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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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재

1971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실천문학>에 소설을, 2007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책은 주인공이 곤륜산에서만 자란다는 '돌배나무의 라欏'라는 이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노가 성을 가져서 그녀는 '노라'.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멈추어버린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돈이 없어서 대학을 포기해야 했고, 다음은 현재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어제, 오늘 같은 전화번호로 노라에게 걸려온 네 통의 전화, '모라'다. 모라와 노라는 7년을 함께 산 의붓자매다. 노라는 친엄마의 재혼으로 계부와 그의 딸인 모라와 함께 생활하지만 7년 만에 이혼하며 각자의 삶을 살게 되고, 모라는 전화로 노라에게 계부의 부고 소식을 알린다.

"그 부녀에게 그런 대화 방식은 익숙한 모양이었다. 그 둘에게는 확실히 익숙하고 일상적인 교감 같은 게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깨달을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른 척하는 것뿐이었다.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못 본 척, 다행히도 그건 내가 아주 잘하는 일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다가 나중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건 여러모로 사는데 편리한 태도였다. 더는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p.70 '노라의 말' 중에서.

"그 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목구멍이 뜨거웠다. 한밤에 돌아와 이불장 안에서 나를 찾아낸 아버지에게서 나던 잉크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풍기던 단내를 떠올리며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그 날 엄마는 아버지와 내 삶에서 완벽하게 사라졌다." p.115 '모라의 말' 중에서.

처음 만나 한 방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에는 의지하고, 서로의 체온을 맞댄 채 잠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순간부터 변화를 느끼고,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생략하기에 이른다.

어머니께 존재의 이유 자체를 부정 당하는 노라, 그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새 어머니를 받아들이는 모라... 불안정한 가정 환경 속에서 덤덤한 듯 그렇지 않았던 노라와 모라의 감정들이 외롭고, 가슴이 아프다. 둘은 아버지의 화장장에서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린다. 노라의 시선에서 바라봤던 모라 그리고 모라의 시선에서 바랐봤던 노라의 모습이 교차한다. 같은 상황에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한 명에게 존재하는 기억이 다른 한 명에겐 없다. 서로가 가진 각각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독자는 보다 많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서로의 소식을 묻지 않음으로 인하여 분리되었던 이들의 시간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아팠지만 함께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조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데...

소설은 노라와 모라처럼 서로에게 있었면서도 없었던 이를 떠올리게 한다. 내게도 있었면서도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노라와 모라를 보니 그 친구가 떠오른다. 그 언젠가 우리도 만나면 조금은 나아갈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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