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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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너의 여행은 네가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

김지완 글 경혜원 그림, 아일랜드(문학과지성사)(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로봇을 소재 혹은 주제로 한 작품들이 쏟아졌고 틈틈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신선함과 울림을 동시에 독자에게 선물하는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쯤 만난 아일랜드라니! 로봇이 진부한 소재가 되었지만, 김지완 작가님 덕분에 로봇의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일랜드에서 주목한 부분은 3가지다. 유니온이 자신의 존재(정체성)를 찾아가는 것, 유니온과 티미, 안다온의 우정, 유니온과 제인, 그리고 차크라마 섬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유니온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과 더불어 마음이 저릿한다.

유니온은 줄리아 공항에서 탑승객들을 도와주거나 공항을 소개하는 등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 만들어진 17대 안내 로봇 중 하나다. 로봇이다 보니 유니온이라는 형체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다른 로봇과 다르지 않다. 유니온은 (다른 유니온들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아마 다른 유니온들도 유니온처럼 티미와 안다오와 같은 친구가 있고, 제인과의 특별한 우정 등을 갖고 있지 않을까?) 공항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도움 주는 일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더 알고 싶어한다. 분명 로봇인데, 인간과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이 좋았다. 로봇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로봇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게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 등 설정을 넣어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만난 로봇 유니온은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유니온이 인간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로봇의 모습을 한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 한 생각이었다. 유니온이 공항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부딪치면서 무언가를 더 알아가고 싶고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유니온이 하는 생각, 하는 말과 행동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것들이 유니온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유니온과 탐지견 티미, 미화원 안다오의 우정 또한 특별했다. 로봇과 개, 사람의 우정이라니. 참신하면서도 한 번쯤은 꿈꿨던 우정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고 떠나길 반복하는 공항에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눈(영혼을 알아차리는 눈)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이 좋았다. 친구와 우정이라는 표현이 단순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특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생각지 못한 친구와의 이별로 인한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그리움을 함께 나눠주고 후회가 만남까지 후회로 물들지 않게 보듬어주는 마음까지 유니온과 티미, 안다오는 만남과 이별을 각자 방식대로 받아들였다. 공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안다오에게 당신의 여행은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란다, 는 유니온의 빛나는 마음을 잘 보여줬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마지막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지만) 아름다운 그들의 우정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과 기억 속에서 쉬지 않고 반짝일 것이다.

유니온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제인과의 만남, ‘차크라마 섬의 존재를 안 후였다. 제인과의 만남은 유니온이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만남이었을 것이다. 데이터에 없는 차크라마 섬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 이가 제인이었고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마음에 자극을 주었고, 제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기록하면서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릴 정도였으니까. 결국, 제인과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로봇 줄리(유니온의 자리를 줄리라는 로봇이 대신 하는 것,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대체된다는 게 씁쓸하다)를 통해 전해졌다. 그녀는 유니온이 보낸 메시지라는 걸 모르지만, 상관없다. 언젠가 유니온이 전한 말이었음을 깨달을 테니까. 언제가 유니온이 만든 차크라마 섬에서 만나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며칠 밤을 새울 테니까. 차크라마 섬은 유니온이 초대한 수많은 목소리로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유니온은 차크라마 섬에서 좋은 사람들과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시간 속에, 나도 초대받게 된다면 그들에게 들려줄 나의 이야기가 필요하니 주어진 하루하루를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기록할 수 있도록 마음 한켠에 쌓인 먼지를 털고 정리 정돈을 하고, 환기를 시키는 것도 잊지 않고.

어딘가에서 마주칠지 모르는 유니온에게 고맙다. 당신의 여행은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라고 말해준 이는 유니온이 처음이었으니까. ‘여행이라는 글자 자리에 하루, , 사랑, 만남, 이별 등 넣고 싶은 단어를 넣어 수많은 문장을 선물해줬으니까.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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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 - 원리부터 배우는 손글씨 수업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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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쓰는 즐거움을 간단하게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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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 - 원리부터 배우는 손글씨 수업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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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씨를 더 애정하게 되었다!

유한빈 펜크래프트,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푸른숲)(*<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단> 선정)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의 출간 소식과 함께 들린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단> 모집 소식에 내 귀가 열린 건 당연하다. 평소에 글씨를 많이 쓸 뿐만 아니라, 글씨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한 번도 글씨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내 글씨에 대한 자부심을 잘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 책을 수많은 독자가 펼쳤고, 그 이유 또한 다양하겠지만 나는 글씨를 잘 쓰고 싶어서 생활글씨단 모집에 신청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 글씨를 너무 애정하지만, 이 글씨체 말고 또 다른 나의 글씨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신청했고, 글씨에 대한 나의 애정이 느껴졌는지 생활글씨단으로 뽑혔다. 그렇게 만나게 된 유한빈 펜크래프트가 들려준 글씨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롭고 신기했다. 글씨를 애정하는 것 말고는 글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글씨를 있는 그대로 배울 수 있었다.

유한빈 펜크래프트가 들려주는 글씨의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아마 저자가 직접 부딪치고 나서 일궈낸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글씨가 나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이룬 나의 글씨를 본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글씨가 나의 이미지가 될 수 있고, 앞으로 나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가 없었다. 챕터마다 글씨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세심하게 알려준다. 문장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고려하여 예시로 쓴 글씨가 있어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다. 또한 이론에서 마무리하지 않고, 직접 글씨를 쓰는 공간을 마련하여 실습까지 해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니 이 책을 읽는 속도는 물론 글씨의 흥미를 높인다. 책을 읽다 보면 글씨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뒤로 갈수록 저자가 알려준 대로 (큰 변화는 아니지만,)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 내 글씨를 만나게 된다. 책을 다 읽어도 뒤편에 마련된 공간에 짧은 글귀나 명언, 좋아하는 노래 가사 등을 꾸준히 쓰다 보면 다양한 나만의 글씨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 나에게 글씨는 당연한 것이다. 글씨가 없는 하루를 생각한 적 없을 만큼 글씨는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한 글씨라서 글씨를 쓰는 행위를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지만, 생활글씨단을 통해 글씨를 쓰는 행위가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격, 길이, 균형 등 글씨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건이 적당히 맞물려 조화를 이뤄내야 어디서나 당당하게 쓸 수 있는 내 글씨가 만들어지고, 내 글씨가 있다는 것은 나의 존재를 어디서나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자음과 모음이 간격과 균형, 비율 등 다양한 요소로 완전한 글씨가 되는 순간, 본인만의 스타일까지 가미되면 내 글씨’, 즉 나의 정체성이 생긴다. 어렸을 때부터 글씨를 잘 쓴다,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당시에는 감흥이 없었지만, 글씨를 잘 쓰기 위해 이 책을 펼칠 사람들을 생각하니 새삼 내 글씨가 나의 애정 없이도 내 손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나와 함께 해줬구나, 싶었다. 흰 종이에 내 글씨가 가득 채워진 다이어리를 보면 기분이 좋다. 내가 하루를 바쁘게 보냈구나, 하면서 내가 보낸 하루를 내 글씨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이어리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글씨를 잘 쓰면 더 많이 기록하게 된다는 말에 아주 동의한다. 내 글씨가 예쁘지 않았다면 다이어리를 매일 썼을까, 하고 처음 나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글쎄?’지만 아마 날짜가 불규칙한 다이어리가 되지 않았을까?

내 글씨는 나의 시간과 반복이 겹겹이 쌓여 초등, 중등, 고등, 어른이 된 지금 모두 다르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엄마를 흉내낸 것이 내 글씨의 시작인 것 같다. 엄마의 영향을 발판 삼아 내 글씨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났던 것 같다. 지금은 여정의 끝에 와있는 것 같은데, 유한빈 펜크래프트 덕분에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졌다. 아직 나에게 나올 수 있는 글씨체가 많은 것 같다. 글씨를 찾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어떤 글씨를 만날지, 어떻게 만날지 알 수 없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내 본진 글씨를 여전히 애정하며, 내 본진 글씨에게 재밌는 친구 글씨 하나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

 

이 책은 <어디서나 당당한 생활글씨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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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재능
피터 스완슨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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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의 재능이 전면에 펼쳐진 소설! 그의 재능 덕분에 스릴러에 더 빠져 버렸다. 그의 재능이 종이 위에서 더 자유롭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주, 오래 그의 작품을 읽고 싶은 이유를 그는 매 작품마다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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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재능
피터 스완슨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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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악마’, 그리고 그를 좇는 그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터 스완슨, 살인 재능(푸른숲)(*가제본 서평단)

 

살려 마땅한 사람들이후, 피터 스완슨 작가의 작품은 두 번째다. 처음 읽었던 작품이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스릴러 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몰입도를 끌어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의 기대감이 높았다. 스릴러 대가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닌 만큼 이번 소설 역시 피터 스완슨의 재능이 전면에 펼쳐졌다. 그의 재능 덕분에 독자들은 매 순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고, 반전으로 바뀌는 공기의 흐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유일하고도 특별한 재능이 살인이라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 질문을 한 번도 생각하거나 들어본 적 없지만, 그 질문을 받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이 소설을 건넬 것 같다. 피터 스완슨이 보여주는 스릴러 장르의 세계는 모든 게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실제로 있었던 일 혹은 지금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법한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건 알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직접 보고 있는 것 같은 구체적인 묘사와 더불어 입체적인 인물이다. 스토리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배경-흐름-인물이 박자를 이루어 리듬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피터 스완슨은 완벽한 리듬을 제공한 후, 몇 번의 손짓으로 독자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버린다. 그래서 책장을 넘긴 독자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앞만 보고 뛰는 것이다. 정신없이 한창 쫓기다가 숨 돌릴 틈이 생기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등 순식간에 낯설고 차가워진 공기가 닿아 돋은 소름을 애써 문지르며 호흡을 달랠 뿐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입체적이다. 입체적인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그들이 된다. 마사, 앨런, 릴리, 이선이 되어 스토리에 완전히 녹아든다. 특히, 릴리와 이선에게 마음이 빼앗겼다. 릴리는 내가 그녀에게 빙의를 해서 연쇄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고들면서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두려움, 마주한 진실 앞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낯설지만,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이선은 다른 결의 감정이다. 살인이 자신의 유일하고 특별한 재능인 이선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으면서도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를 악마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연쇄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이유를 어린 시절 있었던 일을 시작으로 집요하게 찾는다. 나 또한 이선의 연쇄 살인 이유를 그의 어린 시절에서 찾고자 했다. 특별한 일이랄 것이 없어서 내가 놓친 건 아닌지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은 앞이 아닌 뒤에 있었다. 이선은 그냥 지루했고, 누군가의 삶을 부수고 무너뜨리는 게 얼마나 쉬운지 또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알게 된 것뿐이었다. 살인을 그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게임, 사냥이라고 말하는 이선의 모습에 공포를 넘어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사람의 모습을 한 악마였다. 악마도 이렇게까지 잔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선의 대답을 들었지만, 자꾸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재미를 위해 사람 목숨을 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인지 알 수 없다. 이선은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살인이 재능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째서 우월함까지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이해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데, 나는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고 있다(피터 스완슨이 이것마저 계산한 게 아닐까?). 이런 내 모습에 이선은 아주 비릿한 웃음을 흘릴지도 모른다.

이선의 마지막은 릴리 킨트너가 함께 했다. 그녀의 마지막을 정했던 이선은 결국 그녀의 손에 볼품없이 (본인 생각인) 우월한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자연의 섭리가 아닌 누군가는 찍어줬어야 할 ()’마저 두려워서 피할 삶이라는 점에서 릴리의 모든 선택이 옳았다. 하지만, 이선의 리스트를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숨겨 놓을 거라는 릴리의 선택은 잘 모르겠다. 자신이 죽고 나서 리스트가 발견되고, 자신의 업적에 대해 세상이 떠들썩해지는 걸 원하는 이선의 꿈을 정말 꿈으로 남겨두는 건 이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다. 하지만, 그의 손에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스물여섯 명의 이야기를 묻히게 둬도 될까?(리스트는 언젠간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그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진실을 마주한 릴리의 몫이 있었던 것처럼 이 소설을 읽어버린 독자로서의 몫은 작가와는 다른 결말을 생각하는 것이다. 살인 재능에 등장한 모든 인물이 살인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어쩌면 모두 잠정적인 살인 재능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살인뒤에 붙은 재능때문에 살인글자의 어감이 부드러워지는 건 왜일까?

 

이 가제본 도서는 서평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푸른숲 : 가제본 도서 서평단 활동을 너무 늦게 마무리했습니다. 기한 내 서평을 올리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피터 스완슨과 두 번째 만남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릴러 소설은 이제 피터 스완슨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면 성에 차지 않을 만큼 신작 역시 대단했습니다. 긴장과 의심,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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