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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레이철 조이스
1962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했고,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왕립 드라마 예술 아카데미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99년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 2017년 작 <뮤직숍>은 <더 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뮤직숍>은 음악과 우정 그리고 사랑이 한데 어우러진 한편의 감동 드라마다. 어머니를 여의고 차 한대에 덜렁 몸을 실은채 배회하다가 허름하고 소박한 가게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영국 항구 도시의 유니티스트리트에서 음반 가게를 열게된 프랭크. 프랭크는 그곳에서 자그만치 14년동안 음반 가게를 운영하며 나름대로 많은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다. 프랭크는 손님들이 어떤 질문을해도 척척 답을 할만큼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 어렸을 때부터 육아와 집을 돌보는 일에는 서툴렀지만 음악에는 지식이 깊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기때문이다.
유니티스트리트에는 프랭크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유니티스트에서 한 때 사제 신분이었으나 로맨스 사건을 일으켜 조기 은퇴한 후 종교 선물 가게를 운영하는 앤서니 신부, 선대의 가업을 물려받아 수십 년 동안 장의사를 운영해오고 있는 쌍둥이 윌리엄스 형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맛이 정평 난 빵을 만들어온 폴란드 빵집 주인 노박, 손님들뿐만 아니라 자기 몸에도 온통 타투를 새기고 다니는 문신 가게 주인 모드,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을 놀라울 정도로 잘 찾아주는 음반 가게 주인 프랭크, 가끔 정서가 불안한 듯 보이지만 마음씩 착한 청년인 음반 가게 종업원 키트 등이다. 이들 모두가 제 각기 사연을 지니고 있지만 늘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다.
그저 소박하면서 평화로운 날들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고 엘피판 판매만을 고집하던 프랭크도 상황은 녹록치 않고, 유니티스트리트의 가게들도 존페에 기로에 놓인다.
어느날 프랭크의 음반 가게 앞에 나타난 초록색 코트의 낯선 여자는 돌연 쓰러진다. 여자의 이름은 일사 브로우크만. 지난 실연의 상처가 컸던 프랭크는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일사를 보면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행사장에서 비발디를 배경음악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음악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어. 비발디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일찍이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쌓았지. 어느 특정한 악기를 위한 곡을 써서 그 악기를 연주회의 스타로 만든 작곡가는 비발디가 처음이었어. 비발디 이전에 그런 시도를 한 음악가는 없었으니까. 비발디는 음악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심지어 바람, 비, 폭풍우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했어. 새소리와 벌레소리도 음악으로 표현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무더운 날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했지. 비발디의 음악에는 뻐꾸기 소리도 등장하고, 양몰이 개도 나와.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들으면 그가 형상화한 그림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지."
"비발디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어요?"
"비발디는 한때 요즘의 스타 배우처럼 유명 인사였어. 모두들 비발디의 음악을 듣고 싶어 했으니까. 말년에는 그를 따르던 수 많은 사람들이 모두들 떠나갔고, 죽음이 임박했을 때는 그의 옆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지. 비발디의 생애를 통틀어 그의 장례식만큼 초라한 날은 없었을거야."
"장례식 때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위대한 음악가의 장례식이었음에도 조문객 하나 없었고, 업적을 기리는 추도사도 울려 퍼지지 않았지. 그야말로 더없이 초라한 장례식이었어. 음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사람들의 인심을 얻는 데는 실패한 생을 산 거야."
주인공 프랭크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께 들어왔던 터라 음악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종종 음악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는데, 나또한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즐거웠다. 정통 클래식이라던지 작곡가는 음악시간에 이름만 들어왔고, 이 곡들은 따분한 음악이라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뮤직숍>을 통해 음악과 관련된 일화나 곡해석을 듣고 있자니 그 음악이 저절로 궁금해졌다. 이야기와 연관된 곡을 찾아들으며 책을 읽으니 한층 더 이해가 쉬워진다.
소설 속 유니티스트리에 정이 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