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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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선물 세트 같은 성장소설의 의뢰!

김성미 장편소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창비)(*가제본 서평단)


 

종합 선물 세트다. 청소년 시기에 혼자 하는 고민부터 가족, 친구, 온라인 채팅 등까지 없는 게 없다. 전에 문창과 강의에서 내가 쓴 소설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묻히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안 쓰는 것만도 못 한 작품이었다.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을 읽고 나서 내가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해서는 계속 쓰는 연습을 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두루뭉술한 게 아니라 명확해야 하구나.’를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창작 의지의 불씨를 키우는 나뭇가지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김성미 작가의 이 작품이 나의 창작 의지 불씨를 키우는 나뭇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해민이가 하는 고민, 친한 친구 주영과의 갈등, 윗집으로 이사 온 도경이, 해결 사이트의 정체, 소정이와의 갈등, 한부모 가정의 큼지막한 포인트가 작품 하나에 다 있으니, 몰입감과 가독성이 상당히 높고 빠르다. 개인적으로 작품 안에 2가지 이상을 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이지만, 이 작품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소설을 쓰고자 했던 지난날의 나의 꿈을 실현한 작품이었다. 현실 반영이 제대로 되어 있어서 작가가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청소년 시기를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갖다 놓았다. 개인적인 고민부터 학교에서 형성된 관계의 고민, 가정 형태, 가장 심각한 온라인 범죄.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을까? 독자마다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를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갈등의 모든 단계는 상대와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숨기고 숨기는 것이 생기면서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쌓여 눈덩이처럼 부푼 오해는 갈등으로 형태를 바꾸어 갈등이 폭발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변화를 경험한다. 진부하게 진행되는 흐름이지만, 시작과 다른 인물들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변화를 보면 더 이상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민의 변화는 나의 변화처럼 뿌듯했고, 앞으로 해민이 더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만들었다.


아빠 없이 반찬 가게를 하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해민, 자신의 이야기를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해민, 뭐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주영이 부러운 해민. 해민의 모습은 다양하다. 해민이 해민이 아닌 모습은 없다. 상황과 조건에 맞게 자기도 모르는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해민은 자신을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 자신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 처음에는 숨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해민이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내성적인 해민은 조금씩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해민을 밖으로 끌고 나왔고, 해민은 자신을 위해서 또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드러낸다. 해민의 변화가 뿌듯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시큰거렸다.


주영과의 갈등에서 해민은 주영을 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멀어질 주영과의 관계를 두려워하며 숨겼다. 정보에 빠삭한 데다가 눈치 100단인 주영은 어느 정도를 눈치챘고, 당사자 해민이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짝 친구답게 서로를 위한 마음과 배려가 오해를 만들었고, 갈등을 터트렸지만 한 번쯤은 부딪쳐야 했을 상황이라는 것을 해민과 주영은 알았을 것이다. 해민과 주영과의 갈등은 청소년 시기에 여러 번, 다양한 이유로 겪는 것으로 이 갈등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관계를 다루는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긍정이 되거나 부정이 된다. 해민과 주영이라면 앞으로 생길 갈등을 현명하게 잘 넘길 것이다(나의 바람이기도 하고).


도경이라는 인물이 해민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해민의 윗집에 이사 온 도경은 해민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빠 없이 엄마와 산다는 것. 가족 이야기가 닮아 있는 것만큼 빠르게 마음이 열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해민과 도경의 첫 만남은 어색하고, ‘먼저 말을 걸어야 했는데.’와 같은 후회를 한다. 하지만, 도경과의 만남이 필연인 것처럼 도경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상황들이 찾아온다. 도경과의 관계에서 잠깐 삐거덕거리기도 하지만, 둘은 잘 풀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특별한 존재)가 된다. 입원부터 부모님의 이혼, 전학까지 순식간에 몰아친 큰 일로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도경에게 해민은 가장 덤덤하게 다가온 존재가 아닐까 싶다. 정신없고 힘든 상황에서 괜찮을 거라고, 이해한다는 어쭙잖은 위로보다 해민의 반응이 위로되고 일상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앞으로 해민과 도경이 어떤 사이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굳이 어떤 사이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바로 생각을 읽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해민과 도경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소정은 안타깝지만 밉다. 학창 시절에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로 자주 상을 받았던 나를 질투하여 뒤에서 욕하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어른이 된 지금 가끔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데, 그 질투심은 나에게 여전히 상처이고, 용서를 한 번도 구하지 않은 얼굴이 밉다. 그 얼굴들은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텐데 나는 혹시 모르잖아.’라는 마음을 갖고 있고, 이런 내가 답답하다. 소정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소정이가 저지른 일들은 명백한 범죄고, 해민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지게 했다. 소정은 과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까?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정이는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해민에게 제대로 사과했으면 좋겠다. 잘못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괴롭더라도 본인을 위해서 소정이가 견뎌내야만 한다. 국어 선생님이 언급했듯 소정이는 자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 소정은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민을 마주 보고 수줍은 미소(부끄러움과 미안함도 있을 것이다)와 함께 손을 건넬 것이다. 해민은 그런 소정의 손을 맞잡고, 어색한 공기에 괜히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누렁이를 빨리 보러 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해민이는 소정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용서를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해민이가 소정이에게 보내는 문자가 용서처럼 보였다. 소정이가 부디 해민의 손을 너무 늦지 않게 잡고, 진심을 담아 사과하길 바란다.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하고, 해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정이 본인을 위해서라는 것도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해결 사이트>가 없어져서 다행이다. <해결 사이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범죄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이유는 넘친다.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도, 이 사이트를 키우고 싶은 마음도 다 알겠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 되었다. 이미 <해결 사이트>를 통해 사건이 벌어졌고, 다친 사람도 생겼다.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사이트가 사라진 엔딩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현실에서는 아직도 <해결 사이트>와 같은 위험한 사이트들이 많다. 여전히 만들어지고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서로를 속이고 절벽으로 밀어 넣는 등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사라져야 한다, 이런 사이트들을 만들고자 마음을 먹게 하는 상황들부터.


많은 생각하게 만드는 오늘의 의뢰 : 너만 아는 비밀! 진짜 너만 아는 비밀이 한가득이다. 제목을 계속 곱씹다 보니 비밀이라는 단어가 모순이다. 나만 알 때야 비밀이지, 너만 아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데 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비밀이 없다. 참 거짓과 모순덩어리인 것 같은데 가장 투명한 것 같다. 문득 의뢰하고 싶다. <오늘의 의뢰>오늘도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세요.’라고. 너무 싱거운 의뢰지만 가장 어려운 의뢰일 것이다. 이 의뢰만을 위해 어디선가 <오늘>이라는 이름을 건 사이트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가제본은 비매품으로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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