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과 새 -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조오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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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세상, ‘연대

조오 그림책, 점과 선과 새(창비그림책)

 

이 책 이야기를 하기 앞서 연대를 곱씹어 보는 걸 추천한다. 입으로 발음해도 좋고 머릿속에 글자를 천천히 써봐도 좋다. 의미를 좇기보다는 그냥 그려보고 써보는 것이다. 그러면 연대를, 점과 선과 새를 받아들이는 데 무리 없을 것이다. 검색창에 연대를 검색하면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정의가 더 와닿고 좋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얼마나 따뜻하고 힘이 되는가. 연대를 다룬 작품은 많고 앞으로도 쏟아질 테지만, 그 수많은 작품 중에 내 마음에 꼭 들어맞는 작품은 만나기 힘들다. 아마 조오 작가님이 보여준 연대는 내게 특별하고 유일한 연대가 될 것이다. 작가님이 찍어준 점을 내가 선으로 이어 함께 꿈꾼 세상을 그릴 수 있길 희망한다.

점과 선과 새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지 못하고,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소재로, 세상을 바꿀 수밖에 없는 작고 단단한 용기와 서로 연대하는 삶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구조물이라는 현실 앞에 무력해 보이는 작고 약한 존재들이 낸 용기들이 모여(점과 선과 새)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던 새들이 자유로워 보였다. 새들마다 찍고 그리는 점과 선이 다름에도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이게 연대인 걸까? 우리가 바라면서 향해야 하는 세상이 아닌가?

조오 작가님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수많은 순간 중 하나라서 존재했다는 것을 몰라도 이상할 리 없을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꺼냈.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오랫동안 묻어 두었다가 꺼낸 이야기는 참 따뜻하고 울컥하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익숙해진다. 익숙함에서 잃는 것이 있다는 것도 늘 잊고 사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아주 잊고 산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은(잃은) 우리는 같은 세상을 꿈꾸던 시작과 끝이 달라진다. 연대가 없는 곳에서는 절대 서로를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 존재할 수 없고, 우리는 온전히 행복해질 수 없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평범한 일상을 잃을 수도 있다. 세상은 혼자의 힘을 살아갈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으니 말이다. 혼자 잘 사는 것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점과 선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시공간에 존재하며, 혼자의 순간도 존재할 수 있던 것이다. 어째서 연대하고 있음을 매 순간 잊는 걸까.

이 그림책을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일상의 부분을 포착하여 다채롭고 감각적인 이미지 안에서 묵직하고 날렵한 한방뿐만 아니라, 빛과 어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잇는 세밀한 관찰력과 감각을 통해 드러난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에 대한 사유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과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시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경 위기 시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에게는 인간과 자연의 면으로 다가간다면, 어른들에게는 연대와 환경 위기 시대,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까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언제까지나 작품의 확장 범위는 독자가 선택하는 폭과 깊이로 결정된다).

이 그림책이 좋았던 점은 자꾸 희망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의 말을 보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라고 했다. 작은 새라. 작가님이 나를 찾은 것 같다. 숨어 있었는데,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작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작가님이 듣고 나를 끝까지 찾아낸 기분이랄까. 울컥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하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서 울고 싶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했다. 맞다. 혹시 모를 일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피하지 못한 참새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는 까마귀, 자책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꿈꿔왔던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 꿈을 실현한다. 도시 건물 곳곳에 점을 찍고 선을 긋기 시작하자, 까마귀와 같은 마음이었던 새들이 날아와 함께 점을 찍고 선을 그으며, 색을 더한다. 풍성해진 도시 건물 창문을 보고 있으면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다채로워진 장면을 보고 있으면 뭉클하기까지 한다. 도시는 그들이 원하는,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환상적인 풍경을 상상한다. 점을 찍었으니 선을 긋고, 반복하다 보면 같은 마음인 이들이 함께 하고 그렇게 채운, 늘 꿈꿨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잔인한 것 같으면서도 그 희망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게 할 힘이라고 생각했다. 희망마저 없다면 자유롭게 날 수 없는 새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점과 선으로 만들어진 풍경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점과 선과 새를 보고 있으면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꿈꿔본 적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끔 다리를 놔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가의 마음이 내게 잘 닿은 작품이다. 하나의 점으로뭐가 달라질까 의심했던 마음이 책장을 덮고 나자 부끄러웠다. 하나의 점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단지 내 마음이, 내 의지가, 내 용기가 부족했던 탓이다. 까마귀의 용기를 배워야 할 것 같다. 현실 앞에서 자책하고 도망가고 숨기보다 투명한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내 현실을 마주해야겠다. 쉽지 않겠지만, 마주하지 않고서는 바뀔 수 없으니까. 용기 내어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 나의 첫걸음이 나와 같은 존재에게 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와 같은 이들이 내민 첫걸음이 내게 닿을지도 모를 일처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닿을 이 이야기가 정말 따스한 위로가 되고 깊은 울림을 안겨주길 간절히 바란다. 내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올려놓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읽어야겠다. “그래도 혹시 몰라.”라는 한마디가 내게 마법 같은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는 순간을 직접 경험할 때까지.

 

이 책은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을 이제야 조심스레 꺼내 봅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_작가의 말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창비그림책은 믿고 본다. 읽고 나면 마음이 이상해져. 좋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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