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저자 시아

​

<푸른 침실로 가는 길>에서는 주인공 시아가 꿈을 꾸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꿈 속의 그녀는 남자였는데, 남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가 휘두른 무언가로부터 목덜미를 찔린다. 시아는 '기억의 총'에 맞은 것인데... 이후 삶의 모든 순간들이 기억나기 시작한다. 

​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중 하나가 '망각'이라 들었다. 어렸을 땐 그 말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삶의 시간이 쌓이다보니 잊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물론 잊기 싫을만큼 아쉬운 기억들도 많지만. 시아가 끄집어낸 건 심연의 머물러있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었다.

학대인지도 모르고 폭언과 폭력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감정을 안은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관자놀이를 누르며 켠 컴퓨터에는 글이 써진다.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헤어나오는 방법은 매일 한 가지씩 살아온 기억을 쓰는 것이고, 나이만큼 글을 완성했을 때, 기억들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하게 될 거라는 것. 그렇게 그녀가 하나, 둘 떠올리며 쓰게된 기억은 죽음을 품다가 극단적 시도를 했던 그날까지도 포함되어있다. 

​

소설이었지만 시아를 보는 동안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아동들의 사연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다. 죽기 전날도 학대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을텐데 우는 것 마저 포기한 CCTV 속 아가의 뒷모습은 내게도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

사랑받지 못한 기억, 어려서부터 엄마의 학대에 노출된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망치다가 시아는 글을 쓰면서부터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회복하게 될까...? 

​

아픈 기억들이 오히려 무덤덤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더 아픈 감정을 낳게하는 것 같다. 학대에 오래 노출된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무감정 상태에 이른다고한다. 그래서 섣불리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거라고. 그나마 다행인 건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의 시아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자꾸 현실과 오버랩되서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세상의 수 많은 시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부디 자신을 놓지 말아달라고... 그리고 우리는 세상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