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충 사육 준수 사항"
고막을 울리는 작은 진동 속에서 신정수는 깨달았다. 자신의 목숨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어떤 거대한 의지 앞에 값싼 제물처럼 바쳐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감은 잔인할 만큼정확했다. 여왕은 신정수를 향해 날카로운 앞다리를 휘둘렀다. 신정수의 머리가, 다리가, 팔이, 장기들이 모조리 분리되어 허공을 잠시 유영할 때에야 그는 자신이 방아쇠 한번 눌러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그 어떤 현대의학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완벽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왜?
찰나의 부유. 바닥으로 추락하는 머리통에 박힌 두 눈으로 신정수는 여왕의 모습을 좇았다. 여왕은 번데기들 사이로몸을 눕히고 있었다. 번데기 껍데기에 사고가 멈췄다. 고작?
그 순간 번데기를 품에 안고 뛰쳐나가던 강주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오래전, 신언주가 했던 말이떠올랐다.
"짐승은 다룰 수 없는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름답고 달고 탐스러운 사과도 언제까지나 공중에 머무를수는 없었다. 필연적인 추락이었다. 오경혜는 떨어진 사과를향해 다가갔다. 그새 사과는 흠집이 났다. 보이는 건 작은 상•처뿐이었지만 오경혜는 가슴 깊이 느꼈다. 내가 사과를 죽였다. 껍질이 찢어졌어도 한 입 깨물면 과육은 여전히 달 것이•고, 끈적한 과즙이 혀를 타고 흘러내릴 터였다. 그러나 그것은더 이상 나무에 매달려 생생함을 뽐내던 열매가 아니었다. 나무에 달린 사과가 아니라 파과가 된다는 것. 오경혜는 그제야자신이 저질러온 일들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떨어진 사과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농장 아저씨가 대체무슨 일이냐고 놀라 헐레벌떡 달려왔다. 다른 관광객들이 돌아가고도 오경혜는 농장을 나서지 못했고, 착한 농장 아저씨부부는 오경혜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경혜는 처음으로 모든 말들을 남김없이 다 할 수 있었다. 농장 부부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오경혜에게말했다. 자연의 품에 기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땅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사과를 한아름 들고 농장을 나온 오경혜는 앞으로도 사과는영원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농장 부부처럼 작물을 심으며 매번 새로이 피어나는 것들을 보면서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 P1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러면 에이프릴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나는 완벽한 알리바이갖게 된다. 밤새 요양원에 있었다면 내가 어떻게 에이프릴을 죽일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에이프릴이 죽었으니 이제 나를 가둬 둘 사람도 없었다.
10분쯤 뒤 나는 다시 요양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9, 4, 1, 9.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속이 메스꺼웠지만 곧 자유로워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에이프릴은 나를 가둬 둘 수 없다. 데보라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가방에 열쇠를슬며시 돌려놓았다. 삽은 요양원 옆 숲속에 던져 버렸다. 눈이 오려면 아직 몇 주는 더 남아 있었다. 그때가 되면 데보라는 삽이사라진 것도 모를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누군가 에이프릴이 죽었다고 알려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있는 이 형사는 에이프릴이 처벌받을 거라고 한다. 내가 코트니 번스에 대해 털어놓은 이야기 때문에 오랫동안 감옥에 갇히게 될 거라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이프릴이 어떻게 감옥에 있을 수 있지?
에이프릴은 죽었는데.
그 애를 죽인 건 난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닐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료다. 바닐라 향은 뇌에 직접작용해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베이킹을 할 땐 그렇게 차분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이제 위층으로 가자.
우리 집 계단은 카펫이 깔려 있는데, 여긴 아니었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삐걱거렸다. 계단 꼭대기에 올라서자마자 열린 방문 너머로 싱글 침대와 알록달록한 침구가 보였다. 오웬 방이다. 래피가있을 곳. 침대 위에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런데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방으로 향했다. 부부 침실이었다.
그래, 좀 궁금했다. 그게 그렇게 나쁜 걸까? 엘리엇은 내 이런 호기심을 질색했다. ‘왜 꼭 모든 걸 알아야 해, 에이프릴?‘ 뭘 훔쳐 가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어떤 이불을 쓰는지, 시트는 어떤지, 옷장도 살짝만 아무도 모를 거다. 해될 것도 없고.
-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향인의 특성과 그들의 독특한 세상살이 방식을 알아가다보면, 당신이 이향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거나, 혹은 주변 사람들.
어쩌면 아주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이향인이 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당신이나 당신이 아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든 그렇지 못하든, 이향인의 경험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집단적 통념을 바꾸고 나아가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이향인이든 아니든 가장 지속하는 관계는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그 관계를 단단히 하면, 타인을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것도 당신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자신의 삶을 집단의 평가에 맡기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