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불을 지고
김혜빈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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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이유, (서로에게 불이니까)(책의 야성이 우리를 부름)

김혜빈 장편소설, 등에 불을 지고(사계절)(*가제본)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 너무 무서워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불에 그을린 자국을 한 가제본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에, 인쇄소 화재에 대한 줄거리를 읽고 궁금해서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 좋게 기회가 닿아 가제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읽고 싶었던 만큼 문장을 따라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멈추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건 밑줄을 긋거나 내 생각이나 느낌을 덧붙이거나 소름이 돋을 때였다. 오랜만에 속도감이 장난 아닌 작품을 읽어서인지 읽고 나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등에 불을 지고는 인쇄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신인 작가 첫 책이 모조리 타버리는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추측하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깊이 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쇄소에서 불이 나는 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스토리에서 인쇄소 화재가 큰 사건이 되는 게 진부하게 느껴졌다. 근데, 첫 장을 넘기고 나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숲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첫 장의 불씨는 나를 순식간에 등에 불을 지고의 우거진 숲으로 내쫓았다.


여러 인물이 나오고 배호연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느낌인데, 우희슬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됐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고, 더 알고 싶은 인물이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데 절대 꺼지지 않는 아주 단단한 힘을 가진 불씨 같달까. 그래서인지 우희슬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다. 어째서 불로 죽음을 택했을까? 희슬이 자신이 말하는 세계, 닿고 싶고 되고 싶었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불이 되는 거였을까? 재가 되는 거였을까? 그런 거 라면 희슬은 자신이 원하던 세계를 제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희슬의 죽음과 희슬과 기영의 기묘한 관계, 그리고 희슬이 기영에게 건네준 자신의 수첩들(13), 기수라가 한 말, 말없이 자퇴하고 떠나 행방불명된 기영의 형 태형 등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차고 넘친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하려고 애쓰는 의미 없는 짓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말하고 싶은 걸 믿는다.’ 이 문장의 무게가 무겁다. 모든 걸 태워 재로 만들었는데, 가벼울 줄 알고 들었던 재가 너무 무겁달까. 가벼울 줄 알았는데 무거우니, 당황스럽다 못해 잔인하게까지 느껴진다. 여전히 등에 불을 지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불, 불붙기 전이 가장 두려울 때며 인물 모두 서로에게 불씨를 날리거나 불씨가 되어 불을 붙게 만들어 화상(지독하고 고통스러운 상처)을 입힌다는 것이다. 이 처음부터 (결말이 포함되지 않아서 끝을 알 수 없지만) 끝까지 지배한다. 인간이라는 이름표를 단 불씨가 인간 행세를 하고,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불만큼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죽음이 등장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희슬의 죽음이 목에 걸려 자꾸 신경 쓰게 만드는 생선 가시 같다. 자살이지만 희슬을 죽인 범인이 분명 따로 있을 거라는 어디서 온 지 모를 확신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배진택(호연과 호수의 아빠)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배진택이 하고 있던 모습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고, 잔인했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미화해서 상상해도, 화상을 입어 사람의 형체를 진작에 잃어버린 배진택은 괴물 그 이상이었다. 불은 정말 모든 걸 태워버린다. 죽음 마저 태워버린다. 모두 서로에게 불이거나 불씨를 키우기 위한 기름이나 종이, 마른 나뭇가지였다.


희슬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책으로 쓴 게 분명한 기영. 희슬의 모(이모영)는 희슬이를 제 속으로 낳았지만,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아이라고 말할 만큼 미스터리 그 자체다.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느낌. 희슬은 책장을 열고 닫을 때부터 불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넘길 책장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생각했다. , 희슬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호연이, 혹은 이모영, 기영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한 존재라고. 그게 더 어울린다고. 호수가 명상에 매달렸지만 호연은 희슬을 숭배했다. 호연에게 희슬은 특별한 존재 그 이상이었다. 희슬이 호연에게 했던 말들(호연이 자신을 낳아줬으면 좋겠다, )은 하나 같이 세상의 끝에 서서 마지막으로 세상을 눈에 담고 금방이라도 죽음 직전의 절벽에서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슬아슬하달까, 보는 사람은 불안한데 희슬이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도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희슬의 세상은 특별해보였지만 고통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걸 뒤늦게 알아차린 나나, 어느 정도 느꼈음에도 그저 바라만 봤던 호연은 뒤늦게야 희슬이 남긴 수첩으로 그녀를 찾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호연과 기영, 희슬 엄마는 희슬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희슬이 삶을 쉽게 져버릴 아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무엇이 희슬에게 죽음을 주었는지, 왜 하필 불이었는지 묻고 싶지만 아무도 대답할 수 없어서 그저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럴싸해 보이게 답을 꾸미는 것이다. 확실한 건 서로가 서로에게 불길을 잡는 대신, 불길을 번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희슬은 애초에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죽음, 녹우리 인쇄소 화재 등등. 사람들은 신인 작가의 책이 화재를 불러왔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살을 붙여 퍼나른다. 부름이라는 제목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꼭 근거 없는 이야기 같지도 않다. 우리는 말하고 싶은 대로 믿으니까. 책이 정말 불을 불러온 걸까? 희슬의 휘갈겨 쓴 문장들이 불을 불러온 걸까? 개인적으로 후자의 선택지에 힘을 싣는다. 기영의 소설은 희슬의 문장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니까.

진실을 파헤칠수록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결말에 가서는 진실에 닿을 수 있을까? 불길을 잡을 수 있을까? 불길을 잡더라도 다 타버린 것들을 복구할 수 있을까? 복구가 불가능해서 새로운 것을 들여야 한다면, 새로운 것을 들일 수 있을까?


사건의 범인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결말이 포함되지 않은 가제본이라서 그렇겠지만 정식 출간본을 사서 읽는다고 해도, 범인이 밝혀져도 그 범인을 범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불을 지른 사람이 범인인데, 그건 명시적인 범인 같달까. 화재의 범인은 모두가 아닐까.


천천히 불씨를 키우기 시작하던 것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불씨를 거대하게 키운 바람에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장을 덮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호연은 화상을 입어도 녹우리 인쇄소 화재를 앞세워 벌어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쫓을 것이다. 호연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일 수도 있다. 녹우리 인쇄소를 태워버린 불, 인물들의 삶에서 지금도 험상궂게 몸을 부풀리고 있는 불은 내 머릿속에 잔상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책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책상 위에 올려둔 등에 불을 지고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다. 그 연기에 기침을 하거나 눈이 맵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사계절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등에불을지고 #김혜빈 #사계절 #가제본 #서평단 #화재 #인쇄소 #신인작가 ##소설 ##책의야성 #사건 #불씨 #망함 #잊힘 #수첩 #책로그 #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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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 - 늘 곁에 있는 친구
제이크 비긴 지음, 최소라 외 옮김 / 퍼머넌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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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른 말을 찾아서

제이크 비긴 글 그림, 최소라와 이코베 옮김 - 사랑의 말(늘 곁에 있는 친구)(퍼머넌트북스|북뱅크)

 


그림책은 늘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그림책을 가볍게 읽고 넘기고 싶었는데, 사랑의 말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내가 사랑의 말안의 소녀가 되어 써니에게 위로받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 아니 앞으로 힘을 얻을 친구를 만났으니까. 살면서 어떤 존재를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존재가 되는 것도 누군가에게 행운이면서 동시에 나에게는 행복이 될 것이다.


써니의 등장으로 소녀의 삶은 송두리째 변한다. 살면서 겪는 무수히 많은 길 앞에서 하는 고민에 써니와 함께하면 숨바꼭질하는 대신 용기를 내고, 두려움보다 설렘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써니가 소녀에게, 소녀가 써니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다. 그 일을 해낸 둘이 부럽다. 써니가 먼저 친구가 되어줄래?’라며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모른다는 소녀에게 다가간다. 먼저 다가와준다는 건 감사하고, 먼저 다가간다는 건 용기를 내는 행동이며 동시에 특별한 설렘을 갖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숨거나 도망가기를 택했는데, 소녀는 써니의 부름에 응한다. 써니와 함께 걸으며, 써니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을 숨김 없이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야말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과 우정을 완벽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했다. 사랑은 어디에나 전제되어 있는 근본이었다. 이제야 그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이론적으로 알았을 뿐, 현실에서 이론을 적용할 만큼 제대로 된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묻는 소녀와 그에 답하는 써니의 장면이 정말 좋았다(방 벽 면을 그 장면으로 채워 넣고 싶을 정도로). 네가 만약 꽃을 좋아한다면 꺾어가겠지만, 사랑한다면 매일 물을 줄 거라는 말. 한동안 써니의 그 말 앞에서 멈춰 있었다. 닮은 듯 했지만 달랐다. 사랑과 좋아하는 것은 완벽하게 경계를 나눌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써니와의 동행하면서 소녀는 계속 부정의 말을 한다. 아니, 자신이 느끼고 있는 또는 하고 있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그러면 써니는 망설임없이 긍정의 표현으로 답한다. 소녀가 써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둘의 엔딩이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책제목부터 사랑의 말이니 당연히 사랑을 깨닫고 느끼며, 서로에게 사랑이 되어주겠거니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사랑이 되기까지 서로 얼마나 많은 진심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지, 또 사랑이 왜곡되지 않은 채로 전달되기 위한 방법을 얼마나 고민해야 할지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가족을 제외하고- ‘사랑을 경험했던가? 사랑을 경험할 수 없었다. 마음의 문을 꽉 닫고 있기에 사랑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사랑에게 냉정했고, 절대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다고 계속 밀어내는 중이다. 두려움에서 온 방어벽이고, 뽀죡한 창살이다. 내가 다치는 것이 싫어서 다가온 크고 작은 사랑을 밀어냈고, 밀어내는 중이다. 밀어낼 것이다. 한 번 굳게 잠긴 마음의 문은 본인이 잠궜지만 여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철컹-, 하고 단단히 잠기는 순간에는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 없는 내 안의 공간은 탁해지고 건조해진다는 것을 우정이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것과 사랑이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라던 소녀와 써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근데 사랑을 어디서부터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 먼저 굳게 잠군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써니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작은 것 하나를 골라봐. 그러고 나서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때?’라고 답할 것이다. 변화가 두려워 떨고 있는 나에게 세상 모든 건 변하지만 그 변화가 근사할 때도 있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마.’라고 다정히 말해줄 것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쓱쓱- 빠르게 넘기기보다 음미하듯 넘겼다. 아니, 그림과 문장이 나를 붙잡고 안아줬다. 누군가에게 내가 해줬던 말들은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인데, 한 번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근데 사랑의 말이 소녀와 써니를 통해 말해줬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어서 남들에게 진심을 다해 했던 말들을 말이다. 울컥해서 목이 메었지만 울지 않았다. 나오려는 눈물을 도로 돌려보냈다. 내 눈물이 소녀와 써니와 함께 하는 특별하고 소중한 동행을 젖게 만들기 싫었으니까.


소녀와 써니의 순간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게 사랑이었다. 오직 둘만 존재하는 시공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소녀와 써니의 관계는 늘 마음 한 구석에 꿈으로 남아있다. 내가 소녀 혹은 써니가 되거나 상대가 소녀 혹은 써니가 되어 또다른 사랑의 이름을 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늘 혼자가 편했고, 혼자면 상처 받는 일도 적어서 혼자가 되길 스스로 선택했는데, 그럼에도 받는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갔고, 흉이 지워지지 않았다. 써니 같은 존재가 내 곁에 있다면 다음 날 해 뜨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내게 다음 날 뜨는 해를 선물처럼 느끼게 해줄 것이다. 혼자보다 둘이 낫다고 했던가. 그 말을 비웃었는데 어리석었다. 혼자가 편하다고 확신하는 건 쓸데없는 오기를 부렸던 것이 크다. 이젠 혼자보다 둘이고 싶다. 너무 늦은 걸까 싶지만 어디선가 아니? 늦은 것 없어. 지금부터 시작하면 돼. 시작하기 위해 용기를 낸 너를 응원할게. 내가 함께 할게.’라는 써니의 말이 아침 특유의 상쾌한 바람에 실려 날아와 내 마음에 새겨진다(써니의 말이라고 믿고 싶다). 써니와 소녀가 함께 보냈을 것이다. 둘의 마음이 내 마음에 닿았기 때문에 나의 오늘은 조금 특별해질 것 같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싶은 말을 한 권의 책으로 잘 묶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말들을 묶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늘 작가님 마음에 있던 문장을 소중하게 감싸안아 꺼내어 종이에 옮겨 놓았을 뿐이라고, 엄청 대단한 말은 아닌데 평범해서 더 특별하고 대단한 힘을 발휘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거나, 멀리 내다보면 누군가의 삶의 걸음마다 숨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하며 그림책에 나의 마침표를 찍었다. 작가님께 고맙다고, 덕분에 위로받았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내일의 힘은 또 책장을 펼쳐 소녀와 써니의 동행을 함께하며 얻겠다고 전하고 싶다. 세상에 사랑의 말이 가득 찬다면 우리는 수많은 사랑을 만나거나 만들거나, 간직할 것이다. 세상은 사랑이라는 씨앗을 곳곳에 심어 땅을 야물게 다진 후, 매일 물을 주고 함께 햇볕을 쬐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또다른 사랑의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단단한 밑이 되고, 연결고리와 같은 끈끈한 역할을 한다. 사랑을 믿지 않고 살아온 나는-나도 모르는 사이에 믿었나?- 소녀와 써니를 통해 사랑이라는 심오한 세계에 조심스럽게 첫 걸음을 옮겼다. 가능하다면 근사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먹구름, 그림자, 시야를 방해하는 모랫바람마저 품는 넓고 근사한 이들이 있을 테니까.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길,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길.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퍼머넌트북스x북뱅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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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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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이라는 세계를 만나다,

김보영 소설집 고래눈이 내리다출간 기념 무크지 (래빗홀)


 

전에도 언급했지만, 래빗홀에서 작품을 내기 전에 독자들에게 나올 작품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출간 기념 무크지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건 의미 있고, 정식으로 작품이 나오면 작품을 보다 더 잘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나 다름없다.


출간 기념 무크지를 통해 김보영 작가님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고래눈이 내리다제목이 끌렸을 뿐인데, 작가님이 더 좋아질 줄 이야. 작가님의 인터뷰는 이번 신작 소설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어줄 거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표현 없이 이해하기 쉽게, 뭔가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인터뷰 했을 작가님을 떠올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인터뷰를 통해 김보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작가인지 얕게나마 알 수 있어서 무크지 구성에서 인터뷰를 앞에 둔 건 읽는 입장에서 아주 좋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고 간단하게 문장으로 말해준 작가님 덕분에 사이다 한 잔을 마시고 답답했던 속을 뻥! 뚫었다.


<에세이>에서는 어린 날의 파편들이라고 해서 김보영 작가님의 어린 날의 순간들을 엿볼 수 있고, 작가님의 기반이 된 작가님들은 물론, 작가님이 본 작품들에 대해 알 수 있다. 정말 어린 날의 파편들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김보영 작가님은 작가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읽었던 걸 반복적으로 읽어서 모조리 외우는 건 물론(외우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렸던 작가님의 상상은 여전히 작가님 머리 한구석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세상에 낸 책들 사이에 넣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작가님이 결국, 작가가 되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점에서 내 일처럼 마음이 두근대고 설렜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라고 늘 꿈을 말하고 다녔고, 작가가 되는 과정이 너무 간단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무지했다. 책에 대한 애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대학교에 가서 직접 부딪치고나서야 깨달았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말 꿈을 이뤘다고 할 정도로 작가라는 꿈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15년 넘는 시간동안 작가가 꿈이었는데, 꿈을 잃고 나니 어떤 꿈을 꿔야 할지 꿈을 꿔도 될지 두려움부터 앞섰다. 책을 자주 읽어도 결국 남의 글이기에 가슴 한구석에서 텅 빈- 공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공간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펜을 잡는 순간부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글만 쓰고 살 수 없다. 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내 능력 밖이다. 내 능력을 인정하고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좀 슬프다. 능력은 반복과 들이는 시간과 열정으로 비례할 것이지만 능력을 늘릴 시간도 없으니. 현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숨 쉴 틈을 주지 않으니, 글 쓰는 행위가 부수적인 일로 전락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회적인 배려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작가님의 인터뷰, 에세이를 통해 절감했다. 아직 세상의 빛을, 틈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좋은 작품들이 어둡고 추운 어딘가에서 굳어가고 있다. 부디 자신에게 어울리는 차림(시기, 표지, 구성 등등)을 하고, 하루빨리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

상상과 이야기를 가까이에 뒀던 어린날의 작가님을 통해 상상과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깊고 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미영, 허윤님의 리뷰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작품을 읽기 전인데 <인터뷰><에세이>를 통해 SF장르를 보편적인 장르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SF장르가 어떤 방향성으로 변화할지,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려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 공간에서 신선하게, 그러면서도 너무 난해하지 않게 스토리를 그려낼 김보영 작가님의 세계를 기대한다(‘난해함이 축복이라던 작가님이 글이라는 세계를 모두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축복을 나도 느끼고 싶었다.).


너럭바위를 바라보다를 엿본 느낌은 우리 다음 세대에게 닥칠 것 같은 멀지 않은 미래를 훔쳐본 기분이다. 너럭바위를 지키기 위해, 솔직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바위가 아닌 무언가(중요한 것들)’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 너럭바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필요 없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사라지는 세상. 그게 효율적이라는 세상.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 것을 빼앗는 것 같다. 비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오랫동안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냉정하고 이기적인 세상의 효율성 추구랄까. 본문을 앞부분만 살짝 읽었는데도 마음이 찌릿-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언젠간 사라질 너럭바위처럼 사라질 것들은 무엇인지 머릿속에 번호를 붙여 목록을 만들어보니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필요와 사용의 진도가 낮다고 해서 사라져야 하는 건 왜일까? 언젠간 사람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사람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많다는 것은 굳이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 사람의 필요와 쓸모에 대한 생각이 불편하기보다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럭바위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너럭바위를 찾는 둘이 있으니 바위가 존재하는 시간은 연장될 테지만 사는데 물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바위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바위가 소리없이 사라지더라도 둘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게 꽈아악- 붙들었으면 좋겠다. 계속 기억하고 찾고, 쓰는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게 발버둥쳤으면 좋겠다. 사라지기보다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거니까, 우리의 역할이니까.



이 무크지는 서평단 활동을 위해 @래빗홀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래빗홀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래눈이 내리다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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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기, 그리고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

류슈즈, 혼자 사는 연습을 합니다(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미래의창)

 


이제 곧 노년기에 접어들 부모님을 위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가끔 나는 죽음과 가까워지고, 너희는 화사한 삶이 열리는 중이다.’라고 한다. 그 말이 꼭 생각지 못한 쓴맛을 본 느낌이다. 엄마 아빠가 늘 젊은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어린 내가 바라는 바람일 뿐이었고, 늙어가는 건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내 삶을 꾸려 나가기 시작하면, 부모님은 주변을 천천히 정리하며 비어 가는 공간으로부터 생기는 공허함을 달래는 방법을 찾느라 귀한 시간을 낭비한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부모님이 노년을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책을 진심을 다해 읽었다. 읽을수록 부모님만을 위해 읽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류슈즈 작가님이 대단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멋진 삶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으니까. 그런 삶을 살기까지 그녀가 겪고 쌓아야 했을 경험과 시간의 깊이와 넓이를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그녀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 책이 그런 삶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길잡이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깊이 바랐다. 이 책을 만난 건 미래의 나의 행운이 일찍 내게 닿은 것이다.


그녀가 노년을 준비하는 방법혼자 사는 연습에 대해 말하는 건 하나같이 당연해서 우리가 쉽게 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들이었다.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노년 싱글 라이프를 준비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준비하고 부딪치면서 경험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많이 쌓인다. 그리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류슈즈의 편안한 목소리로 듣는 듯 한 문장을 계속 읽으면서 짧지만은 않은 생애 주기 중에 노년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삶과 죽음을 내 마음대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살다가 생을 잘 마무리할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는 점에서 삶보다 죽음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노년기는 죽음과 가깝고, 병치레가 잦아 병원과 의사를 친구처럼 둬야 하며 체력을 유지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과 씁쓸함,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하나둘 곁을 떠나는 이들과 많아진 혼자 있는 시간을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못했거나 나중에, 라며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이나 각자 사는 바빠서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던 친구들과의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며 약속을 잡는 만남, 집 근처를 가벼운 차림으로 여유롭게 걷고 또 걷는 시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들어 간다고 생각하는 그 시기에 스스로 선명한 색을 입히는 것이다. 그 색을 입히는 것은 본인만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생각이 가능해야 색과 붓을 골라서 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류슈즈)는 엄마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제대로 보여준 그녀가 누군가의 보살핌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삶을 사는 것이 멋졌다. 그에 반해 아직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노년기와 가까워지는 엄마는 현재 흐린 날들을 보내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더 쳐지고 우울한 하루하루를(엄마라고 이런 날들을 보내고 싶을까). 엄마를 보면, 자신이 살아온 삶에 후회만 하는 중이다.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후회가 아니라 과거에 완전히 묶여 가라앉는 하루하루로 한 번뿐인 오늘을 보내고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건 본인 몫이다. 남편이, 자식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엄마가 우리 삼남매가 성인이 되고 밖에 나가 생활하면서 우리를 돌보는 일에서 자유로워졌지만, 몸과 마음의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적응할 생각도, 의지도 없다(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우리의 젊음이 부러움, 후회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젊음이 엄마에게는 엄마의 젊음을 앗아간 결과라고 우리가 느끼게끔 당신의 자연스러운 늙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늙고 있다는 사실, 즉 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몸 곳곳이 아프고 탱탱했던 피부가 탄력을 잃고, 모래가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하나둘씩 당신을 떠나는 게 많아지는 등 스스로 시들어 간다는 순간순간 느끼고, 우울과 공허함 그리고 슬픔에 빠지는 건 이해할 수 있다(이해보다는 노화가 무엇인지 안다고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노년은 누구에게나적용된다는 점에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지치고, 엄마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엄마와 다르지 않게 노년이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을 탓하며 후회만 한 채 멋지게 살 수 있는 노년의 수많은 선택지를 구겨 버릴 것 같아서 두렵다. 엄마한테 류슈즈 작가의 이야기를 해도 될지, 나중에 그 사람이랑 나는 시작점이 애초에 다르지 않냐.’와 같은 독 묻은 원망의 화살로 인해 회복이 어려운 상처가 생길 것 같아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선물한다고 해도 내 진심이 왜곡되어 전달될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꼭, 엄마의 노년이 덜 아프길 바라는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처음으로 노년의 나를 그려보고 싶었다. 한 번도 노년의 나를 떠올린 적 없다. 굵고 짧게 살다 가면 그거야말로 생을 잘 살았다고 생각했다. 삶에 미련이 없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포기하려고 했던 때가 불과 몇 달 전이라는 점에서 앞일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머릿속에 그려본 노년의 나는 뭔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한껏 움츠러든 모습이랄까. 상상일 뿐인데, 화가 나고 두려웠다(엄마가 현재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노년을 저렇게 보낼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녀의 삶을 어설프게나마 흉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나씩 따라 하다가 나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내가 귀찮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들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들이 일상을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깨달았다. 깨달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부디 내가 몸과 마음에 새겨 실천에 옮기길 바란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뤄낸 가장 큰 성과인 편리함과 발전으로 건강한 노년의 삶은 모두에게 과제가 되었다. 건강이 0순위가 되어야 하며, 노년이라고 해서 건강한 삶을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이나 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 준비해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필수적이지만 나처럼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흔히 한창 좋을 때다.’라고 하는 20대에게 요점만 뽑아 묶어둔 <족집게 요점 노트>로써 필수적인 삶의 부교재가 되어줄 것이다. 이 교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본인 선택에 달려 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본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조언이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나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노년의 나를 위해, 내일의 나를 위해 유용하게 쓸 것이다. 노년이 아니라도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모든 생애 주기애 주석으로 달아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나처럼 어쩌다 이 책을 만나게 된 이들, 혹은 혼자 사는 연습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수한 갈림길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외로움과 두려움을 없애고 함께 할 동료 혹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면, 건강한 삶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변화가 두려울 수 있지만, 그 두려움으로 인해 지난날을 후회로 물들이고 현재를 불안에 떨며 미래를 암흑으로 만들지 않길 바란다(나에게 하고 싶은 말).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라면, 겁나는 게 없이 무조건 들이받았던 20대를 떠올리면서 그때와는 다른 단단해진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벅찬 설렘과 감동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그때와 달리, 깊고 넓은 경험과 시간이 축적되었으니 더 짜릿한 모험이 될 것이다. 모두 건강한 삶을 목표로, 자기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긍정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날들로 가꿔나가길 바란다. 언젠간 이 책을 읽었던 나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고마워하는 노년의 나를 상상하며 이만 마침표를 찍는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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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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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사랑

강인숙 전승배, 건전지 할머니(창비)(건전지 가족 시리즈 3번째 이야기)

 


건전지 가족 시리즈 3번째 작품인 건전지 할머니세상 모든 할머니에게는 힘찬 에너지를, 어린이에게는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라는 부부 작가님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건전지 가족 시리즈 중,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라서 서평단 모집한다고 했을 때 너무 읽고 싶기도 했고, 건전지 가족 시리즈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그림책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닿아서 건전지 할머니를 만났다! 읽기 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건전지 가족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없이 지낸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랑이 수학 문제의 답처럼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랑만큼 조부모님의 사랑은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랑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어서 주변에서 그 사랑을 받는 상황을 볼 때면 어색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있다. 조부모님의 사랑이 한 번도 부러웠던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조부모님이 계셨다면.’이라고 가정을 붙이던 때가 있었다. 특히 방학이나 명절 때 그 가정이 선명해졌다. 친구들은 방학이나 명절 때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들떠있었지만 나는 그 들뜸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부모님의 사랑이 부러웠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서 조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생각도 부러움도 서서히 사라졌다. 아주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우리를 예뻐했을 거라고, 뭐가 급해서 이 좋은 세상을 일찍 떠났는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말에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여전히 그 사랑에 대한 나의 정의를 내릴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 불씨를 붙였다.


건전지 가족 시리즈 3번째 이야기는 할머니! 할머니의 이미지는 늘 챙겨주고, 잘해도 잘했다고 토닥여주는 모습이다. 봄날의 햇살보다 더 따뜻한 할머니가 조건 없이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받는 손주들의 모습은 초록빛의 싱그러움을 가득 머금은 나무 같다. 사랑이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사랑이 세상을 구하고 지킨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사랑이 없는 곳은 빛이 없고 메마른 땅과 같다. 이런 땅에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이 부족하거나 없는 것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마을을 이끄는 이장이자 운동을 좋아하는 동구 할머니와 그 곁에서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가는 건전지 할머니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다정하고 씩씩한 두 할머니의 손주를 향한 사랑을 담고 있다. 사랑 앞에서는 평범하다는 말이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세상에 평범한 사랑은 없다. 하지만 평범하다고 말하는 게 어울리달까? 할머니와 함께 있는 동구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받고 있다. 아기 멧돼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 동구는 엄마 멧돼지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처한다. 그때 동구 할머니와 건전지 할머니의 망설임 없는 사랑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다. 아찔한 순간에 할머니의 등장은 그 어떤 히어로의 등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졌다. 손주를 지키겠다는 마음, 손주를 향한 사랑으로 망설임 없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할머니의 모습에 사랑이 이런 걸까? 사랑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던지고 보는 걸까?’ 싶었다. 그러다가 앞서 말한 부모님의 사랑과 차이가 있다고 한 내 말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가 아니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고. 두 할머니의 재빠른 반응과 호흡으로 무사히 할머니와 집으로 돌아온 동구는 이날을, 할머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기억할 것이다.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당연하게 생각했던 할머니와의 시간이 소중하고 특별했다는 것을 그 시간의 기억이 선명해져 종종 생각날 때마다 느낄 것이다. 할머니의 다정하고 무한한 사랑이라는 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동구가 부럽고, 동구의 세상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동구 곁에 있는 한. 아니, 할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동구를 지킬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동구가 만들어갈 세상이, 동구의 곁에서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갈 동구 건전지의 삶이 무지갯빛을 하고 쉽게 틈이 생기거나 꺾이지 않을 단단함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세상은 사랑과 돌봄에서 가장 먼저 결정된다. 동구 할머니는 동구의 세상에 건전지 교체가 필요 없는 절대 꺼지지 않는 전구를 달아줬다. 동구는 아직 어려서 할머니의 사랑이 그저 좋기만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과 마음의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면 할머니의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할머니의 사랑을 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받은 사랑으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사랑의 힘이 무엇을 변화시키며, 동구 자신만의 다양한 사랑을 찾게 될 것이다. 두 할머니의 아낌 없는 사랑으로 동구와 건전지 손주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중이다. 가장 씩씩한 할머니의 모습 자체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씩씩한 할머니가 보여주는 세상은 곧 손주들에게 들뜸으로 가득하고 심심할 틈이 없는 놀이공원과 같다. 그 세상에서 모든 아이와 할머니들이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은 힘찬 에너지를!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온 이 그림책이 세상 모든 할머니와 아이들에게 부부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잘 닿았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을 만나고 나면 마음에 여러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봄바람과 시원한 그늘 그리고 붉게 물든 낙엽과 뽀옥뽀옥- 소리 내는 눈송이가 함께 말이다. 예전과 다르게 가족의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가족 안에 거리가 생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건전지 가족 시리즈,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세상이 변하면서 가족 그리고 사랑의 모양과 색, 의미가 변하는 건 당연하지만 가족과 사랑의 근본은 잊거나 잃지 않길 바란다. 근본을 잊거나 잃는 건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거니까. 건전지 가족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를 나름 찾은 것 같다. 앞으로 나올 건전지 가족 시리즈가 기대된다. 이 시리즈로 가족과 사랑의 의미가 선명해지고, 세상 곳곳을 밝힌다면 건전지 가족이 집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장면을 누구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건전지 가족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 혹은 내 방 어딘가인 것 같다. 건전지 가족은 우리 가족이 더 단단해질 수 있게 열일하고 있다. 그 열일에 보답하듯 오늘도 우리 가족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중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읽고, 선물로 주고받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5월에는 모두 <건전지 가족 시리즈>하자!



 

이 그림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제게도 건전지 할머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몽글몽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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