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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 - 아들 셋 엄마의 육아 사막 탈출기
김화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저자 김화영
전업 주부 7년차인 지금은 삼형제를
키우고 있다. 유년기, 청년기, 신혼기를 지나
당도한 육아기는 '인생 4막'이자 가장 치열한
'육아 사막'이기도 하다. 자매로 성장한 저자에게
아들 셋을 돌보는 일은 매 순간이 도전이다.
현재 '사는 일'을 연구하고 있다.
다수의 여성들이 육아하면서 겪게 되는
고충으로는 시간 맞춰 수유해야하니 편히
잘 수 없다는 것과 출산과 육아로 인해 떨어진
체력, 그리고 긍정적이지 않은 쪽으로 변한
몸(?)에 의한 자존감 상실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상실감은 사회에서든, 가정에서든 온전한
'나'로 설 자리를 잃었을 때였다.
성취욕이 높은 편인 내가 두 아이를 낳은 후엔
곧바로 누군가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려졌다.
엄마가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내 이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 같아서 슬폈다.
게다가 아이가 자라서 기관에 다니고,
그렇게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까지
아이 한명당 3-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첫 출산 후 올해로 10년이 흘렀다.
일을 하든, 무언가를 배우게 되든
하루에 얼마쯤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니... 지금은 두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때보다 훨씬
집에 오래 머무른다...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의 작가는
아들 셋의 엄마로 고군분투 중이다.
책은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육아동지라는 것만으로도 동지애가
생기는 듯 한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내가
닮은 점이 꽤 많다는 걸 느낀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수시로 어긋나는
계획과 일정을 마주하면서 삶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게 됐다. 삶은 매일 급하게 해치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살피며 음미해
가는 것임을, 시간에 쫓기는 게 아니라
내게 중요한 것에 시간을 들여 쓰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p.29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뜨끔하면서도 와닿는 구절이다.어쩌면 나는 이 구절을 읽던 당일까지도
급하게 해치워야 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더 많을거란 걸 이해는
하면서도 이해하기 싫었던 것 같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아이 탓을
하고 또 자책하는 나를 보곤 했으니...
하지만 작가는 현실과 이상 속에서 현명한 타협안을 내놓고, 이를 실행한다.
매일의 미션 한 가지를 완수한 다음, 나머지는
남편에게 부탁하거나 다음을 기약한다.
그렇게 그녀는 가사와 육아의 무게를
덜었단다. 다른 말로 결국, '내려놓기'를
실천했다는건데,내가 시도하려고 했던 그것과
조금 다른 점은 실현가능한 미션 한 가지는
완수했다는 것! 나의 경우, 어느 날은 힘들다고
완전히 내려놓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며
금세 좌절하곤 했는데...
작가의 방법은 한 가지 미션만큼은
완수했으니 거기서 오는 만족감도 있었을 듯하다.
그렇게 하나씩 채워가며 삶을 음미해간다는
그녀의 방식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번주 내내 뜻한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콱 막혀있던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가 된다.
나도 좋은 엄마 말고, 그저 나다운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