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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Book Review
고통, 구경하는 사회. '나는 아니야'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나 또한 유튜브, SNS, 인터넷 기사들에서 타인의 고통에 더 눈길을 뺏기는 게 사실이다. 사건사고, 희생자와 피해자. 점점 자극적인 뉴스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지금껏 기자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들이 일을 할 때 어떤 심정으로 취재를 하고, 무엇을 추구할지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사실 최근 들어 기자 같지 않은 기자라 하여, 일명 '기레기'라고 불리는 경우도 종종 봐온 터다. 그만큼 기자의 품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럴 때에 읽게 된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생각해 보지 못한 언론인이란 직업군에 대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김인정 님이다. 읽으면 언론인으로서의 통찰을 기록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스스로의 반성문 같기도 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내게 질문들을 던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처음으로 책을 낸 것 같은데, 기사를 많이 쓰셔서 그런가 책 읽는 내내 글 엄청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인 사건 내용들을 부드러운 문장으로 연결시키고, 예리하게 우리에게 되묻는 방식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고통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하이에나 무리에 속해 있는 것처럼
초반부에 나오는 일할 때의 모습을 스스로 표현한 문장인데 '사건을 쫓는 기자의 삶이 그럴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밤사이에 누가 살해되지 않았나, 불이 나서 죽진 않았나, 차에 치여 죽지 않았나, 졸린 눈을 비비며 찾아보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는데 그 모습을 하이에나라고 표현했다.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기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슬픔으로 가득 찬 유족들을 만천하에 알리려 왔구나 '괴롭히구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그들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사고를 쫓는 기자님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가졌던 의문에 대해 정리를 하고 해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했던 고민 중에 영화 '도가니'와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가 불러일으킨 뜨거운 사회적 관심.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저자는 그 형상을 보면서, 그것들이 나오기 전에도 분명히 뉴스 기사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때는 왜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인지 기자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나도 그 두 가지 작품을 다 봤는데, 뉴스로 봤을 때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었다. 책을 읽어보면 고민 끝에 저자는 공적인 애도에 대해 기사를 쓰려면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사건을 육하원칙에 따라 쓰이는 것은 맞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와닿고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앞에서 왜 영화로 나온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인가에 물음에 대한 답이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팩트를 주요하게 생각하는 언론이지만, 그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고통을 구경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구경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이 책의 주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애도여야 한다. 피해자를 공감하고 희생자를 연민하고, 나아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쉽게 읽히지만 내용은 절대 쉽지 않았던, 내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Collection of Sentences
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해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언론이 하는 일은 겪은 이들과 겪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기억의 연결고리가 깜빡이다 꺼지지 않도록 기능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Design Review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눈물 한 방울과 그 속에 담긴 무지갯빛 그래픽. 한 방울의 눈물 속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디자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겉표지를 벗기면 문이 열린 곳에 같은 무지갯빛이 채워져 있는데, 저 문 너머로 넘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왠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저 너머에 있을 것은 느낌이랄까. 나는 북 디자인이 예쁘면, 책이 더 잘 읽히는 기분이 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