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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ㅣ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Book Review
이어령 님의 책은 항상 지성이 가득하다. 평소 내가 생각해 보지 못한 관점과 통찰들을 볼 수 있어서 읽을 때마다 항상 놀랬던 것 같다. 이 <땅속의 용이 울 때>를 읽으면서도 항상 그랬듯,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작년 초에 돌아가신 이어령 님의 책 중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이 '눈물 한 방울'이란 책이었다. 그 책이 인터뷰 책을 제외하고 선생님이 쓰신 마지막 책이라고 해서 찾아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역시, 나처럼 이어령 님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그 이후에도 간간이 선생님의 책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인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된거였다. 오래전에 나온 책 내용에, 어떤부분은 현재의 관점에서 생각이 수정되었다고 말하는데, 그것을 그렇다라고 밝히고 있는 문장들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읽는내내 '역시 한국 최고의 지성인이다!'라고 감탄하며 책을 읽었다.
<땅속의 용이 울 때>는 한마디로 말하면 지렁이로 시작해서 지렁이로 끝나는 이야기다. 다소 뜬금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앞부분에는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말년에 오랫동안 연구했다는 지렁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책 좀 읽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박완서 님의 소설 <지렁이 울음소리>도 언급된다. 그 책 제목을 보고 누군가는 지렁이가 어떻게 우냐고 하지만 나무라지 말라고 이어령 님은 말하는데, 옛 조상들은 땅강아지 소리를 조상들은 지렁이 울음소리라고 생각했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도시에서 자라지 않았어도 땅강아지를 본 적이 없어 왠지 귀여울것 같아 찾아보았는데 전혀 강아지답지 않은 곤충이었다...^^; 어쨌든, 결국 '지렁이 울음소리'란 우리 민족 '생명의 소리'라고 정의하는 있는 책이다. 그 흐름이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되는지 책을 읽게 된다면 다들 자연스럽게 고객을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한국인에 대해, 한국인들의 문화에 대해 이렇게 잘 파악하는 책은 드믈지 않을까 생각됐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의 시대, 꼬부랑 꼬부랑 이어져 내려온 한국인들의 삶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내용 중에 특히 인상깊었던게 우리 민족은 지금껏 한번도 남을 한번도 짓밟지 않는 민족, 정복하지 않았던 민속이라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시대에 따라 이어령 님의 이름이 표기가 계속 변했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름으로만도 역사를 알려주시다니,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는 선생님이다!
이 <땅속의 용이 울 때>는 유고작 기획으로 총 6권으로 이루어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에서 두 번째로 출간된 책이었다. 사실 나는 1권 '별의 지도'를 읽어보질 못해서 시리즈 책인지 몰랐지만, 책 맨 끝부분에 앞으로 출간하게 될 이어령 유고작에 대해, 친절히 표로 정리되어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아! 책 곳곳에 엮은이의 글이 이어령 님의 글에 대한 배경 소개 또는 해설을 해주고 있는데, 덕분에 읽는 동안에 내 이해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내 속에 있는 한국감성을 끌어내준 책이였다.



Collection of Sentences
흙과 바람. 우리 몸, 육체는 흙이에요. 마음, 또는 정신이라는 것은 바람이에요. 흙은 변하지 않지만 바람은 수시로 변해요. 그러니 우리에게는 변하는 '나(마음)'와 변하지 않는 '나(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나만이 아니라, 한국인에도 그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법이에요.
문화라고 하는 건 정치.경제.사회 같은 바위와 싸워서 이길수는 없어요. 그러나 그 딱딱한 바위를 덮는 이끼는 될 수 있죠. 이 메마른 정치.경제.사회를 깰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노래, 시로 감동시켜 생명의 이끼로 덮어버리는 거죠. 그 딱딱한 바위에 초록색 이끼가 돋아나는 거 보세요. 기가 막히잖아요? 이런 게 기적이죠. 흙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그 딱딱한 바위를 초록색 부드러운 이끼로 다 덮어서 생명이 거기서 싹트게 하니 기적이지요.
모래와 흙이 어떻게 다를까요. 흙은 유기체입니다. 흙이라는 건 생명체가 죽어서 쌓인 유기물, 우리는 그 사과 껍질 같은 30cm 지표를 파먹으면서 살아요. 흙이 유기체라는 건 옛날 생명들이 아직도 흙으로, 유기물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 내가 내 땅을 내 발로 딛는다는 건 내 역사를 밟아서 체감해 본다는 뜻이고, 나보다 앞서서 죽어간 그 사람들의 피가 내 속으로 들어온다는 거예요.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