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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김성은 지음, 양양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알아서 찾아오는 미래
: 김성은 글•양양 그림, 『대현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미래 시제로 이어지는 짧은 문장들이 이리도 다정할 일인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다. 도대체 지금을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오늘이 미래에 도움이 되기나 할지 등등. 대현 씨에게 일어날 일을 미래 시제로 표현한 의도는 잘 알겠다. 그리고 표현을 그렇게 한 덕분에 깨달은 것도 여럿 있다.
대현 씨가 열흘 뒤면 지영 씨와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남편, 아빠로 결혼 전까지 살아오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는 소방관을 직업으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불길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누군가의 삶을 구할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대현 씨가 결혼 전후로 차이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응원하고 사랑하고 지지해줄 가족이 생기는 것이다. 대현 씨가 그리는 미래에 이제 평생을 약속한 아내와 아이가 있는 것이다.
미래 시제가 반복되는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정체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과거에 발목을 붙잡힌 채 현재를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는 감히 계획하고 떠올려볼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 매일 어제를 흘려 보내지 못하고 곱씹으며 지금 이 순간을 어제에 베어 물리는 데 보내고, 현재에 집중하지 못 함으로써 갖는 외로움, 공허함 등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설렘을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 바라봐야 할 것을 알면서도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아직 오지도 않은 아주 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스트레스와 걱정, 불안, 짜증으로만 보내고 있다. 재미없고 안타까운 삶이다. 지나간 과거를 놓지 못하는 것과 오지 않은 미래를 끌고 와서 제멋대로 소설 여러 번 써버리는 것은 내가 과거와 미래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 태도가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몰라서 구석에 처박아두었지만, 이제는 공간도 자리가 없다며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듯이 내가 놓지 못한 과거와 내가 억지로 끌고 온 망상에 불과한 미래를 게워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내 안은 진짜 어디서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안 보이는 척 하고 있다. 내가 언제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해서 존재해야 할 곳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이 과거가 되고, 미래로 향하는 걸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자주 잊는다. 가끔은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사는지, 숨만 붙어 있다고 하루하루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 의문은 꼬리가 아주 길어서 내가 어딜가든 쫓아와서 답을 하라고 강요하다. 그 답을 피하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답이 답이 아닌 것 같아서, 답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워서. 솔직히 이 의문에 수학문제 답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답은 없다. 나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딱 맞는 답을 요구하고 있다. 나조차도 나에게 빈틈 대신 딱 맞는 퍼즐 조각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뭔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도 자꾸 뭔가 비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채우고 있지만 밑빠진 독에서 물이 빠지는 것처럼 채운 것들이 빠진다.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빈 손인지도 모른다.
나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에서 의미를 집요하게 찾는 것이다. 한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 내 주변에 있는 뭔가를 보거나 멍하니 시선을 고정한 것일 수도 있는데, 왜 나를 보는 거지? 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혼자 바쁘게 만들어 낸다. 이런 식으로 25년이 넘는 시간을 살았다. 그래서 일상이 되었고, 일상이 된 만큼 피로가 엄청나게 누적된다.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행위는 즐겁고 특별한 일이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그렇지만 나는 의미의 긍정이 아닌 부정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 경험을 만드는 것도 하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개입한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일까지 의미 찾는 것에 집착하는 나에게 하루에 있는 일이 전혀 사소하지 않다. 모든 일이 큰일이다. 매일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파악해야 하고, 내가 보낸 하루에 대한 의미를 집요하게 찾기 위해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자유를 스스로 철창이 빼곡한 감옥에 가뒀다. 감옥에서 밖을 바라보는 여유와 자유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채 자신을 잃고 있다. 본래의 모습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간에 다시 제 발로 감옥으로 들어갈지도 모르고.
대훈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는 말에 확신이 느껴져서 좋다. 처음에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계속 제목을 곱씹어 보니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대훈 씨의 태도가 지금을,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대훈 씨는 소방관으로서 할 일을 하며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에 존재하는 대훈 씨는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 모여 미래를 이루는 것이니까.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자신의 하루를 묵묵히 살안가는 대훈 씨에게는 지금만 존재할 뿐, 미래는 때가 되면 알아서 대훈 씨한테 다가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미래에 닿을 수 없다. 현재 곧 과거이자 미래인 것이다. 미래를 아무리 계획하고, 미리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시간 낭비하는 일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대훈 씨가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대훈 씨의 앞날이 미래 시제로 반복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지금도 몇 시간 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상황을 상상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는 지금이 아닌 몇 시간 후라는 내가 만든 가상의 시공간에 가 있다. 그러니 지금 존재해야 하는 나의 시공간에 내가 부재하니 과거와 현재, 미래 어느 한 곳에서도 온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지금,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 내가 나로 온전히 존재하며 나의 부재로 인한 공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대훈 씨는 계속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금을 살 것이다.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과거와 미래에 얽히지 않고 그냥 현재를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사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에 집중하여 사는 것인데 과거와 미래에 대해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니 내게 주어진 삶이 탁해지고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자주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느라 자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잃을 것이다. 그때마다 <대훈 씨는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를 떠올리며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 미래가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좋겠다. 세상 곳곳에서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지금 이 순간’을 부지런히 살고 있을 모든 대훈 씨와 지영 씨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가끔은 과거와 미래에 닿아도 좋지만 오래 있기에는 현재가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나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다고, 간절히 그러길 원한다고 내가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특별한 일인지 알았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니까, 살아내야만 하니까, 지금 이 순간을.’이라는 문장이 내 마음 한켠에 천천히, 꾹꾹 눌러 새겨지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용기가 내게도 있다고, 그냥 지금을 살라고 스스로 덤덤하게 말한다.
★ 이 책은 뭉끄 6기 4월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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