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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 -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환대하는 법
최나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최고의 에세이 #모리함인생을담아드립니다
글 감성이 나랑 결이 맞고 글도 잘 읽혀서, 책 펼치고 나서 단번에 다 읽은 책이다. 이런 책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순전히 책 표지가 예뻐서 선택한 책이었다. 제목을 봐도 무슨 내용일지 감이 안 오고, 띠지에 적힌 짧은 슬로건을 보고 기억, 추억에 관한 에세이구나 정도만 짐작했을 뿐이다. 책의 표지에 조금은 예스러운 신부의 사진이 있고 아래쪽에 진주 목걸이가 있는데, 나무로 된 사각 프레임이 그 두 가지가 담아내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벽돌색(?)에 그 액자 같은 것이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 이미지가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그 사각 프레임은 저자가 만든 모리함이고, 돌아가신 저자의 엄마의 물건을 담아낸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표지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모리함에는 그리움을 안고 오는 사람들이 모인다. 각자의 액자와 이야기를 들고"
처음엔 모리함이란 단어가 낯설었다. 그리워할 모, 특별하게 다룰 리, 담을 함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것을 특별하게 담는다'라는 뜻. 저자가 만든 사업체 이름이자, 이 기억 표구의 이름이라고 한다. 표구란, 종이나 비단 등을 발라 족자·액자·병풍 등으로 꾸미는 일을 뜻한다. 보통 인사동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액자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리함의 뜻을 풀이하니, 이름도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중요한 물건을 추억하거나, 기리거나, 기록하기 위해 모리함을 찾는다고들 하는데, 이 책의 내용이 바로 그 찾아오는 분들의 이야기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억하기 위해, 태어난 자녀의 성장을 축복하기 위해, 나의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 은퇴하시는 지인을 위한 선물을 위해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만났다. 각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그 사연담은 모리함의 사진들이 있어 그들의 감동을 나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저자의 첫 번째 직업은 IT 회사에서 상품기획자였다고 한다. 그것도 10년 중 5년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서비스 일을 했다고 하니 그쪽에서 인정받는 위치였음을 알 수 있다. 바쁘게 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던 중 엄마의 죽음을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뀐다. 그냥 쉽게 생각해도, IT 회사를 다니다가 표구를 하게 되었다는 그 전환이 너무나 드라마틱 하다. 표구를 배우기 위해 인사동의 화랑이나 화방의 액자 집들에 문을 두드리며 표구를 배우고 싶다, 가르쳐달라고 돌아다녔단다. 남자가 하기도 힘들 걸 여자가 어떻게 하냐고 거절을 당했지만, 몇 번의 도전 끝에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모리함 대표이면서 국가유산수리기능자 라고 한다.
내가 표지 디자인 말고 이 책에 관심을 갖은 또 다른 이유가 평소에 좋아하던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사가 있었다는 거다. 알고 보니 교수님도 모리함에 중요한 걸 담으셨다고.(무엇인지는 책 속 추천사에 있어요:)) ‘내 모리함에는 무엇을 담을까?‘ 그래서 나도 고민해 보았다. 내 인생을 딱 반으로 나눴을 때 앞부분 20년은 우리 엄마와 아빠, 뒷부분 20년은 현재 남자친구였다가 남편이 된 짝꿍으로 나눌 수 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담긴 사진들과 내게 남겨준 편지 등을 하나에 모리함에 담고, 남편과의 데이트 사진, 청첩장, 결혼식, 그리고 우리 딸의 사진을 또 다른 모리함 하나에 담고 싶다. 생각만 해도 너무 뜻깊을 것 같다. 모리함을 걸만한 적당한 벽이 생기면 정말 꼭 실천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