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그러진 만화 2 - 망그러진 곰과 햄터의 데굴데굴 유쾌한 날들! 망그러진 만화 2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그러진 친구들 때문에 귀여워 죽음ㅠㅠ

유랑, 망그러진 만화2(좋은생각)

 

망그러진 만화를 읽는 건 2가 처음이다. sns를 통해 망그러진 곰에 대한 귀여움과 인기 많음을 잘 알고 있다. 나도 팔로워하면 좋아요를 남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회라면 기회일 수 있는데, 좋은생각 팔로워 7000 달성 기념 축하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어 만나게 된 망그러진 만화2라서 더 의미 있다. 언젠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같은 느낌이랄까. 망그러진 곰, 망그러진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기다린 만큼 반가웠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망그러진 친구들의 귀여움에 여러 번 치였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2는 확실히 긴 호흡의 만화가 늘었다. 1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느낌이란 게 있으니까! 1은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2에서 망그러진 곰과 친구들의 호흡을 따라 만나게 된 만화들은 하나같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가볍게 웃고 넘기지만 와중에 위로 받고 행복하고 희망을 품게 만드는 힘이 있달까. 울컥했던 부분도 있다. 지금 내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지구 뿌시고 우주 뿌실 귀여움으로 무장한 망그러진 친구들이 나를 위로하니까 금방이라도 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울면 망그러진 곰이 통통한 볼살로 내 얼굴을 비비며 눈물을 닦아주고 폭- 안아줄 것 같다(나의 바람이지만).

망그러진 곰과 햄터는 함께 하면서 유쾌한 날들을 보낸다. 각자가 혼자인 날도 있지만 함께인 날들이 많다. 혼자일 때도 나름 행복하지만 함께 있는 날은 행복이 배가 된다. 서로의 곁에서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함께 하는 둘을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망그러진 곰과 햄터 같은 존재가 곁에 있다면 나를 삼킬 것 같은 거친 파도가 두려워도 한번 맞서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파도에 삼켜지거나 휩쓸리더라도 나를 찾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를 낼 만한 일이니까. 망그러진 곰과 햄터가 다툴 때도 있겠지만 다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금방 서로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보여줄 것이다. 둘의 변함없이 아름답고 귀엽고 소중한 우정을 응원한다!

망그러진 친구들의 하루들을 따라 걸으면서 내가 생각이 많구나, 지금이 아닌 이미 지나가 버리거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설렘도 아닌) 걱정과 불안으로 물들이고 있구나, 내 삶이 탁하기만 하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다. 알고 있었지만 망그러진 친구들의 하루를 함께 하면서 들여다 본 내 하루는 무겁고 어두웠다. 똑같이 햇빛이 들고 바람이 불고, 구름양떼가 떠다니는 하루인데 어째서 나의 하루는 밤보다 더 어두운 걸까? 이유는 나한테 있었다. 내 마음이 문제였다. 지금 내 마음이 무겁고 어둡다. 모든 걸 부정적인 시선과 태도로 바라보며, 내게 주어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내고 있다. 창밖으로 푸른 하늘이 밖으로 나오라며 손짓하지만, 나는 좁은 방구석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외면할 뿐이다. 망그러진 곰과 햄터가 봤다면, 잔소리를 쏟아내며 양쪽으로 내 손을 잡고 거리로 향했을 것이다.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환기가 필요한 나의 마음에 창문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망그러진 친구들과의 첫 만남이 내게 그렇다. 마음의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들이고 싶은. 오늘 만남을 시작으로 나를 비추는 빛을 마주보고 싶다. 망그러진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오늘이 가기 전에 오늘을 괜찮은 하루로 만들어보고 싶다. 망그러진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이미 괜찮은 하루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망그러진 친구들아, 만나서 반가웠어! 그리고 고마워! 다음에 또 보자!

 

이 책은 좋은생각 단행본 팔로워 7000 달성 기념 축하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어 좋은생각에서 받았습니다:D

 

내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 받게 되어 얼마나 행복했던지,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망그러진만화2 #유랑 #좋은생각단행본 #좋은생각 #팔로워7000달성기념이벤트당첨 #랜덤도서 #내가좋아하는책 #망그러진곰 #햄터 #망그러진친구들 #망그러진친구들과_함께라면 #오늘도_수고많았어 #네가_최고야 #행운부적 #일상 #응원 #책로그 #2408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그러진 만화 2 - 망그러진 곰과 햄터의 데굴데굴 유쾌한 날들! 망그러진 만화 2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곰이와 망그러진 친구들과 함께라면 좀 망그러져도 괜찮을 것 같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름‘을 찾아 떠난 여정, 곱씹어 보니 대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없는)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쉬웠겠냐고.

설재인 장편소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시공사)

 

설재인 작가의 책은 세 번째 만남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남이 너무 좋았던 터라 신작 나온다는 소식이 당연히 반가웠다. 제목이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라니. 얼마나 독특하고 호기심을 끄는가. 돈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턱- 하고 나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계란프라이자판기라니. 책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긴 처음이다.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설재인 작가의 작품을 더 애정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책에 미친(?) 독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같은 자리를 맴도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같은 문장을 계속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생각했다. 솔직히 어른이 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으면서 아이였던 때를 잊고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시야를 좁히고 있는 나를.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생각보다 지루했고, 그 과정 안에서 만난 어른들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나와 지택, 은청, 휴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 디딜 곳 없는 축제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정신없고 숨이 턱, 막히고 벗어나고 싶은 그런.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복잡한 감정과 상황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정말 있지도 않은, 솔직히 계란프라이를 먹기 위해 누가 돈을 들고 슬리퍼를 찍찍, 끌고 거리를 나오겠냐는 말이다. 집에서 2분이면 금방 해먹는 간단한 계란프라이를. 계란프라이 자판기가 있다는 말은 애초에 믿지 않았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봤고 사용한 적 있다는 말로 우쭐함과 관심을 얻을 거라는 내 생각과 지나의 생각은 같았다. 타인의 관심이 고픈 지나의 모습에서 나의 학창 시절의 짧은 순간을 봤다. 지나의 그런 모습이 싫고 의미 없다는 것을 어른이 된 나는 알지만, 지나의 나이와 같은 그때의 나는 그 모습마저 꽤나 멋있게 느꼈을지도 모른다(지나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보고 나니 지나와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지나와 지택, 은청이 함께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고 여정을 카메라에 담고, 훗날 지나는 최연소 천재 영화감독이라는 아주 잠깐이지만 달콤한 시간을 맛보고.

지택은 정말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으러 떠난 것일까? 카메라를 빌려 그 여정을 남기고 싶을 만큼 간절했을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지택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택의 영정사진 앞에서 텅 빈 눈으로 건조하게 지택 아니면 답하지 못할, 어쩌면 지택도 모를 답을 원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기분이다. 지택은 자신을 가두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걸까. 아니면 계란프라이 자판기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무엇이 지택을, 지택의 엄마를 사람들 속에 조용히 섞이게 했는지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지택의 마지막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국적과 나이를 향해 겨눈 날카롭고 잔인한 총구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했다. 총구를 겨눈 그들은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국적 없는 곳에서 지내는 이들의 감정, 상황 등 그 무엇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그저 그들을 향하는 모든 것이 잔인하고 냉정하고, 거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살 만 한 세상이라고 말해줘야 했을 어른들은 지택에게 없었다.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른들이었을까? 좁은 방 안에서 책을 쌓아 놓고, 한 권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른이 된 나는 지택이 기억하는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른일까봐 두렵다. 스티커를 몽땅 훔쳐간 어른, 학교 다닐 나이에 안전선 밖으로 내몰았던 교장과 학부모, 자판기 근처에서 여자와 아저씨를 강압적으로 끌고 갔던 경찰 등. 그들을 떠올라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고, 묵직하고 뜨거운 불쾌함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나는 절대로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했지만 그들과 다르지 않은 어른이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나를 좀 먹고 있다.

열두 살이라고 해서 철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가볍게 보내는 것이 아니다. 열두 살은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고,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느라 바쁠지도 모른다. 어째서 어른들은 열두 살의 무게를 가볍게 보는 걸까, 당신들도 그 나이를 지나왔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길 가다가 보는 학생들을 보고 여러 번 혀를 찼던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저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하고. 그때의 나는 나보다 타인의 시선이 매우 중요해서 내가 아닌 타인이 만든 나로 살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아이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 한숨에는 그때의 나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도 분명 담겨 있다.

작가는 열두 살 애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는 말과 싸우고자 함이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학창 시절, 더 이상 일기가 숙제가 아닐 때도 나는 일기를 꾸준히 썼다. 나를 좇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상황에 대해 앞뒤 맥락 없이 쏟아냈다. 쏟아내고 나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때로는 반항심을 가득 담아서. 쓰고 나면 마음이 괜찮아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잠깐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했다. 작가가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 건 감사한 일이지만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떠올리고 싶을 만큼 행복하지는 않았으니까. 누군가 때문에 아팠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 나 혼자 아팠으니까. 나에게 지나간 아픔을 떠올리는 건 피딱지를 떼고 남은 흉을 조심스럽게 문지르는 게 아니라, 그 순간으로 나를 다시 데려다 놓는 거라서 지나, 지택, 은청, 휴의에게서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까봐 무서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나, 지택 말고는 나의 지난날을 품고 있는 인물이 없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후련함보다 마음이 불편했다. 지나와 지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지만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겨우 입을 열어 할 수 있었던 말은 고작 미안해.’였다. 미안해. 지나와 지택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까. 아니면 다른 말을 듣고 싶었을까. 미안하다는 말 뒤로 소리 없이 문장을 덧붙인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으러 간 너희들은 틀리지 않았어. 달랐던 거지. 같을 수 없어서 다른 거야. 다른 게 문제가 될 수 없어. 다른 게 문제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어딘가 있을 수도 있는 계란프라이 자판기 앞에서 만나자,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시공사에서 받았습니다:D

 

세상 모든 지나, 지택, 은청, 휴의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이유를 알 테니까. 이 이야기를 통해 기억의 조각을 찾아낸다면 계란프라이 자판기의 존재를 믿을지도 모른다.

 

#계란프라이자판기를찾아서 #설재인 #장편소설 #시공사 #계란프라이자판기 #사춘기 #학창시절 #열두살 #친구 #동족 #감정 #마주하다 #어른 ##기억 #다름과_틀림 #불법체류자 #다문화 #학교 #안전선 #밀어내다 #거리두기 #시선 #태도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서평 #책로그 #240811











계속해서 싸우길, 싸움 끝에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싸움은 나쁘지 않았던 거니까.

학창 시절을 지나, 지택, 은청처럼 보내지 못한 게 후회된다.

'계란프라이 자판기'가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라도 '다름'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같지 않고 달랐을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과 선과 새 -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조오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세상, ‘연대

조오 그림책, 점과 선과 새(창비그림책)

 

이 책 이야기를 하기 앞서 연대를 곱씹어 보는 걸 추천한다. 입으로 발음해도 좋고 머릿속에 글자를 천천히 써봐도 좋다. 의미를 좇기보다는 그냥 그려보고 써보는 것이다. 그러면 연대를, 점과 선과 새를 받아들이는 데 무리 없을 것이다. 검색창에 연대를 검색하면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정의가 더 와닿고 좋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얼마나 따뜻하고 힘이 되는가. 연대를 다룬 작품은 많고 앞으로도 쏟아질 테지만, 그 수많은 작품 중에 내 마음에 꼭 들어맞는 작품은 만나기 힘들다. 아마 조오 작가님이 보여준 연대는 내게 특별하고 유일한 연대가 될 것이다. 작가님이 찍어준 점을 내가 선으로 이어 함께 꿈꾼 세상을 그릴 수 있길 희망한다.

점과 선과 새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지 못하고,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소재로, 세상을 바꿀 수밖에 없는 작고 단단한 용기와 서로 연대하는 삶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구조물이라는 현실 앞에 무력해 보이는 작고 약한 존재들이 낸 용기들이 모여(점과 선과 새)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던 새들이 자유로워 보였다. 새들마다 찍고 그리는 점과 선이 다름에도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이게 연대인 걸까? 우리가 바라면서 향해야 하는 세상이 아닌가?

조오 작가님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수많은 순간 중 하나라서 존재했다는 것을 몰라도 이상할 리 없을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꺼냈.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오랫동안 묻어 두었다가 꺼낸 이야기는 참 따뜻하고 울컥하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익숙해진다. 익숙함에서 잃는 것이 있다는 것도 늘 잊고 사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아주 잊고 산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은(잃은) 우리는 같은 세상을 꿈꾸던 시작과 끝이 달라진다. 연대가 없는 곳에서는 절대 서로를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 존재할 수 없고, 우리는 온전히 행복해질 수 없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평범한 일상을 잃을 수도 있다. 세상은 혼자의 힘을 살아갈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으니 말이다. 혼자 잘 사는 것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점과 선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시공간에 존재하며, 혼자의 순간도 존재할 수 있던 것이다. 어째서 연대하고 있음을 매 순간 잊는 걸까.

이 그림책을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일상의 부분을 포착하여 다채롭고 감각적인 이미지 안에서 묵직하고 날렵한 한방뿐만 아니라, 빛과 어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잇는 세밀한 관찰력과 감각을 통해 드러난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에 대한 사유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과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시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경 위기 시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에게는 인간과 자연의 면으로 다가간다면, 어른들에게는 연대와 환경 위기 시대,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까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언제까지나 작품의 확장 범위는 독자가 선택하는 폭과 깊이로 결정된다).

이 그림책이 좋았던 점은 자꾸 희망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의 말을 보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라고 했다. 작은 새라. 작가님이 나를 찾은 것 같다. 숨어 있었는데,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작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작가님이 듣고 나를 끝까지 찾아낸 기분이랄까. 울컥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하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서 울고 싶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했다. 맞다. 혹시 모를 일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피하지 못한 참새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는 까마귀, 자책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꿈꿔왔던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 꿈을 실현한다. 도시 건물 곳곳에 점을 찍고 선을 긋기 시작하자, 까마귀와 같은 마음이었던 새들이 날아와 함께 점을 찍고 선을 그으며, 색을 더한다. 풍성해진 도시 건물 창문을 보고 있으면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다채로워진 장면을 보고 있으면 뭉클하기까지 한다. 도시는 그들이 원하는,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환상적인 풍경을 상상한다. 점을 찍었으니 선을 긋고, 반복하다 보면 같은 마음인 이들이 함께 하고 그렇게 채운, 늘 꿈꿨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잔인한 것 같으면서도 그 희망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게 할 힘이라고 생각했다. 희망마저 없다면 자유롭게 날 수 없는 새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점과 선으로 만들어진 풍경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점과 선과 새를 보고 있으면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꿈꿔본 적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끔 다리를 놔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가의 마음이 내게 잘 닿은 작품이다. 하나의 점으로뭐가 달라질까 의심했던 마음이 책장을 덮고 나자 부끄러웠다. 하나의 점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단지 내 마음이, 내 의지가, 내 용기가 부족했던 탓이다. 까마귀의 용기를 배워야 할 것 같다. 현실 앞에서 자책하고 도망가고 숨기보다 투명한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내 현실을 마주해야겠다. 쉽지 않겠지만, 마주하지 않고서는 바뀔 수 없으니까. 용기 내어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 나의 첫걸음이 나와 같은 존재에게 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와 같은 이들이 내민 첫걸음이 내게 닿을지도 모를 일처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닿을 이 이야기가 정말 따스한 위로가 되고 깊은 울림을 안겨주길 간절히 바란다. 내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올려놓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읽어야겠다. “그래도 혹시 몰라.”라는 한마디가 내게 마법 같은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는 순간을 직접 경험할 때까지.

 

이 책은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을 이제야 조심스레 꺼내 봅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_작가의 말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창비그림책은 믿고 본다. 읽고 나면 마음이 이상해져. 좋은 의미로)

 

#점과선과새 #조오 #조오그림책 #창비 #창비그림책 #그림책추천 #도시 ####연대 #연결 #서로 ##환경 #유리창 #환경위기시대 #자연 #인간 #공간 #함께 #더불어 #빛과어둠 #현실과환상 #서평 #책로그 #2408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