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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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선물 세트 같은 성장소설의 의뢰!

김성미 장편소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창비)(*가제본 서평단)


 

종합 선물 세트다. 청소년 시기에 혼자 하는 고민부터 가족, 친구, 온라인 채팅 등까지 없는 게 없다. 전에 문창과 강의에서 내가 쓴 소설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묻히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안 쓰는 것만도 못 한 작품이었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을 읽고 나서 내가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해서는 계속 쓰는 연습을 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두루뭉술한 게 아니라 명확해야 하구나.’를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창작 의지의 불씨를 키우는 나뭇가지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김성미 작가의 이 작품이 나의 창작 의지 불씨를 키우는 나뭇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해민이가 하는 고민, 친한 친구 주영과의 갈등, 윗집으로 이사 온 도경이, 해결 사이트의 정체, 소정이와의 갈등, 한부모 가정의 큼지막한 포인트가 작품 하나에 다 있으니, 몰입감과 가독성이 상당히 높고 빠르다. 개인적으로 작품 안에 2가지 이상을 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이지만, 이 작품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소설을 쓰고자 했던 지난날의 나의 꿈을 실현한 작품이었다. 현실 반영이 제대로 되어 있어서 작가가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청소년 시기를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갖다 놓았다. 개인적인 고민부터 학교에서 형성된 관계의 고민, 가정 형태, 가장 심각한 온라인 범죄.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을까? 독자마다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를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갈등의 모든 단계는 상대와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숨기고 숨기는 것이 생기면서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쌓여 눈덩이처럼 부푼 오해는 갈등으로 형태를 바꾸어 갈등이 폭발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변화를 경험한다. 진부하게 진행되는 흐름이지만, 시작과 다른 인물들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변화를 보면 더 이상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민의 변화는 나의 변화처럼 뿌듯했고, 앞으로 해민이 더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만들었다.


아빠 없이 반찬 가게를 하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해민, 자신의 이야기를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해민, 뭐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주영이 부러운 해민. 해민의 모습은 다양하다. 해민이 해민이 아닌 모습은 없다. 상황과 조건에 맞게 자기도 모르는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해민은 자신을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 자신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 처음에는 숨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해민이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내성적인 해민은 조금씩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해민을 밖으로 끌고 나왔고, 해민은 자신을 위해서 또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드러낸다. 해민의 변화가 뿌듯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시큰거렸다.


주영과의 갈등에서 해민은 주영을 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멀어질 주영과의 관계를 두려워하며 숨겼다. 정보에 빠삭한 데다가 눈치 100단인 주영은 어느 정도를 눈치챘고, 당사자 해민이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짝 친구답게 서로를 위한 마음과 배려가 오해를 만들었고, 갈등을 터트렸지만 한 번쯤은 부딪쳐야 했을 상황이라는 것을 해민과 주영은 알았을 것이다. 해민과 주영과의 갈등은 청소년 시기에 여러 번, 다양한 이유로 겪는 것으로 이 갈등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관계를 다루는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긍정이 되거나 부정이 된다. 해민과 주영이라면 앞으로 생길 갈등을 현명하게 잘 넘길 것이다(나의 바람이기도 하고).


도경이라는 인물이 해민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해민의 윗집에 이사 온 도경은 해민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빠 없이 엄마와 산다는 것. 가족 이야기가 닮아 있는 것만큼 빠르게 마음이 열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해민과 도경의 첫 만남은 어색하고, ‘먼저 말을 걸어야 했는데.’와 같은 후회를 한다. 하지만, 도경과의 만남이 필연인 것처럼 도경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상황들이 찾아온다. 도경과의 관계에서 잠깐 삐거덕거리기도 하지만, 둘은 잘 풀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특별한 존재)가 된다. 입원부터 부모님의 이혼, 전학까지 순식간에 몰아친 큰 일로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도경에게 해민은 가장 덤덤하게 다가온 존재가 아닐까 싶다. 정신없고 힘든 상황에서 괜찮을 거라고, 이해한다는 어쭙잖은 위로보다 해민의 반응이 위로되고 일상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앞으로 해민과 도경이 어떤 사이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굳이 어떤 사이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바로 생각을 읽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해민과 도경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소정은 안타깝지만 밉다. 학창 시절에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로 자주 상을 받았던 나를 질투하여 뒤에서 욕하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어른이 된 지금 가끔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데, 그 질투심은 나에게 여전히 상처이고, 용서를 한 번도 구하지 않은 얼굴이 밉다. 그 얼굴들은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텐데 나는 혹시 모르잖아.’라는 마음을 갖고 있고, 이런 내가 답답하다. 소정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소정이가 저지른 일들은 명백한 범죄고, 해민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지게 했다. 소정은 과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까?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정이는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해민에게 제대로 사과했으면 좋겠다. 잘못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괴롭더라도 본인을 위해서 소정이가 견뎌내야만 한다. 국어 선생님이 언급했듯 소정이는 자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 소정은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민을 마주 보고 수줍은 미소(부끄러움과 미안함도 있을 것이다)와 함께 손을 건넬 것이다. 해민은 그런 소정의 손을 맞잡고, 어색한 공기에 괜히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누렁이를 빨리 보러 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해민이는 소정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용서를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해민이가 소정이에게 보내는 문자가 용서처럼 보였다. 소정이가 부디 해민의 손을 너무 늦지 않게 잡고, 진심을 담아 사과하길 바란다.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하고, 해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정이 본인을 위해서라는 것도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해결 사이트>가 없어져서 다행이다. <해결 사이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범죄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이유는 넘친다.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도, 이 사이트를 키우고 싶은 마음도 다 알겠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 되었다. 이미 <해결 사이트>를 통해 사건이 벌어졌고, 다친 사람도 생겼다.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사이트가 사라진 엔딩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현실에서는 아직도 <해결 사이트>와 같은 위험한 사이트들이 많다. 여전히 만들어지고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서로를 속이고 절벽으로 밀어 넣는 등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사라져야 한다, 이런 사이트들을 만들고자 마음을 먹게 하는 상황들부터.


많은 생각하게 만드는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 진짜 너만 아는 비밀이 한가득이다. 제목을 계속 곱씹다 보니 비밀이라는 단어가 모순이다. 나만 알 때야 비밀이지, 너만 아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데 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비밀이 없다. 참 거짓과 모순덩어리인 것 같은데 가장 투명한 것 같다. 문득 의뢰하고 싶다. <오늘의 의뢰>오늘도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세요.’라고. 너무 싱거운 의뢰지만 가장 어려운 의뢰일 것이다. 이 의뢰만을 위해 어디선가 <오늘>이라는 이름을 건 사이트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가제본은 비매품으로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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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보이즈 창비청소년문학 138
정보훈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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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달리기는 이제 시작이야,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정보훈, 시티 보이즈(창비)(*가제본 서평단)


 

읽는 동안 뻥- 뚫린 길을 달리고 또 달리는 느낌이었다. 한 번쯤 이렇게 달렸다면 내 안의 가장 아래 쌓인,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썩어서 냄새를 풍기다가 냄새마저 사라진 흉터가 지금까지 영원한 흉으로 남지 않았을 텐데 생각했다. 사람은 참 이기적이고 간사해서 자신보다 불행한 삶을 사는 누군가의 삶을 통해 위로받는다. 내가 희재, 진우, 효진의 삶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고백이 참 부끄럽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프롤로그의 끝에서 거친 숨을 있는 힘껏 내쉬었다. 프롤로그 마지막 문장을 향해 달려갈 때 내가 생각한 게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문장은 정확히 열여덟 희재가 겪은 가슴 아픈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희재는 아버지(현진)의 장례 이후, 아버지의 친구 도철을 따라서 서울로 간다. 도철의 집에서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진우와 진주와 함께 지낸다. 희재는 도철에게 달리기를 하겠다고, 육상부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지만 도철은 허락하지 않는다. 희재는 끈질기게 도철에게 자신이 육상부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을, 달리기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희재의 간절함에도 도철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친구의 아들로 남으면 친절하겠지만 육상부에 들어오겠다면 무서운 코치가 되겠다는 도철의 의지만큼 달리기를 향한 희재의 의지가 단단하다. 결국 도철이 두 손 두 발을 들고 육상부에 희재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으니, 희재의 의지가 도철보다 더 단단한 것 같다. 도철이 희재가 육상부에 들어오는 것을 완강히 반대한 이유가 도철이 희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지만, 그 애정이 희재의 달리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막아서도 안 되고. 도철의 반대를 꺾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희재가 참 대단했다. 단단하고 건강하고, 싱그러운 인물이라도 생각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되려 힘든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게 만드는 희재가 가진 힘이 참으로 대단하고 부러웠다. 그리고 내가 배워야 할 점이었다. 희재의 강점이면서 앞으로 희재가 살아갈 날들에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다.


희재가 아빠 발인 날까지 동네를 달리면서 심부름을 한 장면과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던 희재가 진주의 말에 그제서야 눈물을 쏟았을 때 진주 눈에 희재가 열여덟 살로 보이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눈물을 쏟는 희재를 보고, 내 눈시울이 시렸다. 버스 안이어서 다행이었을까, 버스 안이라서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던 울음을 꾹꾹, 아래로 밀어 넣었다. 혼자 있는 공간이었다면 눈앞이 흐릿해지고 훌쩍훌쩍, 하거나 희재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희재가 달리기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래서 도철도 희재를 꺾지 못한 것이다.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희재는 달리기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들은 어떤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육상부에 들어가기 위해 희재가 했던 노력을 떠올려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희재가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쏟아가며 거의 폐지가 확정된 무진고의 육상부를 존속시키고, 전국체전에 나가기 위해 팀원들과 열심히 훈련을 하지만 희재라고 수우욱-, 아래로 꺼지지 않으란 법이 있을까. 희재에게도 번아웃이 찾아온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희재는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아빠의 그리움을 혼자서 감당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니 아빠가 더 보고 싶고 그리워서 희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상처를 쌓고 있었다. 달려도 날려 보낼 수 없는 무겁고 진득한 상처를. 희재가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희재가 아닌 사람들이나 희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편안한 생각일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희재에게 상처를 줬고, 읽어야 할 페이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야 희재에게 상처를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득 차 있어서 오히려 비어 보이는 것 같은 희재의 두 눈이 나에게 오래 머무르고 있는 기분이다. 희재와 진주의 아지트인 한강 벤치를 내가 빼앗은 기분이다. 불편하고 미안한 이 마음을 희재가 알아차릴까 봐 두렵지만, 희재는 진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20대 후반의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니까. 열여덟 같지 않은 열여덟의 희재에게 세상이 참 무심하고 차갑다. 세상이 희재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희재의 전부를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줬다가 뺏는 건 도대체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걸까? 그래도 희재는 자신의 전부를 빼앗은 세상에게 굴하지 않는다. 그 굴하지 않는 희재의 마음이 희재를 눈부시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희재는 더 눈부신 날을 보내며, 눈부시게 성장할 것이다.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고 시티 보이즈로 세상 곳곳을 뛰며, 육상부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 운동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희재의 눈부시고 무한한 가능성이 달리는 트랙 안을, 세상을 환하게 비출 것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윤희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만의 달리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다 쏟아부을 것이다. 세상 곳곳의 희재가 열심히 달리고 있기에 세상은 돌아가고, 빛나는 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희재 중, 한 명으로서 나만의 달리는 중이고.


희재 혼자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시간. 아버지의 친구이자 희재의 코치님인 도철, 희재의 단짝 진우, 희재의 첫사랑 진주, 육상부 팀원 효진, 그리고 고향 어른들이 있기에 희재는 버텼고 버티고 있고,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달리기도 있고! 처음엔 희재의 것을 다 빼앗았다고, 희재가 갖고 있는 것이 적거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희재는 가진 게 너무 많았다. 너무 가득 차서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희재는 그것을 천천히, 속도를 내며 깨닫게 될 것이다. 가진 게 많다는 것은 신경 쓰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희재는 본인 방식으로 많은 것은 잘 지키고 있다. 앞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잃는 것이 있고, 주저앉을 때가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 달리고 달릴 것이다. 자신만의 트랙을 만들 것이다. 그런 희재의 모습을 하늘에서 누구보다 뿌듯해하며 아빠 현진은 지켜볼 것이다. 희재도 아빠가 지켜보고 있음을 느끼고 말이다.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고 나면 희재가 달리는 이유를, 자신만의 이유를 찾길 바란다. 그렇게 오래 오래, 달리기를 했으면 좋겠다.


밑줄 긋고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내 글씨로 적어서 다이어리에 붙여 놓고 매일매일 읽고 또 읽어야 할 문장이 늘어나서 나를 지켜주는 성벽이 더 단단해졌다. 단단한 성벽이 나를 지키는 건 맞지만, 나를 가두지는 않게끔 해야 한다는 것도 정보훈 작가님의 문장이 희재의 이야기를 통해 내게 잘 닿았다. 오래 오래, 희재의 이야기와 작가님의 문장은 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곁에서 함께 달려줄 것이다. 내가 힘들어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을 때마저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고 일어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줄 것이다.


시티 보이즈를 만나게 되어 감사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서 온몸이 땀에 젖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느껴지는 상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희재가 대견해서 여러 번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희재도, 희재 친구들도 도철도 모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달리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쏟고 있는 우리를 잘 알아주고 고생했다고 많이 칭찬해야 한다. 외로움이 느껴지면 주변을 둘러보면 된다. 혼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각자 자신만의 길과 속도,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힘을 얻을 테니까. 얻은 힘으로 달리고, 나의 달리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테니까.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고, 최선을 다했는데 1등 못 하면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거침없는 달리기 통해! 우리의 달리기에서 실패는 없다고 말해주는 시티 보이즈를 모두 만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우리를 응원하는 책이니까!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서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정보훈 작가님! <슬기로운 감빵생활><응답하라 1988> 너무 잘 봤는데작가님 첫 장편소설까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진짜소설 중간중간에 씬(#)으로 나온 대본은 작가님이 드라마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대단한 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나 드라마 시청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까지 졸업하게 되었는데 현실에 부딪쳐보니 쉽지 않더라구요. 실은 게으르고, 핑계만 대면서 글쓰기를 미뤘기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핑계만 대고 있어요. 생각과 핑계가 많은 제게 희재는 가볍고 시원한 인물이었어요. 고민이 있지만 길게 끌지 않고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하니까요. 희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일단 시작부터 해보자!).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고 완벽한 준비도 없으니까, 일단 용기를 갖고 부딪쳐보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쉽지 않네ㅠㅠ 그래도 작가님 소설을 통해, 희재와 무진고 육상부를 통해 용기가 생겼고 흐릿했던 목표가 조금 선명해졌어요. 멈추고 싶을 때마다, 주저 앉을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마음에 오랫동안 간직할 문장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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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체리 라임 청소년 문학 68
캐럴 쿠예치.고다드 페이턴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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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체리를 응원해!

캐럴 쿠예치 페이턴 고다드 지음, 이계순 옮김 - 말하지 않아도, 체리(라임/청소년문학68)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라도 당신들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함께 하겠다고 해야 할지. 내 생각, 내 말이 혹여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쉽사리 다음 문장을 쓸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채러티와의 만남을 통해 반성도, 느낀 것도, 배운 것 많다는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오늘도 자기 속도대로 열심히 걷고 있을 채러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조심스럽게 문장을 적어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김새와 성격, 모습 등을 한 사람들이 산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간다. 말하지 않아도, 체리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에 닿는 것보다 어려운 바람 같은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종종 들려오는 타인을 위해 망설임 없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었다는 소식, 그리고 뒤에 붙는 세상은 아직 살 만 하다.’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힘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는 약자들이 많다. 강자와 약자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는 수평이 되어야지, 수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약자가 생기는 것이고 약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드물다. 누구나 약자의 입장이 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약자인 사람들은 강자가 되는 것, 아니 강자도 약자도 아닌 평범한 경계에 있는 것조차 꿈이 된다. 채러티처럼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그렇다. 솔직히 채러티 이야기를 들을수록 스스로 부끄러워져 책장을 넘기는 것이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달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가해를 가하거나, 동참하지 않았으나 방관자가 되어 내 멋대로 채러티와 같은 아이들은 이럴 것이다라고 단정 지었다. 나이에 비해 어린 지능을 갖고 있고, 일반 학교에서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 도움반이라고 있었는데, 그 교실을 지나칠 때마다 힐끔 쳐다보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르고 나니 너무 부끄러웠다.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게 없는데 말이다. 그저 몸이 불편하거나 말하는 것이 조금 느렸을 뿐인데. 왜 그때는 그것을 다른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까? 나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고, 지금도 지워지지 않을 흉으로 남았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생각하지 못한다고,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고 그들을 대할 때부터 동정심을 가졌다. 나의 도움이 동정심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그럼에도 나의 도움을 받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때는 도움을 줬으니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혼자 뿌듯해했다. 이마저도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지도 모른 채. 어리다는 건 핑계다. 어려도 다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채러티는 열세 살인데 쉽지 않은 시간을 버텼다. 채러티의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가 대단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러티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낼 수 있었다. 세상이 채러티에게 잔인하게 굴었지만, 채러티는 보란 듯이 세상을 향해 보여줬다.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우리도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하며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한다는 것을. 채러티의 의지와 용기가 아주 큰 역할을 했지만, 채러티 곁에는 늘 지지하고 헌신하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 애나 선생님과 실리아 선생님이 있었기에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던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나도 채러티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확신에 가깝다). 세상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세상에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채러티를 가르치려고 했다. 얼마나 어리석고 안일한 태도인가, 나는 채러티의 말과 행동에서 이런 나를 용서하는 채러티 모습을 봤다. 채러티는 매일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기 위해 싸우고 어렵게 손에 쥔 것들을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빼앗기고 나서 남는 공허함과 무력감, 분노를 느껴야 했다. 어쩜 세상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채러티가 학교를 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세상이 원망스럽고, 달시와 같은 아이들과 불쾌하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을 향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분노는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채러티는 수많은 위기와 싸움을 버티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용서라는 것을 할 줄 아는 단단한 아이였다. 엘비 이모를 용서하고, 전학 간 달시가 그곳에서 잘 지내길 진심으로 바라며 용서했다.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채러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럽고, 용서가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그리고 실천했다. 자기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몸 때문에 자꾸 불리한 상황이 생기고, 주저앉을 때도 있었지만 채러티는 부모님과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이겨냈다. 이것이야말로 채러티가 말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닐까? 당연한 권리가 채러티에게는 매일 싸워도 얻어질까 말까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받는 것은 언제나 채러티였다. 채러티를 둘러싼 것들이 그녀를 억지로 어른스럽게, 그리고 그녀를 고통의 동굴에 가뒀다. 채러티의 단단함이 스스로 그녀를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비로소 누구나 보고 만질 수 있는 햇빛의 한 줄기에 닿게 되었다. 채러티로부터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많다. 이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나도 채러티처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나를 돌보며 노력해야겠다.


채러티와 같은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나와 다르다고 구분 짓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오랫동안 해봐야겠다. 채러티는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고, 임무 수행을 끝으로 더 많은 이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더 앞으로 나아갔다. 채러티의 앞으로의 삶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응원하며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 말하지 못하는 채러티를 생각하지 못한다고 제멋대로 단정하고 바라본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세상 모든 채러티를 응원하고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더하는 것이다. 부끄러움과 반성, 용서를 알려준 채러티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앞으로 채러티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어려움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채러티는 두려워하지 않고, 보란 듯이 맞서서 이겨낼 것이다. 채러티는 단단하고 강인하며,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곁을 지킬 테니까. 마지막쯤에 채러티는 자신의 본모습 있는 그대로 자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신 고백인가. 채러티의 고백에 마음 어딘가에서 물컹한 것이 올라와 목구멍에 턱-, 걸렸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일을 채러티는 열세 살에 해냈고 나에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다. 채러티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반대로 채러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채러티의 삶을 보고 내 삶이 더 낫다고 위로를 삼았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고 지질했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채러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자신다운 삶을 살아내며 누군가에게 긍정의 힘을 주는 영향력 있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채러티가 걸어왔던 고통스러운 시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체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버텨줘서 고맙다고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전한다.

말하지 않아도, 체리를 통해 세상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세상이 다정한 하고 있을 뿐이다. 진심으로 다정해졌으면 좋겠다. 인류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채러티가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단정했던 일들을 보란 듯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채러티처럼 인류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을 배우고 나눌 줄 알아야 하며, 온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니까.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소속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격렬한 싸움 끝에 겨우 얻어낸 아주 귀중한 것이니까. 내가 갖고 있다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에 한 번쯤은 감사함을 갖고, 당연한 것들을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함께 해야 한다. 그들에게 편견, 연민 없는 시선을 보낼 때, 그들을 진정 이해할 수 있고 비로소 그들이 말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의 진심에 반응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고. 그 세상에 언제 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채러티와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 세상은 반드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 세상에서 아주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서로 마주 보는 그날까지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귀를 기울이며, 세상과 끊임없이 부딪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날카로운 것도 계속 부딪치면 닳게 되어 있다. 닳고 나면 날카로웠던 때는 까마득하고, 둥글어진 모습으로 서로 다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둥글어진다면 그건 다 세상 모든 체리와 그들과 함께 한 이들 덕분이다. 나도 체리 곁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 이제라도. 더 이상 체리가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체리가 환히 웃을 때 세상은 알록달록, 각자만의 색으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채러티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채러티를 만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어리석고 부끄러운 생각과 태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사는 것과 용서가 무엇인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도 전혀 알지 못했는데, 채러티가 완벽하게 알려줬다. 그녀가 알려준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은 내 몫이다. 채러티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더불어 사는 삶과 용서하는 것, 단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일에 주눅 들었던 날들뿐이었다. 근데 오늘부터는 다를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부끄러움을 갖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일에는 주눅 들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꿋꿋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나의 모든 선택에 채러티는 지지해줄 것이다. 그녀의 응원을 받아서 나는 장애물과 정면으로 맞서고,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내가 될 것이다. 채러티의 성장과 나의 성장이 기대된다. 우리의 내면이 더 알차게 익을 때까지(단단해질 때까지) 채러티로부터 얻은 것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날들을 매일 상상하며,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라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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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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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꺼지지 않을 우리의

- 황정은, 작은 일기(창비)(가제본)

 


솔직히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또 일어났다는 사실에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생각지 못 한 일을 시작으로 우리가 겪어내야만 했던 길고 추운 그 시간 동안 힘을 가진 자가 무식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지도자를 믿고, 힘과 지위를 준 이들의 삶을 무참히 파괴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작년 겨울을 시작으로 올해 봄은 정말 어둡고 추웠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지 우리는 너무 늦게 봄을 만났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서 같은 목소리로 내던 날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긴 겨울을 보내게 만든 어리석은 이들은 국민이 겪은 두려움과 불안, 공포 그리고 분노와 무력감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을 위했다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면 감히 그런 선포를 할 수 없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난 후, 가짜뉴스거나 코미디 요소를 가미된 꿈을 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상계엄 선포가 사실이고, 그것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선포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 주말을 책임졌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웃겼다. 도대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을 선포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비상계엄의 사전적 정의는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곤란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계엄으로, 선포와 동시에 계엄 사령관은 계엄 지역 안의 모든 행정 사무와 사법 사무를 맡아서 관리한다.’라고 포털에 나와 있다. 사전적 정의를 읽으면 읽을수록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가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 더 헛웃음이 나고 분노가 쌓였다. 우리나라가 전시던가, 사변이던가? 아니면 정말 군사가 움직여야 할 만큼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여 있던가? 수많은 질문이 쳇바퀴처럼 내 머릿속을 돌았다. 그 어떤 문장도 답이 되지 못하는 물음들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파면까지 우리는 겨울과 봄, 두 계절을 몹시 시리고 불안에 떨며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따뜻하게 보내야 할 연말과 새로운 한 해를 산뜻한 마음과 설렘으로 보내야 할 초를 모조리 망쳐버린 내란수괴와 그에게 동참한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지만,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 구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그들에게는 옳은 일을 바라는 것조차 사치라는 사실에 분노의 불씨도 헛웃음 한 번으로 훅-, 꺼진다. 우리가 분노와 불안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동안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진짜 지금 생각해도 황정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른다. 감히.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믿음을 갖고 누군가에게 힘을 준 이들이다. 내가 뽑은 사람이던, 아니던 힘을 쥐게 된 사람은 자신을 뽑은 사람들의 믿음에 온 힘을 다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힘은 그냥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기만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던 내란 수괴 그는 자신을 뽑아준 사람의 믿음을 져버린 것은 물론,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대통령 파면이라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아픔과 부끄러움을 만들고야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 한창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았던 넷플 드라마 <슈룹>에서 중전이 유생들을 상대로 한 대사가 떠오른다. “무지한 자가 신념을 갖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신념을 가져야 할 자가 양심을 저버리는 무지한 짓을 하는 거 더 무서운 일입니다.”. 이 대사를 곱씹을수록 나라를 이끄는 이들의 역할과 책임감이 광활한 우주보다 더 광활하다는 느낌이 아주 잠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대사와 어울리지 않는 게 있다면, 대통령이라는 명찰만 달고 이리저리 사고만 치고 다닌 내란 수괴는 무지하고 가진 신념도 없다는 것이다. 진짜 이 사람을 믿고 우리가 나라를 맡겼다는 사실이 인생의 오점이다. 국민을 위해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할 사람의 끝이 내란 수괴고, 그의 엔딩은 파면이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는 물론 국민을 욕보이는 것이다. 내란 수괴가 망쳐 놓은 우리의 되돌릴 수 없어서 귀중한 일상을 어떻게 돌려받아야 하나. 두 번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 반복되면서 또 한 번 느꼈다. 권력을 쥐고 제멋대로 나라를 뒤흔드는 수괴는 국민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며, 국민의 내면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불씨,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환히 밝히는 불씨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추운 겨울, 정신없이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거리로 나서길 망설이지 않았던 이들 덕분에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솔직히 이와 같은 일이, 작년 겨울과 올해 초와 같은 시린 겨울을 또다시 보내게 될까봐 두렵다. 이 두려움을, 트라우마를 갖게 한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불행이 무엇인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자신에게 몇 배로 더 한 해가 닥친다는 것을 몸소 느꼈으면 좋겠다.


작은 일기는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을, 누군가는 기록했을 모두의 일기. 일기 앞에 작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아마 매일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잊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의외로 작은 것이 세상을 파괴하거나 세상을 일으켜 세운다. 우리의 일상을 다시 되찾은 것은 한 사람의 걸음, 한 사람의 목소리, 한 사람의 시간 등 한 사람의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낸 것이다. 나혼자였다면 불가능했던 일이 하나 둘 셋, 함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안에서 부지런히 타오르고 있던 불씨를 꺼냈던 시간은 영원히 기억되고, 다음 세대에 계속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갖는 불씨의 힘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는 내란 수괴의 발악을 의미한다. 20대 후반에 마주한 비상계엄 선포. 여전히 당황스럽고 납득이 안 된다. 납득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고. 계엄 선포로 인해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며 상처가 번졌을 이들의 마음과 일상을 조심스럽게 떠올려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살을 베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무섭고 분노했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라를 이끌 사람의 조건이 명확해졌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조건 말이다.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서 놀고먹으며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놀아났다는 사실에 내면의 불씨가 금방이라도 모든 걸 태워버릴 듯이 화르륵-, 타오른다.


작은 일기는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대통령 파면, 그리고 그 후의 시간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할 일기다. 날짜부터 그날 있었던 일, 느꼈던 감정 등을 상세하게 적어 놓은 작은 일기는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것이다. 이 일기는 계속해서 읽히고, 전해져야 할 아프고도 단단한 기록이다. 이 기록이 바래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 기록이 완전히 빛을 발하는 날을 꿈꾼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날이 온다면 국민이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날일 테니까. 요즘 쇼츠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제동님의 똑부러지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발언이 자주 올라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같이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며, 그동안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이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일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제동님의 발언은 하나같이 마음을 울렸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눈치 보지 않고, 시원하게 마이크를 잡고 한다. 기억에 남는 말을 적어 보면, 자신한테 정치 이야기를 그만하라는 기자한테 정치인들한테 가서 코미디를 그만하라고 해라, 우리 영역을 그만 침범해라. 그리고, 80% 투표하면 80% 국민을 무서워하고 90% 투표하면 90% 국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은 밥을 잘 먹어야 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말 등등. 고개를 무한 반복 끄덕일 수밖에 없는 김제동님의 발언에 당장이라도 그의 말을 모두 받아 적어 책을 한 권 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국민이 믿고 맡긴 힘이 어리석고 옳지 않은 곳에 쓰이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옳지 않은 곳에 쓰이기 시작한 힘은 갈수록 강해지면서 역겨운 냄새를 내뿜기 시작했다. 분명 바로 잡아야 하는데, 어느 하나 먼저 나서서 바로 잡는 이가 없다. 국민이 아니면 바로 잡을 이가 없고, 보호받고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할 국민이 눈치를 보고 물러서고 권리를 포기해야 할 상황들을 마주해야 할 때마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나라가 존재하기는 하나 싶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 당연하지 말아야 할 것이 당연해질 때를 생각하면 반대다. 국민의 권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고, 국민이 믿고 맡긴 힘을 휘두르는 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그 힘으로 이익을 챙기면서 더 욕심내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발 빼기 급급하다. 어쩌다 사회가, 제 편한 대로 살려는 사람들 손아귀에 놀아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처음부터 힘이 악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던 것일까. 착각이었다면 너무 잔인하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례를 접할 때면 마음이 다정해지고 마소가 지어지던 순간들이 나를 배신한 거니까. 왜 사고는 권력을 쥔 이들이 치는데, 수습은 국민이 해야 하는 걸까? 국민은 제대로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억울함과 분노의 눈물을 자주 흘리는데. 국가가 도대체 국민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작은 일기에 무지갯빛이 생겼다. 그 빛마다 그날 그 순간의 내가 있다. 그날 느꼈던 감정, 생각 등 모든 것을 다듬지 않고 적었다. 그래서 문장 앞뒤가 맞지 않고 거칠다. 모든 것을 비우겠다는 식으로 쏟아내듯 적고 나서 바라본 글씨에는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대부분 분노, 짜증, 배신감, 무력감이다. 황정은 작가의 문장 뒤에 내 문장을 이어 붙이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나만 작가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이(사이라고 하기에 아무것도 없지만)인데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과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작은 일기를 읽는 시간은 작가님은 물론 많은 사람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안의 불씨를 태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정말 나라는 국민이 아니면 유리성보다 더 쉽게 산산조각 날 것처럼 느꼈다. 국가가 있기에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있기에 국가가 존재함을 알려준 내란 수괴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일침을 날려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 혼란스러움은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 영원히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불씨가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불쑥 내밀어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드러낼 거라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싸움, 내란 수괴의 파멸을 바랐던 간절함, 모든 것이 쉽지 않았던 시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아니, 잊은 듯 보이지만 우리 안에 새겨져 나도 모르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가끔 두려움과 불안으로도 찾아올지 모르겠다. 두 번 다시 나라에게 기만당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이들에게 속아서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국민을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경고 없이 바로 꼬집을 것이다. 나라가 나라답고,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로 갖춰질 때까지. 그게 나라의 보호를 받는 국민이 해야 할 일이고 국민의 책임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는 그날까지, 국민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처음 가졌던 마음과 처음 했던 다짐을 잊어선 안 된다. 처음은 잊히기 쉽고 잊히는 순간, 균열이 생기고 질서가 사라지고 금방 파괴되니까.


황정은 작가가 기록한 우리의 고통과 무력감의 시간을 감사히 읽었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지만, 솔직히 시작을 어떻게 하고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막막했을 그 시간을 기록한 황정은 작가는 물론 기록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흔들림 없는 박수를 전하고 싶다. 이 기록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그 시간의 일부, 또는 내가 잊지 말아야 할 시간의 부분을 내 머리와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흰 종이에 검은 잉크로 새겨진 작은 글씨들이 내 마음과 머릿속에 그대로, 내 생각을 덧붙인 채 그대로 복사되었다. 절대 지워지지 않게 꾹꾹, 새겼다. 꾹꾹 새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힘이 들어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또 쓸 줄이야. 요즘 매일 역사다. 잊을 수 없는 고통이 휘몰아치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잊은 적 없는데 어째서 미래가 아닌 자꾸 과거에 머무는 걸까. 역사를 잊은 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척하는 이들이지, 국민이 아니다. 권력을 쥔 자들은 어리석게도 아픈 역사를 만드는 데 자신이 가진 것들을 쓰고, 국민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잊지 않으려고 기록하고 목소리 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미래를 향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혼자가 아니라서 가능한 일 또한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한 권의 책을 쓴 작가님들, 그리고 용기와 인내를 갖고 펜 들기를 주저하지 않고 펜을 쥔 책임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작은 일기장을 내 책꽂이에 꽂을 수 있게 해준 창비 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같은 마음으로 보낸 시간과 걸어온 길 앞에서 우리는 결국 봄을 만났다. 두 번 다시는 길고 어두운 겨울을, 겨울에서 이어진 불안과 긴장으로 점철된 봄을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절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감히. 어떤 시절이든 함께 살아온 우리가 있는 한.

 


이 가제본은 비매품으로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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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리는 일기장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6
조영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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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릴 일기장에 어떤 이야기가?

조영미, 오늘도 열리는 일기장(자음과모음)


 

웃음과 찡함을 반복해서 느끼는 청소년 소설이라서 좋았다. 가볍게 읽었다. 여기서 가볍다는 의미는 뭔가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읽었다는 의미다. 가볍게 시작한 것치고는 계속 읽을수록 마음이 울렁울렁했다. 수면 위로 햇살이 비추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울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 것 같아서 숨을 있는 힘껏 참는 느낌이랄까.


학창 시절 한 번쯤은 겪었을 상황과 고민을 아이들 시점에서 잘 그렸다. 연우와 해리, 서은, 향기. 네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다른데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같이 마음이 참 알록달록한 것 같다.


연우가 향기의 뒷담화를 하고 그것이 향기 귀에 들어가고, 멀어진 서은이는 향기와 가깝게 지내고, 연우 곁에는 해리만 남는다. 뒷담화 일로 학폭위까지 열렸고, 선생님들은 물론 친구들과 엄마한테까지 실망을 안긴 연우지만 연우의 잘못과 별개로 진실을 말하는 연우의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상황은 답답하고 화났다. 내가 연우였다면,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과 태도, 나와 두는 거리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와 달리, 연우는 피하지 않고 맞섰다. 연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대단했다. 연우가 학교를 계속 나갈 수 있었던 건 해리 때문이었다. 언제나 연우 곁에서 그의 말에 호응과 공감을 멈추지 않고, 함께 한 해리. 연우는 해리가 고마워하면서도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해리의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해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계속한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쌓여 해리의 마음에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감정 덩어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연우는 처음에 해리와 서은과 함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우 곁에는 아무도 없다. 연우는 해리와 서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부분에서 연우가 그동안 서은과 해리와 지내면서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저 향기 욕을 바빴고 해리의 반응에 힘입어 향기 욕을 더 했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다. 해리는 맞장구를 쳤다면 서은이는 향기 욕을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서은이는 친구에 대해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그것을 향기 욕을 하는데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서은이라는 인물이 속이 깊고 성숙하다고 느꼈다. 연우의 지난 모습, 그리고 해리가 연우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깨달았다. 내가 연우였구나, 학창 시절에 내가 연우였구나.’하고. 학창 시절에 나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만 했고,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밝은 친구들도 기운 빠지게 만드는 아이였다. 그때 친구들도 나만큼 어렸고 걱정과 고민이 많았을 텐데 내 이야기만 하느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언제나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고 말했다. 부끄럽고,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왜 매번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하는 건지, 시간이 지난 후에 느껴지는 것들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로 물들인다. 재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면, 나는 그 현재에서 몇 걸음 떨어져 다른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가 된 현재에 관대해진다. 그 당시에 관대한 마음으로 보고 받아들였다면 친구들과의 우정이 깨지거나 오해가 쌓여 나의 마음이 다른 의미로 친구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후회하고 나니 학창 시절이 늘 흐리고 얼룩진 것 같아서 울적하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도 친구들도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만난다면 늦었지만 미안했다고, 그때 나처럼 어렸던 너희들보다 나는 더 어렸다고 그래서 너희에게 상처를 줬다.’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연우가 향기에게 사과한 것처럼. 물론 향기가 먼저 연우에게 다가온 것이지만. 향기는 이름처럼 향기를 가득 품었다. 마음이 깊고, 넓다. 내가 향기였다면 자신을 뒤에서 심하게 험담한 연우를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용서하는데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연우는 향기의 엄청난 용기를 알까? 그리고 자신도 그 엄청난 용기를 낼 순간이 오게 된다는 것도?


연우가 향기 뒷담화한 것을 녹음해서 향기에게 전달한 사건의 진범은 밝혀졌다. 처음에 나는 향기와 친해진 서은을 의심했다. 믿음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의심을 시작으로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건 순식간이다. 해리보다 서은과 함께 한 시간이 더 긴 연우인데, 나는 연우의 가장 친한 친구를 가장 먼저 의심했다. 정황상 서은이가 범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범인이 정체를 드러내고, 범인이 연우 앞에서 진짜 솔직해질 때 정말 관계라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고, 아주 얇은 유리병같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 쌓이면 언젠가 터지는데, 터지고 나면 모두가 충격에 휩싸이고 파편에 찔리거나 스쳐 상처를 입는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달았다. 연우가 범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흘린 눈물과 그 순간의 마음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95퍼센트는 안다.). 어릴 때부터 친구라면 벌벌 떨었던 연우에게 친구가 어떤 존재인지도, 친구라는 존재에 벌벌 떨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도. 내가 연우와 너무 닮아 있어서 자꾸 연우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했다. 몰입할수록 마음이 무겁고, 정확한 이유를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늘행복소망복지관에 엄마가 가라고 해서, 인성을 배우기 위해 갔지만 연우는 그곳에서 특별한 두 가지의 만남을 갖게 된다. 첫 번째는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너구리눈(나중에 이름을 알게 되지만, 이름은 이미아(이예은)), 두 번째는 책상 서랍 속에서 촌스럽고 레트로한 취향을 가진 게 분명한 사람의 일기장이다. 인성을 배운다고 기를 수 있을까 싶고 건물이 많이 낡은 이곳에서 무언가 얻어간다면 다행이다 싶을 때, 연우는 너구리눈과 일기장 때문에 조금씩 전과 달라지고 있었다. 성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시간 안에 일어나는 신비로운 시간 같다. 너구리눈과 이야기를 나누고, 몰래 훔쳐보는 상황이기는 하나 일기장을 읽으면서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연우에게는 바쁜 엄마, 엄마와 자신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지내는 아빠가 아닌 일상을 나누고, 마음속에 있던 것들을 꺼내 나누는 시간 속에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너구리눈과 일기장이 없었다면 연우는 아마 해리가 곁에 있었더라도 마음의 빈자리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일기장을 읽으면서 연우는 느낀 게 많을 것이다. 가족이 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쉴틈없이 일을 하고 건강이 좋지않는 등 힘든 상황에서도 일기장 주인은 항상 일기를 감사하다는 말로 끝맺는다. 는 여기서 많이 반성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고 당연하게만 생각했으니까.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면서 얻은 게 아니라 오로지 내 시간과 힘으로 얻었기 때문에 감사하지 않아도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얻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는 걸 일기장 주인이 알려줬다. 당연해지면 감사함을 모르고, 감사함을 모르면 소리 없이 금이 가기 시작한다. 당연한 것들이라도 매일 감사하다는 말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건 내 하루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오늘 힘들었지만,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는 또 다른 주문 같기도 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늘 일기를 쓰는데, 늘 감정을 쏟아내는데 치우쳐 있다. 감정 쓰레기통인 셈이다. 매일 쓰레기통이 가득 차는데 버리지는 못하고 한곳에 쌓아둔다. 그럼 일기를 쓰는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하며,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버린다는 것을 모르겠다. 시작하고 나면 다음은 조금 수월해질 것이다. 일기장 주인을 따라서 사소한 거라도 감사한 것을 찾아 하나씩 적어봐야겠다. 처음이야 어렵겠지만, 계속 적다 보면 감사한 것들이 넘쳐날 것이다. 감사하다 보면 정말 행복한 삶을, 내가 주인공으로 가득 찬 삶을, 그토록 찾아 헤맨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차곡차곡, 감사한 것을 찾아서 부지런히 기록할 것이다. 일기장 주인에게 꼭 전하고 싶다, 덕분에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감사히 하루하루를 보내겠다고. 힘들 때면 일기장 주인을 떠올리고, 응원하며 힘내보겠다고.


연우와 너구리눈이 일기장을 몰래 훔쳐봤으니, 자신만의 일기장을 만들어 촌스럽고 레트로한 일기장이 자신들의 웃음과 눈물을 책임진 것처럼 누군가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물하면 좋겠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웃고 우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연우와 너구리눈의 일기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일지 궁금한 나의 바람이다. 평범한지 않을 것 같다. 사소하지만 재밌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질 것 같다. 나의 일기장은 흐릿한 마음이 걷어지고 나서 누군가에게 수줍게 건네고 싶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열리는 일기장’, 누군가의 하루를 아무 조건 없이 알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하고 감사하다. 작가님 덕분에 나 또한 특별하고 감사한 순간을 경험했다. 미소를 짓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순간들이 반복되었던 시간. 이 시간을 선물한 작가님과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연우와 예은이, 서은이와 해리, 향기에게도 고맙다. 나보다 어린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고, 자신들과 함께 나 또한 아주 조금 성장하게 해줘서 고맙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행복했다. 앞으로 아이들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잘 넘기며 빠른 속도로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게 준 깨달음을 통해 나 또한 나에게 닥칠 일들을 잘 넘기면서 어제보다 더 자란 나,로 매일 날 찾아오는 오늘을 나로 가득 채워 보낼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열리는 일기장을 통해 우리는 만날 것이다.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한다.


 

*아이들 모두 각자 상처를 안고 있다. 그저 웃는 얼굴 뒤로, 침묵의 뒤로 숨기고 있을 뿐.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가면을 바꿔 써가며 연기한다. 연기 안 하고 살기에는 모두가 힘들다는 걸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금방 알게 되니까.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연우와 미아, 서은이와 해리, 향기 각자 갖고 있는 상처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치유될 것이다.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길 바란다. 그리고 상처를 안 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상처를 안 받길 바라는 건 불가능하니 그저 덜 받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상처가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희 이모는 연우 엄마한테는 동생들밖에 모르는 언니, 누나였고, 연우한테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 특별한 사람이자 이모다. 살아서는 동생들을 지켰고, 하늘에 가서도 동생과 동생의 딸까지 지키고 있다. 가족은 언제 어디서나 내 편이라는 것, 내 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서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이 특별하고 소중한 사실을 새삼 되새긴다.

 

*연우가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이 여름의 시원한 바람에 실려 연우에게 닿은 걸까? 연우가 1225일 화이트크리스마스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했으니, 앞으로 빠짐없이 자신의 하루를 기록했으면 좋겠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지만, 기록은 그 당시의 내가 썼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연우의 일기장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궁금하다. 사소한 거라고 좋다. 연우가 일기장에 자신을 채웠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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