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탉의 비밀 기지 문지아이들 181
주미경 지음, 정진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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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가 되는 건 별거 없다. (별거 아닌 게 더 별거다. 어렵다.)

주미경 글 · 정진희 그림, 오탉의 비밀 기지(문학과지성사 · 문지아이들)

 


금방 술술 읽히는 동화였다. 탁이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문장들이 너무 좋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라서 탁이의 감정을 공감할 뿐만 아니라, 이입도 확실히 됐다. 이입하면서 오리(용진)와 곰(해이)에게 내가 탁이가 된 것처럼 서운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누구나 겪고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히 문장으로 표현했는데도 전혀 감정적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탁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상황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독자가 감정적으로만 느끼지 않고,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탁이가 서운하거나 질투를 느끼는 등 감정을 느끼는 것을 드러내면서도 자기는 좋은 친구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여러 번 말하는 부분에서는 씁쓸했다. 탁이가 너무 좋은 친구가 되려고 애쓰는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학창 시절에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내 의도와 마음은 A인데, 상대방은 부담이 되었거나 불편했는지 B로 받아들여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으로까지 가서 서로 상처만 남는 관계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어리기도 했지만 왜 그 사소한 부분을 놓쳤을까, 후회되기도 하고 서로 어렸으니까 나를 이해해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돌아갈 수 없는 관계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탁이와 용진이, 해이처럼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의 우정이 부럽다. 학창 시절의 우정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힘든 관계를 끌고 나갔으면 우정이라는 것 자체를 다시 입에 올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적당한 시기에 끊어냈기 때문에 끝은 좋지 않았지만 좋았던 순간들이 있기에 우정이라는 기억 사진첩에 몇 개의 추억은 소장하고 아주 가끔 꺼내볼 수 있으니 말이다. 후회는 여기서 이쯤에서 그만두고, 세 사람의 우정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탁이는 좋은 친구가 되려는 마음이 너무 크다. 한때 탁이처럼 친구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애쓰고, 다 이해하는 척하느라 뒤에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의 크기가 너무 컸다.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좋다. 하지만 다 이해하고 넘어가면서까지 좋은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자신에게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계에도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탁이는 충분히 좋은 친구다. 용진이와 해이도 탁이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표현 방법이 서툴거나 다를 뿐이지. 세 사람의 우정을, 오탉의 비밀 기지에서 나눌 비밀을 오래오래 잘 간직하길 바란다. 서로의 비밀을 털어 놓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주 아주 감사하고 특별한 일이니까.


용진이와 해이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비밀을 나누면 가까워진다는 말이 맞다. 이별을 경험한 용진이와 해이는 힘든 시기를 넘으면서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탁이는 이별을 경험한 친구들이 보내는 힘든 시기를 곁에서 같이 보내면서 성장하고 있다. 수탉과 오리, 곰이 함께 있어서 이 힘든 시기를 너무 아프지 않게 보낼 수 있다. 표현 방법이 서로 달라서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서 뻥튀기 - 이요!’처럼 갈등이 터질 수 있지만 세 사람은 각자 방식대로 지혜롭게 해결할 것이다. 세 사람이 서로의 비밀을 알고 받아들이고, 오탉의 비밀 기지에서 슬픔을 같이 나눠 가지며 함께 우는 장면에서는 위로와 눈물의 진짜 의미를 아이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를 거라고, 어려서 몰라도 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보다 한발 앞서서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을 느끼고, 자신 방식으로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낸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은 없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마음대로 단정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자신들을 아이가 아닌 같은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오탉의 비밀 기지는 유독 탁이라는 인물에 이입해서 읽었다. 탁이가 지금도 충분히 좋은 친구니까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용진이와 해이에게 서운한 감정이 생기면 바로 털어놨으면 좋겠다. 침묵이 방법일 때가 있지만, 대부분 침묵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사과도 때가 있다. 만약 자신이 오해한 거라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과를 하는 게 좋다. 나중은 없다. 나중으로 미루다가 좋은 친구가 될 기회도, 좋은 친구와 함께 할 기회도 시원하게 날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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