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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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국선

 

영화가 좋아서 영화관에서 일하고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를 만들었다...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사람들과 오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작가가 영화이야기와 함께 이를 바탕으로 인간 그리고 나에 관해 이야기 한다.

 

1장 영화는 어떻게 인간을 치유할까

2장 내가 좋아하는 나로 성장시키는 영화의 힘

3장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한 영화 사용법

4장 인생 여행자를 위한 일곱 가지 영화 목록

5장 영화는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그 모든 것이다.

 

꽤 많은 영화를 봤다고 자부했지만 책 속의 영화는 반 넘게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 견해가 덧붙여져서 내겐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더 감동적이기도 했으며, 아직 보지 못한 영화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 2013>이 꼭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였는데...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마담 프루스트가 건넨 차 한잔과 마들렌 한 조각을 통해 잊고 있었던 심연의 기억과 마주한다. 주인공 폴 또한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서 어릴 때의 기억을 끌어올리는데, 어린시절 몽글몽글한 추억들이 떠올라 폴을 조금씩 웃게 만든다. 하지만 폴은 아빠가 엄마를 때리던 그날의 기억과도 마주하고 폴은 뒤이어 만나게 될 기억들이 두려워진다. 하지만 나쁜 기억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변하는 건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과거는 그대로 과거가 된다.

 

"나쁜 추억은 헹복의 홍수 속에 가라앉아, 수도꼭지를 트는 건 네 몫이란다."

p. 21중에서.
 

 

폴이 용기를 내어 다시 끌어올린 기억은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해준다. 아버지가 엄마를 때린 날의 모습 뒤에 감춰진 아버지의 좋은 기억과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면서 그동안의 상처 속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영화 속 대사도, 그리고 이를 해석하고 있는 작가의 글귀도 어쩐지 내 마음 속에 울림을 주는 것 같아서 꼭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지만 그 상처 속에 머무르게 되면 변하는 건 없으니 앞으로나아가야 과거는 과거가 되고, 앞으로 만들어 갈 행복한 시간들이 나쁜 추억을 가라앉히게 된다는 이 말이 내게도 기분 좋은 해석으로 들려온다.

 

 

"<마담 플루스트의 비밀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폴의 엄마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이다. 폴의 미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엄마는 '어느 쪽도 바라지 않는다'라고 노래한다. 아들의 인생은 아들이 결정할 거라고, 필요한 건 그저 사랑, 꿀, 햇빛, 그뿐이라고. 엄마의 메시지는 마담 프루스트에게로 이어진다. 그녀가 폴에게 준 쪽지에 적혀 있던 말. Vis ta vie. 프랑스어로 '네 삶을 살아라'라는 뜻이다." p.24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의 힘' 중에서.

 

영화도 책도 좋은데, 영화와 책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영화 속 삶들을 바라보며 일상에서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또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영화 보고를 나와서 재잘거리며 한참 수다를 떤 기분이랄까. 책을 읽은 느낌은 딱그랬다.

 

 

"형과 기적을 바라며 떠나오는 과정 동안 아이들은 작은 기적들을 경험했다. 꾀병을 부리는 아이들을 양호 선생님이 모른 척 눈감아줬고, 외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조퇴를 위해 학교에 찾아왔고, 경찰에게 인되되려던 순간에 아이들의 거짓말에도 한 노부부는 자신의 자식들처럼 받아줬다. 그러나 아이들을 도와준 어른 중 완벽한 어른은 없었다. 자식을 돌보지 않는 아빠, 술에 빠져 사는 엄마, 아버지가 없는 사람을 수업 시간에 공개적으로 손을 들게 하는 선생님, 꾀병을 많이 부려본 양호 선생님, 자식이 도망가 가족이 없는 노부부 등 불완전한 어른들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p. 78 '아름다운 영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위로의 빛깔' 중에서.

 

 

나는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일거라 생각했다.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이상에 가까운 삶을 살아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불혹에 가까워지고 있으면서도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나를 보게 된다. 육아를 하며 아이와 부대끼면서 생기는 불편한 감정들을 감당하지 못해서 목놓아 울기도 하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힘듦을 남편에게 푸념하기도 한다. 참을 건 참으면서 또 그렇지 못한 것들은 조금 나아질거라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오늘도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완벽한 어른이 없듯이 완벽한 삶도 없지만 이걸 인정하면서 내일은 나아진 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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