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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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엄지

 

 

특이한 표지에 이끌려서 책을 펼쳤다. 이백 페이지 가량의 소설을 읽고 난 뒤, 처음 느낌은... 아, 난해하다. 난감하다... 어려운 것 같기도. 고등학교 시절, 이상의 <거울>이나 <오감도>라는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이다.

 

다시 줄거리를 되짚어보자면 주인공 R은 5m아래로 추락해서 기억을 잃는다. 하지만 R은 자신이 기억을 잃었는지도 조차 모르고, 기억과 망각 어디쯤에서 잔뜩 흩어진 기억 조각들을 늘어놓는다.

 

동료L의 죽음, 반복되는 매일 속에서 어느새 무의미하다고 느껴진 직장의 점심시간이면 늘 함께 밥을 먹었던 직장 상사와 동료 L의 이야기... 또 그는 아내와 그녀의 고향 제인에서 겨울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아내의 동료가 운영하는 횟집에 들러 세꼬시와 술을 먹는다. 이후 함께 언 모래 위를 걸었는데 R이 정신을 차렵을 무렵엔 차가운 모래에 뺨을 대고 엎어져있는 자신만 있을 뿐이다. 아내가 없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의사의 말, 차가운 호수바닥... 끊임없이 장면을 바꾸는 기억들.

 

 

천장은 무너지지 않는다.

바닥이 가라앉는 일도 없다.

R은 사라지지 못한다.

R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어두움이 눈앞에 있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일주일은 반복을 암시하는 속임수다.

동그라미 같은 인생이라고 검지로 허공에 원을

그런던 아내가 떠올랐다.

아내의 손끝은 차갑고 가늘다.

p.79 중에서

 

온통 뒤죽박죽으로 섞인 R의 시간들. 그속에서 나는 혼란과 또 궁금증을 가진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아내는 결국 어찌된거지? 떠났을까? 그리고 L의 죽음 이후, L과 함께 점심 먹는 장면을 떠올리는 그의 기억은 과거와 현재도 뒤섞인 탓인걸까.

 

이 기억의 파편 속에서 R은 끝없이 헤매는데... 사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혹 이 파악하기 어려움이 의도인걸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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