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1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1
송라음 지음, 서수인 그림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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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대로, 마음껏 상상을 펼쳐봐! 💭
: 송라음 글•서수인 그림,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1』 📕 (창비)(가제본 서평단)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만 있으면 너무 재밌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니까 백과사전을 갖고 있는 새하는 세상을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재밌는 상상을 많이 하는 새하는 백과사전을 올바르게(?) 사용했다. 잘 쓰고, 반납까지 한 새하지만 반납하기 전까지는 새하가 사전을 계속 갖고 있고 제멋대로 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새하는 정말이지 재밌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1』 에서는 ㄱ,ㄴ,ㄷ 초성 3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공룡, 나라, 돈. 각 에피소드마다 새하의 캐릭터를 잘 보여줬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새하가 만들어 낸 공룡과 나라, 돈은 다 사랑스럽고 어렸을 때 한번쯤은 꿈꿔봤을 것들이었다. 새하가 사전을 발견하고 사서 할머니 몰래 빌려온 건 사전을 만나기 위한 운명이었던 것 같다. 놀랍고 특별한 사전이 새하가 아니라 좋지 않은 곳에 사용할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면 세상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1편 뒤로 이어질 2편에서 사전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이 새하와 다르게 좋지 않은 쪽으로 사전을 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다음편이 기대되는 건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의 매력에 새하만큼이나 나도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상상을 하고 ‘그렇다니까’를 덧붙인다면 상상한 그대로 이루어지는 현실이라니 얼마나 놀랍고 재밌고 특별한가. 그런데 상상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다.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어른인 내가 하는 상상은 새하의 상상처럼 재밌지만은 않으니까. 너무 현실적이어서 차라리 상상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으로 혼자 상상하며 놀던 새하가 자신의 상상을 친구들과 나누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상상 사전이 만능이라고 생각했다. 궁금한 것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정보도 많이 담고 있고 상상한 것을 이루어주고, 무엇보다 상상에서 확장되어 일상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만약 내가 이 사전을 갖게 된다면 나는 어떤 상상을 할까?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돈? 아주 큰 집? 엄마 아빠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젊어지는 거? 새하처럼 재밌고 귀여운 상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상상보다는 현실의 간절한 바람과 희망 같은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동심이 분명 깊게 뿌리내려 어른의 생활이 힘들 때마다 힘을 빌려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나의 바람인지 쉽지 않다. 매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 쫓기다 보니 아이의 시선으로 뭔가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새하는 커서도 어렸을 때 자신이 경험했던 사전과의 추억, 자신을 즐겁게 한 상상들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일 때보다 더 재밌고 독특한 새하만의 상상을 끊임없이 만들길 바란다.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 덕분에 아주 잠깐이지만 즐거운 상상을 했다. 내 상상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부분만 빼면 재밌었다.
그렇다니까 상상 사전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서 할머니가 주시하고 있듯이 나도 다음 이야기를 주시할 계획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데 상상 사전이 쓰이길 바란다. 새하가 꿈꾸는 세상이 이 이야기에서만큼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어린이의 상상력과 잠재력을 깨우는 웰메이드 판타지 동화!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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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비밀 레시피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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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가득 비빔밥!
: 박새한 그림책, 『비빔밥 비밀 레시피』 🥗 (문학동네)(★뭉끄 6기 5월 그림책)

아이가 혼자 만들어 먹는 비빔밥은 건강과 맛을 한번에 잡았다! 아이의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내가 다 아는 맛이기에 그런 것 같다.

명절 때, 명절이 거의 끝나가면 나물들을 한데 모아 고추장, 계란 후라이까지 야무지게 챙겨 비벼서 먹는 비빔밥이 오랜만에 먹고 싶다. 군침이 돈다. 비빔밥 그림이 내 침샘을 제대로 자극했다!

비빔밥 들어가는 재료를 보고 아이처럼 운동회날 친구들, 버스를 타러 달려가는 아저씨들, 뒷산 등과 같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재미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난주 본가에 있으면서 내 눈에 담겨진 것들은 전부 음식으로 이어졌다.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논이 꼭 시루떡 같았고, 무성한 초록잎 사이로 피운 꽃은 금방 토도독 튀겨진 팝콘 같았고, 하늘을 망토를 입은 듯 넓게 유영하는 구름은 솜사탕 같다며 아빠한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 하는 참새처럼 계속 떠들었다. 아빠는 그런 내 말에 “너는 어째서 다 먹을 걸로 이어지냐.”라며 웃으며 말했다. 아빠의 말에 나는 방금은 아이 같이 조잘조잘 하다가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잖아요. 먹는 게 낙이에요.”라고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이미 어른이지만, 아빠한테 나는 여전히 애니까.

아이가 혼자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일이 참 즐거워보였다.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자기가 먹을 비빔밥에 들어갈 재료를 하나 하나 양푼에 정성스럽게 놓는 모습이 다정했다. 혼자서 밥을 챙겨 먹는 아이는 일찍 자신을 챙기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고, 특별한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끼니를 챙겨 먹을 때마다 대충 챙겨 먹는 것보다 정성 들여 준비해서 먹으면 스스로에게 더 좋다. 내가 나를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당연하고 사소한 행동들로부터 나온다. 밥 한끼도,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비빔밥 한그릇도 나를 사랑하는 표현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색이 알록달록해서 그림 따라 가는 눈이 너무 즐거웠다. 싱그러움을 한가득 품은 그림책이다! 연두색이 가득한 책 표지는 봄의 설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 🥗 ˚₊· 🥕 ˚₊· 🫜 ˚₊· 🍄‍🟫 ˚₊· 🍳 ˚₊· 🏡 ˚₊· 👦🏻

★ 이 책은 뭉끄 6기 5월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에서 받았습니다:)

#비빔밥비밀레시피 #박새한 #그림책추천 #뭉끄6기5월그림책 #뭉끄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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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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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마음을 만나는 그날까지! ☁️
: 김지우(구르님), 『의심 없는 마음』 (푸른숲)

이 책을 작년 6월에 받았는데 26년 4월의 마지막날 30일이 되어서야 펼쳤다.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책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를 미뤘다.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대부분은 손이 책을 향하지 않았다. 오늘(4/30)은 무슨 일인지 <의심 없는 마음>을 향해 손이 갔다. 그렇게 이불 위에 뒤집어 누워 편한 자세를 잡고 <의심 없는 마음>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부터 서문, 그리고 차례를 시작으로 구르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구르님은 이 책을 소개하는 푸른숲 출판사 피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알게 되자마자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구르님이 올린 글이나 릴스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구르님의 일상을 응원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었다. 구르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 하다가 이 책을 통해 구르님에 대해 알아가는데 놀랍고 스스로 부끄러웠다. 무엇이 놀랍고 부끄럽냐고 묻는다면 수학문제의 답처럼 정확히 떨어지는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당장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면 놀라움과 부끄러움이다. 구르님의 행보가 대단하고, 부러웠다. 나는 뭐든 도전하고 즐기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일들을 혼자 상상하며 걱정하다가 최악의 결말을 제멋대로 지어버리고 포기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구르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인내심이 많고 끈기가 있고,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근성도 있다고 주변에 그런 말을 자주 들었던 터라 그런 줄 알았고, 살면서 내 힘으로 얻은 것들을 봐서도 내가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틀렸다. 내 힘으로 얻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사실 당연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고, 내 힘으로 얻은 건 없었다. 나는 도전과 용기를 내는 일이 무서운 사람이라서 늘 안전하고 보수적인 것을 택했다. 그것이 안전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자주 따분함과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것이 쌓이기만 하면 무기력함과 우울함으로 감정이 순식간에 번졌다. 그렇게 시들어가고 다시 기운을 내길 반복하다 보니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구르님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세계는 확장될 수가 없고, 안 그래도 작은 세계가 더 작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전이 우선이고 중요한 것은 알지만, 그것이 내 세계를 좁히기까지 한다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구르님은 ‘별것 아니라는 마음으로 시도했던 경험들이 조금씩 모여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내 세계를 야금야금 넓히고 있었다.’고 했다. <의심 없는 마음>은 사소한 성공의 모음집이라고 했다. 도대체 ’의심 없는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알 수 있었다. 구르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의심 없는 마음을 찾아내고 말았다. 별것 아니라는 마음이 곧 의심 없는 마음이었다. 의심 없는 마음으로 구르님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만의 선택으로 가꾸고 꾸미고, 확장하고 있었다. 정말 내가 바라던 삶이다. 나로 가득찬 삶 말이다. 한번뿐인 인생이고,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인생인데 뭐가 두렵고 무서워서 주저하고 눈치보고,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그러다 보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잃게 되는 상황까지 간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니 헛웃음이 나오고 움츠러든 내가 안쓰럽고 답답하기까지 하다. 이런 나도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것마저 나는 힘들기 때문에 구르님처럼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자신으로 채우려면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릴 것 같다.
구르님이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믿음, 용기와 도전이 들어갔는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의심 없는 마음>을 가득 채운 구르님의 수많은 문장을 통해 감히 짐작만 해볼 뿐이다. 아주 잠깐 짐작만 하는데도 마음이 여러 가지 감정으로 뒤섞여 힘들었다. 구르님이 감히 대견하기도 하고,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구르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세상 곳곳에 닿아 많은 이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 그들을 세상 밖으로, 혹은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데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 내가 구르님의 이야기를 통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에 집중하고자 하고, 미래를 조금 더 가볍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품은 것처럼, 별 거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시작이라는 걸음을 뗀 것처럼 말이다. 구르님한테 받은 위로와 힘,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내가 내 삶을 내 선택과 내 것으로 가득 채우는 과정을 즐기고 감사히 여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지루하고 귀찮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것임을 깨닫게 되면서 내게 주어진 단 하나뿐인 세상을 얼마나 하찮고 쓸모 없게 대했는지 깨달았다. 내 삶이 지루하고 따분하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도전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내가 안전하다며 나를 스스로 가두기를 택했고,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을 용기나 상황을 들먹이며 쉽게 합리화하며 포기했고 나중에 후회하기를 반복했다. 후회를 반복하는 시간이 퇴적된 지금은 후회가 더이상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구르님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지금 수십 개의 경보를 품은 채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일은 이제 없는 것 같은 상태. 이 상태에서 갇힌 것도 벗어나는 것도 나 자신 뿐인데, 가만히 있다. 벗어나야 하는 것을 알지만 벗어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듯 하다. 벗어나고자 할수록 늪에 빠지는 착각에 빠져 가만히 있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더더 가라앉는 중이다. 다들 제 길을 열심히 걷고 달리며 앞서는 것 같은데, 나는 제자리 걸음 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틀렸다. 앞으로 가는 이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제자리 걸음이라고 생각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제자리에 있는 건 당연하고, 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길 줄 알아야 했다. 스스로를 꾸짖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선물해준 구르님과 <의심 없는 마음>의 솔직해서 마음에 훅훅, 꽂히는 문장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졌다. 매일 너무 애쓰느라 정작 나를 잃는 삶을 살고 있는데, 너무 애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적당히 살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이 책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 당분간은 구르님과 <의심 없는 마음>을 자주 마음과 머리에 떠올릴 듯 하다. 내가 의심 없는 나의 마음을 만나는 그날까지, 아무래도 오래 걸릴 듯 하다. 그래도 두렵지 않다. 언젠간 그날이 올 테니 말이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 구르님! 잘 읽었습니다. 너무 늦게 이 책을 펼친 제게 잔소리하도 싶어질 만큼 좋은 책이었습니다🩵

˚₊· ☁️ ˚₊· 🍌 ˚₊· 🤍

#의심없는마음 #김지우 #굴러라구르님 #푸른숲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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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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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가장 다정하고 눈부셨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 할 이야기였어.
: 프레드릭 배크만, 『나의 친구들』 🌊 (다산북스)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나에게 특별하다. 모든 책을 만나는 일은 설레고 특별한 일이지만, 이 책에서 만난 특별함은 전과 다르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이 책을 지금 이 순간에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이 거대한 행운을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 품 가득 안아도 되는 건지 두렵지만 절대 빼앗기고 싶지 않을 만큼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을 나만 알고 싶다는 불가능한 욕심이, 이기적인 욕심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가 열 받을 정도로 부럽고, 대단했다. 그 작가가 쓴 언어로 읽으면, 한글로 옮겨 놓은 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한 감동이, 아니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내 안에 무수히 수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어의 힘을 감히 헤아려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 건 처음이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그대로 다이빙 하듯(나는 다이빙을 하면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고 할 일이 없을 것이다. 물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튜브가 없으면 절대 물로 들어가지 않는다.) 화가와 요아르, 테드, 알리 그리고 피스케와 루이사가 들려주고 작가가 쓴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아무리 물이 깊어도, 숨이 차도 수면 위로 올라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들과 함께라면 육지보다 바닷속이 더 편하니까.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 문장들이 내 마음에 들었다. 가능하다면 내 마음에 타투로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다. 이런 문장들을 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혼자 상상하건대 화가가 작가와 많이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 모든 작가를 존경하지만, 이 작가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화가는 천재니까, 작가도 천재이지 않을까 그냥 내 마음대로 생각해봤다. 작가가 천재가 아니라면 이 작품은 말도 안 된다. 그러니 작가는 천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문장들이 참 아픈데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진짜로. 추운 겨울에 만난 벚꽃 같달까. 있을 수 없는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게끔 만든 문장들이 이 책을 가득 채웠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할 이유는 넘쳐 흐른다. 이 책을 만난 독자들이라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화가와 요아르, 테드와 알리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들이다. 서로가 서로였기에 특별함은 우정이 짙어질수록 어마어마해졌다. 사실 그들이 특별했던 것이다. 그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 어른의 몫인데 그들의 어른들은 아무도 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인지 모르고 가장 눈부시게 찬란한 10대의 여름을 보냈다. 특별함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서로만 있으면 된다는 듯이 언제나 함께했다. 서로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 모든 장면에서 보였다. 그게 참 아프고 다정했다.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함께 했기에 그들 무리 중 한 명이 없던 순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함께 한 순간은 어디서 봐도 선명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간절해서, 사랑이라서. 그 누구도 사랑을 가르쳐준 적 없는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로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었다.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면서. 그들이 주고받는 사랑은 놀랍다. 사랑을 갈구하지도 강요하지도, 만들어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사랑이 그들을 감싸 안고 있었다. 넘겨진 페이지가 쌓일수록 깨달았다. 그들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너무 서로를 위해서 아픈 사랑’을 책을 통해서 만날 줄 이야. 주변에서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사랑한 결과가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들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이 다쳤고, 자신의 행복과 웃음은 상대의 행복과 웃음으로부터 나왔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는 사랑은 지구상에서 불가능하기에 우리가 흔히 꿈꾸는 진정한 사랑은 그들의 사랑이 아닐까. 수많은 관계를 맺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깨닫기 쉽지 않은 사랑을 우정이라는 가면을 쓴 사랑으로 배우는 그들의 모습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화가와 요아르, 테드와 알리가 깨우고 말았다. 어렵고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한 사랑이 사실은 매일 짜증으로 시작하는 하루를 살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화가와 요아르, 테드와 알리의 사랑만큼 루이사와 피스켄의 사랑도 눈부시다. 그들의 사랑과 둘의 사랑이 참 많이 닮았다. 모양과 색은 다른데 결국 그들과 둘이 만날 거라는 확신이 느껴진다. 화가와 루이사가, 테드와 루이사가 만난 것처럼.

<나의 친구들>을 읽는 내내 마음에 수많은 감정이 들이닥쳤다. 어떤 감정이라고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서 읽다가 힘들기도 했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루이사가 그들의 이야기 엔딩을 이미 알아버린 것처럼 나도 알았고, 그래서 엔딩을 듣지 않기 위해 자고 있는 테드의 곁에 화가가 전재산으로 산 ‘바다의 초상‘ 그림을 두고 조용히 떠난 것처럼 이 책을 덮고 책상 모서리 쪽으로 밀었다. 애초에 이 그림을 가질 수 없다고, 그 행운을 자신이 갖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 루이사와 달리 나는 책으로 시선이 자꾸 갔다. 밀어둔 책을 가져와 다시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엔딩인지 알아도 해피엔드를 꿈꾸고, 기어코 내 눈으로 마음으로 엔딩을 봐야 직성이 풀려서 펼치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읽기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는 속도를 높여 수많은 감정을 겁 먹은 나를 향해 밀기 시작했다. 그 감정들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 하고 삼켜진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갔다. 모든 걸 처음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고 쌓고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다. 줄거리를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내 머리와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모든 문장을 가능하다면 내 안에 새기고 또 새기고 싶다고 생각한 건 말이다. 넘겨야 할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느끼는 아쉬움과 슬픔은 이 책을 만난 독자들이라면 알 것이다. 독자들이 느끼는 아쉬움과 슬픔 마저 이 책의 한 부분이라서 감사하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화가와 요아르와 테드와 알리 그리고 루이사와 피스켄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 이 행복을 내가 가져도 되는지 스스로 여러 번 물어볼 만큼 내 안을 가득 채웠고, 행복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행복을 꿈꾸게 되었다. 그들과 만남으로써 내가 얻은 것들은 오랫동안 내 안에 남을 것이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그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내 안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행복을 느끼고, 삶을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내가 사는 하루하루를 특별하다고, 눈부시다고 말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들이 한 모든 행동과 말, 그들이 보낸 모든 시간은 다정해서 아팠고, 아파서 눈부셨다. 그들의 이야기가 그냥 잊히지 않게 흰 종이를 검은 글씨로 가득 채워진 이들에게 고맙다. 여전히 검은 잉크가 마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 내 눈물과 웃음에 번진 글씨는 그들이 가장 행복하고 눈부셨던 여름날에 잔교 아래로 뛰어들어 튀긴 물방울이다. 그 안에는 그때의 소년들과 소녀가 살고 있다. 절대 잊히거나 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화살표를 그어 덧붙인 내 이야기도 영원히 살 것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이야기는 길거리에서 바람에 날리는 명함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나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우리가 잘 지악하겠다.’라고 말해줬다. 서로 닮은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서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였다. 닮은 구석이 많아서 아프기도 했지만, 가장 다정하고 편안한 품이 내게 생긴 것이니 마냥 아파할 것도 아니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 할 이 이야기는 자주 내 머리와 마음을 유영하며, 나를 살리려고 힘 쓸 것이다. 그들의 노력에 나는 못 이기는 척 살아갈 것이고. 나도 그들에게 살라고, 내가 평생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며 그들을 못 이기는 척 살아가도록 이제야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장을 덮어도 그들과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삶은 유한하다고 하지만 어쩌면 무한할지도 모르니까.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났어도 남은 이들에 의해 계속 삶을 살게 되니까.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가 없는 곳에서 언제나 쓰이고 읽히고, 전해질 것이다. 우리의 삶은 미친 듯이 찬란하니까 ✨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했고, 아팠다. 20대 후반에 만난 ‘평생의 책‘이다. 이 책을 만났기에 앞으로 살면서 내가 부딪치는 하루하루들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이 책과 함께라면 어떤 날이든 잘 버텨낼 것 같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이 책을 만난 모두가.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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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김성은 지음, 양양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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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알아서 찾아오는 미래
: 김성은 글•양양 그림, 『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미래 시제로 이어지는 짧은 문장들이 이리도 다정할 일인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다. 도대체 지금을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오늘이 미래에 도움이 되기나 할지 등등. 대현 씨에게 일어날 일을 미래 시제로 표현한 의도는 잘 알겠다. 그리고 표현을 그렇게 한 덕분에 깨달은 것도 여럿 있다.
대현 씨가 열흘 뒤면 지영 씨와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남편, 아빠로 결혼 전까지 살아오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는 소방관을 직업으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불길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누군가의 삶을 구할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대현 씨가 결혼 전후로 차이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응원하고 사랑하고 지지해줄 가족이 생기는 것이다. 대현 씨가 그리는 미래에 이제 평생을 약속한 아내와 아이가 있는 것이다.

미래 시제가 반복되는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정체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과거에 발목을 붙잡힌 채 현재를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는 감히 계획하고 떠올려볼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 매일 어제를 흘려 보내지 못하고 곱씹으며 지금 이 순간을 어제에 베어 물리는 데 보내고, 현재에 집중하지 못 함으로써 갖는 외로움, 공허함 등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설렘을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 바라봐야 할 것을 알면서도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아직 오지도 않은 아주 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스트레스와 걱정, 불안, 짜증으로만 보내고 있다. 재미없고 안타까운 삶이다. 지나간 과거를 놓지 못하는 것과 오지 않은 미래를 끌고 와서 제멋대로 소설 여러 번 써버리는 것은 내가 과거와 미래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 태도가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몰라서 구석에 처박아두었지만, 이제는 공간도 자리가 없다며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듯이 내가 놓지 못한 과거와 내가 억지로 끌고 온 망상에 불과한 미래를 게워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내 안은 진짜 어디서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안 보이는 척 하고 있다. 내가 언제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해서 존재해야 할 곳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이 과거가 되고, 미래로 향하는 걸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자주 잊는다. 가끔은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사는지, 숨만 붙어 있다고 하루하루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 의문은 꼬리가 아주 길어서 내가 어딜가든 쫓아와서 답을 하라고 강요하다. 그 답을 피하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답이 답이 아닌 것 같아서, 답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워서. 솔직히 이 의문에 수학문제 답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답은 없다. 나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딱 맞는 답을 요구하고 있다. 나조차도 나에게 빈틈 대신 딱 맞는 퍼즐 조각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뭔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도 자꾸 뭔가 비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채우고 있지만 밑빠진 독에서 물이 빠지는 것처럼 채운 것들이 빠진다.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빈 손인지도 모른다.
나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에서 의미를 집요하게 찾는 것이다. 한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 내 주변에 있는 뭔가를 보거나 멍하니 시선을 고정한 것일 수도 있는데, 왜 나를 보는 거지? 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혼자 바쁘게 만들어 낸다. 이런 식으로 25년이 넘는 시간을 살았다. 그래서 일상이 되었고, 일상이 된 만큼 피로가 엄청나게 누적된다.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행위는 즐겁고 특별한 일이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그렇지만 나는 의미의 긍정이 아닌 부정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 경험을 만드는 것도 하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개입한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일까지 의미 찾는 것에 집착하는 나에게 하루에 있는 일이 전혀 사소하지 않다. 모든 일이 큰일이다. 매일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파악해야 하고, 내가 보낸 하루에 대한 의미를 집요하게 찾기 위해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자유를 스스로 철창이 빼곡한 감옥에 가뒀다. 감옥에서 밖을 바라보는 여유와 자유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채 자신을 잃고 있다. 본래의 모습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간에 다시 제 발로 감옥으로 들어갈지도 모르고.
대훈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는 말에 확신이 느껴져서 좋다. 처음에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계속 제목을 곱씹어 보니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대훈 씨의 태도가 지금을,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대훈 씨는 소방관으로서 할 일을 하며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에 존재하는 대훈 씨는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 모여 미래를 이루는 것이니까.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자신의 하루를 묵묵히 살안가는 대훈 씨에게는 지금만 존재할 뿐, 미래는 때가 되면 알아서 대훈 씨한테 다가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미래에 닿을 수 없다. 현재 곧 과거이자 미래인 것이다. 미래를 아무리 계획하고, 미리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시간 낭비하는 일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대훈 씨가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대훈 씨의 앞날이 미래 시제로 반복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지금도 몇 시간 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상황을 상상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는 지금이 아닌 몇 시간 후라는 내가 만든 가상의 시공간에 가 있다. 그러니 지금 존재해야 하는 나의 시공간에 내가 부재하니 과거와 현재, 미래 어느 한 곳에서도 온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지금,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 내가 나로 온전히 존재하며 나의 부재로 인한 공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대훈 씨는 계속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금을 살 것이다.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과거와 미래에 얽히지 않고 그냥 현재를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사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에 집중하여 사는 것인데 과거와 미래에 대해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니 내게 주어진 삶이 탁해지고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자주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느라 자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잃을 것이다. 그때마다 <대훈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를 떠올리며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 미래가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좋겠다. 세상 곳곳에서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지금 이 순간’을 부지런히 살고 있을 모든 대훈 씨와 지영 씨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가끔은 과거와 미래에 닿아도 좋지만 오래 있기에는 현재가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나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다고, 간절히 그러길 원한다고 내가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특별한 일인지 알았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니까, 살아내야만 하니까, 지금 이 순간을.’이라는 문장이 내 마음 한켠에 천천히, 꾹꾹 눌러 새겨지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용기가 내게도 있다고, 그냥 지금을 살라고 스스로 덤덤하게 말한다.

★ 이 책은 뭉끄 6기 4월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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