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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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 한비야. 


그녀의 책이 출간되었다. 학생시절 내겐 우상같았던 그녀의 행보가 궁금했던 찰나였다. 고민하지도 않고 책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30대에 육로로 세계일주를 하고, 40대에 한국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에서 일했던 그녀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평생의 반려자가 생긴 것. 벌써 결혼 3년차라는 사실이 놀랍다. 상대는 긴급구호 현장에서 약40년간 일한 60대 중반의 네덜란드인,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다. 은퇴 이후, 1년에 3개월은 한국에서 살고 그 외엔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 정착해서 시간을 보내며 바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책은 60대에 자발적 장거리 부부로 사는 한비야와 안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살며, 각자 고유의 맛과 색깔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유분방하면서 선은 지키고, 또 서로의 생각은 존중하면서 인정해주는... 편안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들여다본 듯 하다.


"안톤, 우리가 결혼한다면 이런 식이겠지? 과일마다 제 맛을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섞여 더 맛있어지는 이 칵테일 같은." . . 과일 칵테일이 맛있고 보기도 좋으려면 한쪽 과일 맛이 너무 강하거나 한쪽의 양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흡수나 동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흔히 결혼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이라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불완전한 두개의 반쪽이 모여서 비로소 하나의 완전체가 되는 게 아니라, 혼자로도 이미 완전체가 되어야 둘이 있어도 완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p.268 중에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내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이 집중된 우리 부부의 현재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10년 후와 언젠가 세상과 이별할 그날까지 생각해두는 그들을 보며 잠시나마 나의 10년 후와 그날도 떠올려본다. 그리고 '배움'에 목말라하지만 쉽사리 시작하지 못 하는 나와는 다르게 한비야님은 여전히 배우고, 여행하는 삶을 살고 있어 내심 부럽기도 했다. 그녀의 책을 읽기 시작한게 90년대였는데...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어서 대단해보였다. 10년 전, 그녀의 강연에 참석했을 때, 느꼈던 열정이 책에서 온전히 느껴져서 기뻤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앞두고 계획을 짤 때마다 흥분된다. 여행 전 계획할 때가 여행보다 더 설레고 재밌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의 할 일 목록에서 한 일을 하나하나 지워나갈 때 느끼는 즉각적인 성취감 또한 쏠쏠하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지만 이 덕분에 이만큼이나마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고 굳게 맏는다. p.94 중에서


60대에도 여전한 그녀의 열정을 30대인 나도 닮을 수 있을거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기 시작한다. 또 그들 부부가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외국인의 입장에서 서로의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과 네덜란드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씩씩한 그들 부부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내게도 좋은 기운이 감돈다. 그걸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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