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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평점 :
저자 하라다 마하
노랑노랑한 배경에 일러스트가 귀여운 책표지와
<방랑가 마하의 어슬렁여행>이라는 제목이
궁금하고, 신선해서 읽게 된 책이다.
미술에 조예가 깊고, 그 계통의 일을
오래해 온 '하라다 마하'에게 여행은...삶이다.
마음에 꼭 맞는 여행 동반자이자 알게된지
삼십 년은 훌쩍 지난 친구 '오하치야 지린'과
오로지 멍하니 있는 것에 중점을 둔 여행을
지향한다. 여행 전날까지도 필사적으로 일하다가
기껏 떠나온 여행에서 주로 하는 일은 멍때리기라...
'방랑자'라는 단어에 마음이 쓰일만큼
나의 전성기(?)도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이었다.
대학에서 기자활동을 하면서 취재차 다닌다는게.
방학이면 서울,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 경북,
경기, 일본, 북한(금강산)까지.
참...가리지 않고 고루 잘 다녔던 것 같다.
부모님이 전화할 때면 "어디냐-"로 시작되는
딸의 안부 전화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돌아다니는 걸 참 좋아했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처음으로
맞닥뜨렸던 시련은 보고 싶은 사람 보러,
가고 싶은 곳에 훌-쩍 갈 수가 없었다는 거였다.
지금은 그 때 만큼 체력도, 시간적 여유도
허락치 않아 꿈 꾸는 걸로 그치고 만다.
오히려 시간이 생겨도 집이 좋은 집순이가 되고있다.
이런 내게 책은 살랑살랑 잔잔한 바람을 일으킨다.
낯선 곳에서 의도치 않게 알게 된 사람들과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일.
그리고 그 곳만의 독특한 문화와 음식.
그것들이 가져오는 신선함과 재미를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오랜만이다.
작가는 여러 나라를 비롯한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음식을 소개한다.
그 중 미술을 주제로 한 글을 쓰고자
작중에 등장하는 고흐에 관해 취재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그림 속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가
어떤 마음으로 이것들을 화폭에 담았을지
작가가 유추하는 부분에서 고흐의 또 다른 면을
알게된다. 우리집 벽 한켠에는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가 걸려있는데,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했던 이 그림이
이유도 없이 좋았다. 보기에도 흐드러지게
핀 꽃이 밝고, 생명력 넘치는데 이 그림을 그렸던
시기가 고흐에겐 인생에서 제일 힘든 때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고흐는 이상 행동 이후, 요양원에서 지내며
주변의 목가적인 풍경을 소재로 삼아
많은 그림들을 그렸는데, 이를 작가는
살기위해 그린 그림이라 해석한다.
이렇게 알고보니 그림의 깊이가 더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책 덕분에 '고흐'라는 화가가 더 좋아졌다.
<방랑가 마하의 어슬렁여행>은
말 그대로 마하가 어슬렁 다니는 여행인데,
그것에서 오는 여유가 느껴져서 나도 잠시나마
느긋해진 기분이다. 더불어 미술에 조예가 깊은
작가에게서 그림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것또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