돌아온 송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음악은 언제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계족반점 사장 노릇은 그에게 딴짓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레일라>에서는 오를대로 오른 보증금에 기겁하며 살던 집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고시원에서 지내게 된 '나', 오빠의 여자친구인 '레일라'의 집에 잠시 머무를 수 있게 되었지만 오빠는 바람을 피우다 레일라의 집에서 쫓겨난다. 두 사람이 결별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레일라의 집에 머무르게 되고, 독립할 집을 찾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주인공들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섞정이, 송원, 의 단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2-30대의 우리는, 시행착오도 겪고 방황하면서 성장한다.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더 애착이 갔던 건 이런 이유에서 인 것 같다. 동.질.감... 나도 이들처럼 불안정한 20대를 겪었고, 또 그런 30대를 겪으며 때론 혼란 속에서 방황하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또 그런대로 성장하고, 나아간다.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은 있지만, 완벽한 삶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내 기준에서 결코 헛된 것은 없는 것 같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지나고나서는 내게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불안정함 속에서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이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형이 신곡을 들려주내요, 10년 만에. 담배를 물던 박설이 코웃음을 쳤다. 신곡은 무슨. 제 버릇 개 못 주지. 기타 몇 번 튕기는 척하더니 또 베낀 거야. 뻔뻔한 새끼. 박만우는 음악만 안했어도 괜찮은 인간이 됐을 텐데. 송원은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나직한 음성이 또 한 번 긴장강을 만들어냈다. 이곳은 여행의 끝 이름없는 꿈의 마지막. 박설의 맞은편에 앉은 송원은 박설이 마시고 있던 잔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누나, 세상에 '완전 새거'는 없어요." p.107 <끝나가는 시절>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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