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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나의 기억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21년 1월
평점 :

손승휘_소설가, 프리랜서
시골에서 길냥이들과 살기 시작하면서 마치 고양이 장레사라도 된 것처럼 길냥이들을 많이 떠나보내고 있다. 굶고 다치고 추위를 못 이겨 떠나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중에 느닷없이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시름겨운 와중에 이번 겨울은 어김없이 왔다. 그는 아이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3년 전, 고양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실수로 아기고양이는 엄마고양이와 떨어졌고, 그렇게 태어난 곳 언저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 때, 마음 좋은 분께 가까스레 구조되어 아기고양이는 잠시나마 보호를 받는다. 그 때 아기고양이의 사연을 보고는 '에이, 내가 어찌...'라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 창을 닫았는데...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그 눈망울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더랬다. 그렇게 나는 용기를 내어 전화버튼을 눌렀지만 아기냥이의 임양처가 이미 구해졌단다. 그래서 좋은 곳에 갔구나하고 포기했을 무렵 다시 걸려온 한통의 전화. 입양자가 이 녀석을 데리고 가지 않았단다. 그렇게 나의 묘연은 시작되었다. 나의 반려냥이 꼬미. 그리고 딱 일여년만에 함께 하게된 요미. 나는 두마리 냥이의 집사다.
<지난 겨울 나의 기억>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카페를 운영하며 글을 쓰는 경민, 가고 싶을 땐 훌쩍 떠났다가 또 어느날이면 불쑥 나타나는 경민의 친구 우식, 얼핏 차가운듯 보이지만 고양이를 무한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상지. 그리고 어느날 카페 앞에서 엄마를 찾으며 울던 아기 고양이 호야, 이사가는 주인에게 버려진 앵초와 패랭이.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다. 죽을 수도 있는 추위 속에서 하마터면 외로울 뻔했지만 운좋게 경민의 카페에서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되는 세 냥이들. 또 냥이와 함께하면서 덩달아 따뜻해지는 사람들. '동물과 사람의 공존'이란 단어는 이런 장면에 어울리는게 아닐까싶다. 하지만 이들에게 따뜻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 가슴 속 슬픔을 꺼내서 보여주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틀린 말이야. 내 슬픔을 알아도 되는 사람은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야. 내 슬픔을 이해할 만한 사람, 내 슬픔을 어루만져줄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인 거라고." p.139 중에서.
며칠 전에 사람들이 떠나버린 재개발 지역에서 헤매고 있는 고양이들과 또 이들을 돕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보았다. 더군다나 이번 겨울은 혹독하리만큼 추운데...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위험하기도 한 그곳에서 작고, 여린 생명들이 얼마나 외로울까. 안타까운 마음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이불과 수건을 정리해서 고양이 쉼터로 보냈다.


길 한 모퉁이 작은 공간 즈음은 이들에게도 내어주며 함께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애당초 우리 인간의 것도 아니었으니. 그렇게 함께 어울려서 살 수 없을까...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또 마음 한 켠이 시리기도 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사람이. 고양이란 존재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