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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저자 이광식
별과 우주에 관해 그리 아는 건 많지 않지만, 밤하늘을 보고 있자면 우주가 궁금했던 10대의 내가 떠오른다. 제 각기 다른 밝기로 빛을 뿜어내는 별을 보면서, 몇 년에 한번씩은 이따끔 긴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는 유성우들 속에서, 별자리들의 이름을 외면서 꿈꾸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우주로 사라지기 전에 어쩌다 우연히 태어나 살게 된 이 우주란 동네를 좀더 알아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책을 펼쳐든다.
천문학 서적을 읽고 싶었지만, 늘 도중에 관두었다. 문과 출신인 내게 처음보는 수식과 단위들이 잔뜩 나열된 책들은 이미 더는 어쩌지 못 하는 상태가 되어 포기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작가는 그래서 조금은 쉬운 천문학 이야기를 펼쳐보고자 노력했단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있고,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책 중간에 '재미난 쉼터'를 삽입하여 흥미있는 질문거리를 던지고, 독자들로 하여금 답을 읽고, 찾는 과정에서 재미를 더하게 한다.
1장.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장. 만물의 근원인 수소가 맨 처음 한 일
3장.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4장. 우주는 얼마나 클까?
5장. 우주는 끝이 있을까?
6장. 우주에서 가장 기괴한 존재, 블랙홀
7장. 알수록 신기한 '태양계' 동네
_우주에는 끝이 있다? 없다?
"그러니까 우주에 대해선 끝이 있다는 것도 모순이요, 없다는 것도 모순이라는 논리가 된다. 이처럼 우주의 끝을 찾는 문제는 언뜻 단순한 듯하면서도 실상은 심오하기 그지없는 문제다. 또한 그것은 우주의 구조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주가 무한하다고 하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으므로 속이 편하긴 한데, 우리가 볼 수 있고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 국한해 생각한다면 우주의 끝은 분명 있다."
p.150 본문 중에서.
인간의 기술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라 결론이 나지 않은 원론적인 질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있다. 일단 작가가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다.


우주 지평선으로부터 오는 빛은 오늘까지도 우리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기때문에 공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주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별의 탄생부터 죽음 그리고 적색거성이나 초신성이 최후를 장식하면서 뿜어낸 별의 찌꺼기들이 우주공간을 떠돌다가 다시 별로 태어나기를 거듭하는 별의 윤회까지.) 이 광활함 속에서 인간은 미약한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부쩍 겸손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 철, 칼슘, 요오드, 탄소 등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전부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란다. 우리는 별의 자녀라는 작가의 표현이 재미있다.
"우리는 별에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메인드 인 스타'다. 만약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죽으면서 아낌없이 제 몸을 우주로 내놓지 않았다면 여러분이나 나, 그 어떤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나와 별, 나와 우주의 관계다."
네온 사인이 휘황찬란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사느라 어린 날의 그 날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매일같이 바라볼 순 없게 되었다. 간혹 가다가 밝은 별 두서너개 보이는 정도랄까. (그마저도 안 보고 사는 것 같다.) 책을 통해서라도 밤하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별의 희생으로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거라 나를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아이들과 꼭 우주와 별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