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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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새끼라고 하나. 개가 사람한테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거 아닌가. 아무 조건도 없이 잘해주니까, 때려도 피하지 않고 꼬리를 흔드니까, 복종하니까, 좋아하니까 그걸 도리어 우습게 보고 경멸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사람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을 하며 개새끼라는 단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나 자신이 개새끼 같았다.(13쪽)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14쪽)

증조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왔다. 잠시라도 뒤돌아보면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십칠 년 동안 살던 집, 누린내가 가시지 않던 집, 똥지게꾼도 상대해주지 않아 스스로 오물을 퍼내야 했던 집, 해질녘 구석에 핀 꽃이 예뻐 바라보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날아온 돌에 머리를 맞아야 했던, 무엇 하나 좋은 기억이 없던 집. 그 집을 떠나 기차역으로 가는데 그 짧은 길이 천릿길 같았고, 걸음걸음이 무거워 납으로 만든 신발을 신은 것 같았다.
그래도 떠나야 했다. 그게 사는 길이었으니까.(34쪽)

그녀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54쪽)

그녀는 아이가 작은 몸과 마음으로 눈치를 살피느라 마음껏 울어보지도 못하는 게 아닐지 근심했다. 그녀의 사랑은 그 근심에서 자랐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웃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마음으로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어미의 본능적 사랑 같은 것은 아닐지 몰라도.(73쪽)

그렇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러지 않든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81쪽)

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 게 생각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가 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120~121쪽)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원자폭탄으로 그 많은 사람을 찢어 죽이고자 한 마음과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긴 힘은 모두 인간에게서 나왔다. 나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별의 먼지가 어떻게 배열되었기에 인간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언젠가 별이었을, 그리고 언젠가는 초신성의 파편이었을 나의 몸을 만져보면서.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130쪽)

예전처럼 며칠씩 서로 말도 붙이지 않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일 만한 일이 우리에게는 더이상 없었다. 큰불이 나기 전에 꺼버렸고, 상대에게 작은 불씨를 던졌다는 것에 문득 무안해지기도 하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그건 우리가 그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우리는 눈빛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끝이 날까봐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137쪽)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199쪽)

편지에서 묻어 나오는 명숙 할머니의 애정이 할머니는 버거웠다.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다보면 결국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절실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으니까. 남선의 모진 말들은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할머니를 울게 했다.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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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작은 땅의 야수들 1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리더스원 큰글자도서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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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간 그들의 발자국들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야수들은 결코 옥희를눈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초가집 둘레를 포위하듯 어슬렁거리다 돌두렵게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죽음과 살해를 좋아하는 거야?" 옥희가 눈을가늘게 떴다. 계속 지속되어 온 육체와 정신의 피로로 그렇게 멍한상태만 아니었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을것이다.
"아, 그건 아니지. 난 그처럼 위대하고 아름다운 짐승이 철창 안에갇힌 채 독살당하는 걸 지켜보는 데서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않아. 그건 뭔가..... 불공평해 보이잖아. 전혀 우아하지도 않고. 하지만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적어도 그 가죽이라도 내 몫으로 찾아오고 싶다는 거야. 동물원 측에서는 그 돈으로 나머지 동물들에게 줄먹이를 사겠다고 하더군."
자동차가 옥희의 집 앞에서 멈추었다. 이토를 향한 오랜 증오심과동물원에 대해 그가 알려준 처참한 소식에도 불구하고, 옥희는 음식을 얻었으니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이토는 어깨를 으쓱여 보일 뿐이었다.
"나한테 감사할 건 없고, 그냥 내가 했던 충고나 기억해. 난 이번 금요일에 떠나니까 아마 지금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는 거겠지…………. 빌어먹을 전쟁 따위도, 외로움 같은 것도,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계속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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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 나의 갈팡질팡 지망생 시절 이야기
반지수 지음 / 송송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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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리더 연산 6A - 쉽고 빠른 드릴 연산서 초등 수학리더 연산
최용준.해법수학연구회 지음 / 천재교육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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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수학 학원없이 공부 하는 친구들이 거이 없어요. 우리 아이는 아직 초등 학원을 접하지 못했지만 학원에서도 많이 쓰고 있다는 초등 연산문제집 수학리더연산을 꾸준히 풀어가고 있어요. 


초등에서 연산은 진도책과 함께 필수 인데요. 연산이 틀리면 아무리 개념을 잘 알고 있어도 정답을 내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2학년 부터는 꾸준히 수학리더연산을 풀어가고 있어요. 
이책 수학리더연산으로 공부하면서 연산을 꾸준히 반복할 수 있게 문제량이 많아서 좋았어요. 반복을 할수록 문제의 정답률이 높아지고, 문제를 풀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체감 할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아이는 단원의 개념을 만화로 표현해 준부분을 마음에 들어했는데 초등아이답게 학습만화를 좋아하고 이해 하기 쉬워 하는 부분은 어쩔수 없는 부분 인 것 같습니다.
학교 교과서에서도 단원 도입에서 학습 만화로 설명을 하고 있어 아이가 더 익숙해 하는 것 같았어요.

단원평가 부분 퀴즈를 풀어가면서 아이가 더 익숙해지고 빠르게 문제를 풀어 가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저희는 겨울 방학동안 수학리더 연산과 수학리더 개념책을 한권더 구입해서 풀어 보면서 다음학기 준비를 잘 해보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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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셀프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현재와 미래가 달라지는 놀라운 혁명
벤저민 하디 지음, 최은아 옮김 / 상상스퀘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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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정말로 필요한것은 아무런긴장없는 삶을 살아가는게 아니라 자신의의지로 선택한 가치 있는 목표를 이루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긴장을없애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는자신이 이루어낼 의미 있는 사명이 필요하다."
빅터프랭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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