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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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읽다보니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잠을 줄여가며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펼쳐든지 채3일이 지나지 않아

단숨에 읽어버린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사라가 가장 믿고,

사랑했던 남자친구 호아킨에게 

배신당하며 시작한다.

인생에서 제일 힘든 순간에

만난 말하는 고양이 시빌.

시빌의 뜻밖의 방문으로 사라는 그녀와 함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현재보다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고통 속에서 좌절하는 사라에게 시빌이

제안한 건 고통도 세상에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끝이 날거니

억지로 제어하려하지 말고,

그냥 제자리에 두라는 것... 



아. 꽤 신선한 조언이 아니던가.

나는 내게 고통이 찾아올 때면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동분서주했던 것 같다.

때론 아프지만 그대로 두면 또 그런대로

흘러가는 것을. 어쩌면 그게 

세상의 이치라는 생각도 든다. 







난 한숨을 쉬면서 높이 솟은 집 천장의

균열을 응시했다.

"난 애인도 없고, 돈도 없고, 희망도 없는데

머리는 쓸데없이 핑글핑글 돌고만 있어서

멈출 수도 없어. 좋아하지 않는 사람 옆집에 살고,

좋아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게다가 또 뭐가 있게? 

이제 비도 내리네."

시빌은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으으음, 그럼 너 이는 어때?"

"뭐?"

"아주 심하고 짜릿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누가 네 잇몸에 망치로 쐐기를 

박아 넣는 것 같은 고통이 있느냔 말이야."

'으아아! 그런 말을 왜 해? 없어! 없다고!"

.

.

"너 왜 나한테 그런 끔찍한 말을 하는거야?"​

"나야말로 왜 네가 자신에게 끔찍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나?"

"너는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너한테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잖아. 네가 잃어버린 것들과 앞으로

가질 수 없을 것들, 좋아하지 않는 것들 등등..."

p.249 본문 중에서.


때론 우울해지면 투덜이 스머프가 되는 내게

시빌이 말해주는 것 같았던 말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염려하고 그로인해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가 있는데,

내 자신에게 끔찍한 말을 해가며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빌이 던지는 말이 사라가 아닌 내게 해주는 

말같아서 어쩐지 그녀에게서 

제대로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팍팍해지는 현실에 '나는 내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걸까?'라는 고민과 숱한 자책 속에서

예민해져있었는데, 끔찍한 말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시빌의 말에 온기를 느낀다.

내 인생에는 다른 것들이 있으니까.

사랑하는 아이들과 남편 또 냥이들까지.

내 곁에 긍정적인 것들로 오늘을 채울 수 있으니

괜한 것들로 힘들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사라는 시빌과 함께 진짜 세상을 보는 방법을

깨닫고, 고양이 요가도 배운다.

충만한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또 통렬한 말을 듣기도하면서.

그렇게 성장한다.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따뜻한 이야기는 글귀 하나하나 새겨가며

천천히 읽기를 좋아하기에

기억에 남는 시빌의 말들은

페이지를 기억했다가 몇 번이고

되뇌였다. 책장을 덮으면서 잔잔하면서도

몇 번이고 가슴을 뭉클하게했던 말들은

여전히 가슴 속에서 울리는 기분이다.

사라의 성장기이기도하면서

내가 위로 받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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