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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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

소설이란 세상을 먹고 소화해서 내놓은 '그 무엇'이라는 믿음으로 20여 년간 소설을 쓰몀 살아왔다. 한국문학번역원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말라가에서 지내면서 소설 <돈키호테>에 빠져 들었다. 그 후 2년간 스페인을 오가며 <돈키호테>에 나온 음식을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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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미친 짓이었다. 돈키호테와 같았다. 스페인어 전공자도 아니고 요리사도 아닌 내가 돈키호테의 음식을 찾아 나선다는 것. 그건 어떤 외국인이 전주에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고서는 그게 <홍길동전>에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전국팔도를 누비며 홍길동의 자취를 쫓아 조선 시대 음식을 찾아다니는 일과 비슷했다. 반벙어리 까막눈 주제에. 무려 400년 전 음식을 먹어 보겠다니. 그런데 그만둘 수가 없었다. <돈키호테>에 빠져들수록, 그 길을 따라다닐수록, 더 깊게 빠져들었다.

 

p. 6-7, 들어가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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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은 작가가 돈키호테와 그가 먹었던 음식을 찾아 나서는 재미나는 모험 에세이다. 이 책이 소설 속 음식을 찾아나서는 재미난 발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참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를 하나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용기도 대단하지 않은가.

 

 

<도토리가 불러온 황금시대: 도토리>에서는 작가의 어머니가 친구에게 도토리 가루를 선물받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머니의 친구분은 친척을 방문하러 미국에 갔다가 지천에 있던 고사리와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도토리가 아까워서 묵이나 쒀먹자 싶어서 도토리를 주워 가루를 낸 것이다. 미국에도 고사리와 도토리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내겐 마냥 이국적인 그 곳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늘 보았던 것들이 존재하다니. 생각치도 못한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돈키호테>에서는 돈키호테가 목동들과 함께 다 같이 둘러앉아 염장 염소 스튜를 나눠 먹으면서 잔을 돌려 가며 술도 마신다. 디저트를 먹을 즈음에 목동들은 설탕을 입힌 도토리 열매와 딱딱한 치즈 반 덩어리를 내놓는데, 돈키호테는 이 도토리를 한 움큼 지고서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살던 시대였던 황금시대는 가고 악습이 늘어나고 여자들이 위험한 시대에 들어오게 되면서 편력 기사가 생겨났다는 것, 처자들을 지키고 미망인들을 보호하며 고아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을 하기위해 돈키호테는 편력 기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금도 편력 기사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여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는 사회라니. 도토리 하나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까지 살펴보다니 그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설<돈키호테>를 줄거리로만 봐왔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키호테의 식탁>을 읽으면서 <돈키호테>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음식들은 어떤 맛있었을까? 작가의 이런 저런 경험과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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