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보내기로 한 게 슬그머니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바탕사람 구경이라도 하고 들어와야 잠이 올 것 같은 이상한 밤이었습니다.드디어 부부가 팔짱을 끼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기웃대보아도 우리를 받아주는 데는 없었습니다. 모두 끼리끼리만놀고 우리는 거들떠도 안 본다는 소외감이 우리를 집에 있을 때보다 더욱 쓸쓸하게 했습니다.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데가 성당이었습니다. 말이 성당이지상가 4층에 자리잡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당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자정미사는 거의 세 시간이나 걸렸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의식을 따라 하기도 벅찼습니다. 아마 이 사람 저 사람눈치 보기에 바빴을 겁니다. 초라한 성당답게 소박하게 꾸며놓은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예식도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했습니다. 자정이 지나고 배에는 시장기가 느껴졌지만 남들이 다 받아먹는 과자 같은 것도 우리에겐 차례가 오지 않았습니다.미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지독한 추위였습니다. 날을 세운얼음이 살갗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독하고 매서운 추위였습니다.그러나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안에서 폭발하는 기쁨 때문에 추위조차 쾌적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순전히자유의사로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마중하러 갔다는 게 그렇게 기뻤습니다. 생전 처음 착한 일을 한 것처럼 소리내어 뽐내고 싶게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낸 것일까. 전소해버린 줄 알았던 언어의 검부러기밑에서 올라오는 참된 음절들을 작가는 언어가 몸을 갖추기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흔적, 이미지, 감촉, 정념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신생의 언어와 사멸해가는 언어가 서로 만나 몸을 비벼대는 찰나, 우리는 아득한 기원의 세계로 돌아가 그곳에 동결해둔 인간의 아픔과 희열을 발견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된다.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참된 욕망과 조우하기 위해서는 0도 근처에서 차갑게끓어오르는 글쓰기의 언저리까지 기어이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우리는 죽음과 탄생이 새로운 몸을 얻어 환생하는 세속의 기적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게, 온전하게 몰락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소설이 우리에게 있었던가.
눈물상자
초등 6학년을 앞두고 다시금 중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현직 초등학교교사 정연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연우선생님은 현재 학급에서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어떤 모양으로 하고 있는지 콕 짚어서 여러 유형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 주고 있으며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아이들이 바르게 수학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공부하는 방법까지도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특히 내 입장에서 보면 수학공부를 과잉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는 엄마의 불안으로 아이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부분이 마음을 콕 찔렀는데 학원들의 불안마케팅에 쏟아 붇는 돈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들었다. 아이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받아 줄 수 있고 아이의 정서를 키우는 것이 수학공부에서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말 공감이 되었다. 며칠 후 있을 zoom 작가와의 만남이 너무 기대가 된다.
이 모든 것이 꿈을 통해 내게 되돌아왔다. 나는 감상에 젖어편지를 썼다. 그런 뒤 비누로 손을 씻고 따뜻한 물로 헹구었다.그 순간을 더 소중히 간직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적어도 나는 당신에게 서로 다른 꽃 이름을 물어보거나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초롱꽃, 클로버, 데이지, 서양벌노랑이꽃. 내가 편지에 썼던 것은 그것이었다. 기억할 수 있는 모든 풀과 식물의이름을 다시 듣고 싶다고. 하지만 이제 그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젠 내 삶도 얼마 남지 않았다.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당신이 내 편지를•받으면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