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비밀인데! 길벗어린이 문학
강경수 외 지음, 밤코 그림 / 길벗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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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드롭스는 없어! 모기야, 정신 차려!”

동지아, 이건 진짜 비밀인데- 판타스틱한 드롭스(길벗어린이)(가제본 랜덤 서평단)

 

다섯 작품 중, 랜덤으로 읽게 된 <판타스틱 드롭스>오잉?’하는 작품이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가벼움과 거리가 먼 책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정말 가볍게 읽었다.

<판타스틱 드롭스>는 모기 삼총사(, 모모, 기기)의 이야기다. 인간의 피를 먹고 싶어 하는 모기가 아니라,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모기 삼총사의 이야기는 꽤나 간절하고 곳곳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작고 웃기고 쓸모없고 틀린,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딱 맞다고 생각했다.

모기 삼총사는 하수구가 아닌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고, 자장면을 먹고 정말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모기 삼총사가 간절히 꿈꾸는 것들이 매일 내가 당연하게 하는 것들이라서 새삼 내 일상이 어떤 존재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기한테 물리고 나면 물린 부분이 부어 오르고 간지러워서 자꾸 긁게 되고, 계속 긁다 보니 피가 나기도 하고 흉까지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기를 적처럼 여기고 뿌리는 약과 향 등과 같은 무기(?)를 구비해둔다. 모기와의 전쟁은 매년 여름마다 해야 한다. ‘위잉~‘하고 돌아다니는 모기를 어떻게든 잡아야만 전쟁이 끝난다. 모기를 다 잡았다고 생각해도 다음날 보면 물린 자국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앞으로 모기와의 전쟁이 더 격정적이면 몰라,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모로 모기와 인간은 함께와 어울리지 않는다. 모기를 적으로 생각했는데, 인간이 되길 간절히 원하는 적이라니. 모기에게 인간은 적인데, 적이 되고 싶은 이유가 참 사소하고, 인간적이다. 그래서 웃음이 났던 부분이다. 한 번도 모기의 입장을 생각하거나 상상한 적 없으니까. ‘그래, 모기도 살아야 하니까 내 피를 마시겠지. 내 피 몇 방울 마신다고 나한테 크게 해를 입히는 건 아니니까.‘ 생각한 적은 있다. 근데 모기가 물고 나서는 모기의 입장을 이해하던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모기에게 내 피를 단 한 방울도 넘겨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감히 모기 따위가!

오늘도 어느 하수구에서, 어느 집에서 자신의 몸을 숨겨가며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고 위험한 날개짓을 하고 있을 모기들을 떠올린다. 모기의 열일이라. 누군가의 열일을 응원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데, 모기의 열일에는 거리를 두게 된다. 하하. 근데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모기한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모기로 보는 인간의 삶이 편하고 포근해보이지만 인간이 된다면 모기 때가 그리울 거라고, 각자의 삶에는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인간의 삶이 편하고 포근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때는 모기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타스틱 드롭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니 인간의 피를 대신 할 무언가를 찾아 차라리 인간과 함께 사는 삶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일 거라고 말이다. 창밖에서 바라본 집 안의 풍경이 참 다정해보여도, 다정하지 않은 날들이 많고 모기 삼총사가 찾은 판타스틱 드롭이라는 것이 어떻게 나오지 알게 되면 맛이 전혀 없을 거라는 것도.

그리고 너희들 주둥이도 꽃에겐 가시야. 가시만 가시가 아닌 걸 잊지 말라구.”(11, 로열젤리를 찾아 떠나려는 모기 삼총사에게 생쥐가 거드름을 피우며 한 말)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계속 곱씹게 된다. 가시만 가시가 아닌 걸 잊지 말라는 말. 맞다. 가시만 가시가 아니다. 그렇다면 가시가 아닌 것들이 가시가 될 수 있다.’ 이 문장에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을 찾은 것 같다. 가시만 가시가 아닌 걸 잊지 말라는 말이 앞으로 당연하게 주어질 하루하루를 살면서 뜬금없이 나타나 생각보다 간단하고 명쾌한 답이 되어주거나 해결방법을 제시해줄 것 같다.’

작고 웃기고 쓸모없고 틀린, 판타스틱한 이야기! 이런 쓸모없고 틀린 이야기들이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빽빽하고 꽉 막힌 일상에 틈을 내어 웃게 만들거나 호흡하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와서 독자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학원 스케줄로 꽉 채운 하루를 보내느라 즐거움과 재미와 거리를 두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뻔하지 않은 상상력으로 아이들이 숨 쉴 구멍을 선물하는 이야기 축제의 초대권 <판타스틱한 드롭스>를 만나게 되어 좋았다. 아이들에게 이 초대장 5개가 꼭! 잘 도착하길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작가님들도 웃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숨 쉴 구멍을 위해 열심히 끄적인 이 글이 부디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고, 아이들의 숨 쉴 구멍을 축제의 하이라이트! 폭죽을 팡팡-! 퍼뜨렸으면 좋겠다! 나머지 네 작품도 정식 출간본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판타스틱한 드롭스>가 판타스틱했으니 나머지 네 작품도 얼마나 판타스틱할까? 하하.

뻔하지 않은 상상력 덕분에 읽는 동안 일상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 가제본은 비매품으로 정식 출간되기 전에 서평단 활동을 하기 위해서 길벗어린이에서 받았습니다. (가제본 랜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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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데이비드 위멧 지음, 김선희 옮김 / dodo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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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투명한 언어라고 부를 수 있구나.

데이비드 위멧,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도도출판사)(인스타 리뷰단)


 

소녀를 보고 울컥한 마음이 드는 건 소녀와 내가 닮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책상에 앉아 정면을 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두고 표지에 가면을 쓰고 있는 소녀와 매일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눌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소녀라면 나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고. 우리 둘은 투명한 언어 침묵으로 오랜 시간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들어줄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던 것이 어제일인데, 오늘 이 소녀와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소녀는 말하지 않는다. 세상 박자 밖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고, 가끔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책을 읽는다. 소녀에게 책이 거대한 세상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을 때면 소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밝아 보인다. 소녀는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이지만, 어둠을 밝히는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같이 작지만 환하게 빛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소녀의 말이 잔잔한 마음에 파도를 일으켰다. 소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 또한 타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인데, 타인은 자꾸 나에게 말하기를 강요한다. 침묵 너머의 언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지 않을 거면서, 자꾸 강요하고 몰아세운다. 내 말의 의미를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인데, 타인은 나에 대해 모르게 없다고 말하며 내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만든다. 그럴 때마다 침묵을 선택한 내가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침묵이 투명한 언어라는 것을 너무 이른 나이에 깨달았다. 침묵이 답이 될 때가 맞다는 것도.


소녀는 겁이 많고 작고,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 많고, ‘가끔 장난감 속 딸랑이는 방울처럼 느껴질 때가 많고’, ‘음정이 맞지 않는 음표처럼 남들과 다르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연기 속으로 가라앉고’, ‘귀를 기울이지 않고 머릿속은 언제나 다른 곳을 돌아다니고’, ‘이따금 자신이 가고 싶은 곳들을 떠올리고’,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면 자신에게도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앉은 나뭇가지 아래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살아 있는 그 모든 존재 안에 자신이 있는 것만 같다.’라고 한다. 소녀가 덤덤히 고백하는 문장들이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다. 겁이 많고 작은 건 약점이라고만 생각한 나에게 소녀의 고백은 위로와 동시에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고 말하는 세상이 오히려 틀렸고, 나는 다르지 않고 작지도 않다고 힘 있는 눈빛으로 용기를 주는 것같다. 소녀는 언젠가 자신의 목소리로 도시를 지을 거라고, 그 도시는 조용하지 않을 거라고 미래를 말한다. 가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빛나는 자신의 목소리로 언젠가 말할 거라고 다짐한다. 소녀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소녀가 어두침침하게만 보일 수 있는데 소녀를 따라 걸으면 어둠이 방어막이고 사실은 가장 환한 빛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박자 밖에 놓인 듯한 느낌은 살다 보면 자주, 가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침묵의 시간을 걷다 보면 침묵이 하나의 언어이고, 말하지 않는 순간이 우리가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녀는 그 시간을 걷는 중이고, 침묵이 투명하고 빛나는 언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침묵이 답답함과 분노를 유발하는 불필요하고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투명한 언어일 줄이야.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지만, 교과서나 문제집이 아닌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세상 곳곳에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소녀가 자신의 빛나는 소리로 언젠간 만들 도시에 꼭 가보고 싶다. 그 도시에서는 소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질 것이고, 소녀만의 색이 곳곳을 환하게 물들일 것이다. 그 도시에는 검은색이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소녀는 검은색을 어둠이 아닌 투명한 언어라는 것을 아니까. 그림책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라서 조명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집 안을 밝히는 빛이 더 밝게 보인다. 어둠이 있어서 빛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근데 빛이 되고 싶어 하거나 원할 뿐, 어둠과는 거리를 둔다. 어둠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녀가 침묵을 유지하지만, 때때로 아이들과 멀어져 소리치거나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며, 언젠가 자신의 목소리로 세울 도시를 상상하는 것처럼 빛나는 순간을 향해 가는 것처럼. 아니, 소녀는 이미 빛나는 순간을 보내고 있으며 앞으로 더 빛날 순간을 위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중이다. 소녀가 자신의 도시를 만들어 나를 초대하는 날, 나도 나의 빛나는 목소리로 만든 도시의 초대장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에는 소녀를 위한 꽃다발을 준비하여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소녀 앞에 설 것이다. 소녀와 나는 서로의 도시를 위해, 각자 투명한 언어 침묵을 응원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보낼 하루를 함께 기억할 것이다. 소녀와의 만남이 오랫동안 나를 보듬어줄 품인지도 모르겠다. 소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소녀와 만나게 해준 데이비드 위멧 작가님과 도도출판사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은 인스타 리뷰단 활동을 위해 도도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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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데이비드 위멧 지음, 김선희 옮김 / dodo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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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투명한 언어라는 사실을 알려준 고마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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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탉의 비밀 기지 문지아이들 181
주미경 지음, 정진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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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가 되는 건 별거 없다. (별거 아닌 게 더 별거다. 어렵다.)

주미경 글 · 정진희 그림, 오탉의 비밀 기지(문학과지성사 · 문지아이들)

 


금방 술술 읽히는 동화였다. 탁이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문장들이 너무 좋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라서 탁이의 감정을 공감할 뿐만 아니라, 이입도 확실히 됐다. 이입하면서 오리(용진)와 곰(해이)에게 내가 탁이가 된 것처럼 서운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누구나 겪고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히 문장으로 표현했는데도 전혀 감정적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탁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상황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독자가 감정적으로만 느끼지 않고,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탁이가 서운하거나 질투를 느끼는 등 감정을 느끼는 것을 드러내면서도 자기는 좋은 친구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여러 번 말하는 부분에서는 씁쓸했다. 탁이가 너무 좋은 친구가 되려고 애쓰는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학창 시절에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내 의도와 마음은 A인데, 상대방은 부담이 되었거나 불편했는지 B로 받아들여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으로까지 가서 서로 상처만 남는 관계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어리기도 했지만 왜 그 사소한 부분을 놓쳤을까, 후회되기도 하고 서로 어렸으니까 나를 이해해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돌아갈 수 없는 관계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탁이와 용진이, 해이처럼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의 우정이 부럽다. 학창 시절의 우정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힘든 관계를 끌고 나갔으면 우정이라는 것 자체를 다시 입에 올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적당한 시기에 끊어냈기 때문에 끝은 좋지 않았지만 좋았던 순간들이 있기에 우정이라는 기억 사진첩에 몇 개의 추억은 소장하고 아주 가끔 꺼내볼 수 있으니 말이다. 후회는 여기서 이쯤에서 그만두고, 세 사람의 우정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탁이는 좋은 친구가 되려는 마음이 너무 크다. 한때 탁이처럼 친구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애쓰고, 다 이해하는 척하느라 뒤에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의 크기가 너무 컸다.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좋다. 하지만 다 이해하고 넘어가면서까지 좋은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자신에게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계에도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탁이는 충분히 좋은 친구다. 용진이와 해이도 탁이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표현 방법이 서툴거나 다를 뿐이지. 세 사람의 우정을, 오탉의 비밀 기지에서 나눌 비밀을 오래오래 잘 간직하길 바란다. 서로의 비밀을 털어 놓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주 아주 감사하고 특별한 일이니까.


용진이와 해이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비밀을 나누면 가까워진다는 말이 맞다. 이별을 경험한 용진이와 해이는 힘든 시기를 넘으면서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탁이는 이별을 경험한 친구들이 보내는 힘든 시기를 곁에서 같이 보내면서 성장하고 있다. 수탉과 오리, 곰이 함께 있어서 이 힘든 시기를 너무 아프지 않게 보낼 수 있다. 표현 방법이 서로 달라서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서 뻥튀기 - 이요!’처럼 갈등이 터질 수 있지만 세 사람은 각자 방식대로 지혜롭게 해결할 것이다. 세 사람이 서로의 비밀을 알고 받아들이고, 오탉의 비밀 기지에서 슬픔을 같이 나눠 가지며 함께 우는 장면에서는 위로와 눈물의 진짜 의미를 아이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를 거라고, 어려서 몰라도 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보다 한발 앞서서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을 느끼고, 자신 방식으로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낸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은 없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마음대로 단정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자신들을 아이가 아닌 같은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오탉의 비밀 기지는 유독 탁이라는 인물에 이입해서 읽었다. 탁이가 지금도 충분히 좋은 친구니까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용진이와 해이에게 서운한 감정이 생기면 바로 털어놨으면 좋겠다. 침묵이 방법일 때가 있지만, 대부분 침묵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사과도 때가 있다. 만약 자신이 오해한 거라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과를 하는 게 좋다. 나중은 없다. 나중으로 미루다가 좋은 친구가 될 기회도, 좋은 친구와 함께 할 기회도 시원하게 날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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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탉의 비밀 기지 문지아이들 181
주미경 지음, 정진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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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과 오리와 곰의 우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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